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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본

분본 粉本

동양화에서 말하는 일종의 초벌그림 또는 밑그림으로 ‘화고(畵稿)’라고도 한다. 분본이란 명칭은 고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분필(粉筆)로 화고를 그렸던 것에서 유래한다. 원래 당대(唐代)에 사용되었는데, 인물화*에 한하지 않고 산수화*, 화조화* 등에도 응용되어 사용되었다. 당대의 오도자吳道子(우 따오쯔)는 일찍이 대동전大同殿에 가릉강嘉陵江 300여리의 산수를 하루만에 그려 냈는데 현종玄宗이 그 형상들에 대해 묻자, “저는 분본이 없이 모두 마음 속에 새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원대(元代)의 하문언夏文彦(시아 원이앤)은 《도회보감圖繪寶鑒》에서 “옛 사람들의 화고를 일컬어 분본이라 한다”고 했다. 분본을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늘을 가지고 화고의 먹선을 따라 치밀하게 작은 구멍을 뚫고 분을 종이나 비단, 벽 위에 바른 후, 분점(粉點)을 따라 그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화고의 뒷면에 백악(白堊)이나 토분(土粉)같은 것을 바른 후 비녀로 정면의 먹선을 따라 밑에 받친 다른 종이나 비단, 벽 위에 선을 새기고, 그런 뒤에 분자국을 따라 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