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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아트

에로틱 아트 erotic art(영)

성(性)을 주제로 다루거나 그것을 관능적으로 표현한 미술. 미술사에서 육체의 본성이자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개념인 에로스는 예술적 생산이 시작된 이래로 등장하였으며, 성애와 예술의 관계가 성애와 미, 환상, 예술적 생산과 수용의 내적 연관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학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되어 왔다. 20세기 미술에서는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적인 관점에 친숙해지고 대중문화나 광고를 통해 성적 주제가 일상화되는 등 다소 금기시되었던 에로스적 욕망이 더욱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표출되었다.
성은 1960년대 들어와 미술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소재로 부각되었으며 서적과 전시 및 강좌들을 통해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신체 자체에 대한 미술가들의 새로운 관심, 표현에 대한 극도의 자유, 자신의 육체와 특수하고 고유한 신체적 경험에 대한 여성들의 자각,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이슈화 등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1968~1969년 필리스와 크론하우젠Eberhard Kronhausen에 의해 조직되어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열린 대규모의 에로틱 아트 국제 전시회는 25만명의 관중을 매혹시켰다. 아마야Mario Amaya는 에로틱 아트를 ‘육체나 정신 속의 성적 감각을 유발하는 예술’로 규정하였다. 이는 에로틱 아트가 성적 행위에 대한 묘사와 직결되는 개념이 아님을 보여주며, 에로틱 아트가 성행위의 직접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포르노그래피와도 다름을 보여준다. 포르노그래피에서 성적인 이미지들은 그 노골적인 정도를 떠나서라도 성적 자극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지만 에로틱 아트에서는 이미지의 관능성이 미로서 승화되거나 또는 관람자의 이성을 일깨워 작가의 의도를 전해준다.
현대의 예술가 중 성적인 것을 주제로 삼는 작가들은 많으며 그 방식 또한 다양하다. 아콘치Vito Acconci는 퍼포먼스*, 신체미술*, 사진, 비디오 등의 여러 매체를 통해 제한된 상황에서 공공 혹은 개인적인 다양한 맥락에서 스스로 경험하는 자기 고유의 자아를 오브제*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서 질식할 정도로까지 손을 입 속에 밀어 넣는다거나 넓적다리 사이에 성기를 숨기기도 한다. 벨머Hans Bellmer(1902~1975)는 분절된 인형을 사용하여 죽음에 이르려는 육체의 무의식적 욕망을 표출했다. 그는 육체를 모욕하는 자신의 태도를 ‘끝도 없는 일련의 아나그램을 가지고 진정한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문장을 뒤트는 것’에 비교하였다.
존스Allen Jones(1937~ )는 카탈로그나 잡지에서 영감을 받은 에로틱한 이미지들에 집중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가학증과 피학증적 충동뿐 아니라 구두나 스타킹 등에 대한 물신(物神)숭배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