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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문

연화문 蓮花文

연꽃을 도안화한 문양. 연꽃은 인도와 이집트 등지에서 재배되었고 불교 성립 이전부터 여러 미술품에 장식문양으로 사용되었다. 서양에서는 로터스(lotus)라고 불렀고 내세에 무한한 생명을 부여하는 재생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집트에서는 해가 뜰 때 꽃이 피고 해가 지면 꽃이 진다고 하여 태양숭배사상과 관련지어 신성시했다. 인도의 가장 오래된 문헌인 《리그베다》에서도 우주만물 창조의 상징으로 비유되어 광명의 꽃, 생명의 꽃으로 상징되었다. 불교성립 후에는 더러운 물에서 자라지만 더렵혀지지 않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청정(淸淨)의 상징으로서 부처의 세계를 공양하는 꽃으로 비유되어 왔다.
연화가 미술품에 장식되기 시작한 것은 불교 발생 이전 이집트* 등의 원동(遠東)지방에서 이고 인도*에서는 기원전 3세기에 만들어진 마우리아왕조*의 아쇼카왕Aśoka 기념 천장과 벽면, 사리용기, 불상의 대좌*와 광배*, 기타 공예품 등에 많이 장식되며 중국에서는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주로 남북조(南北朝)시대부터 송대(宋代)에 이르기까지 대유행하며 불교의 흥성과 관련이 깊다. 형태는 활짝 핀 연꽃을 위에서 바라본 화판(花瓣)과 자방이 표현된 것, 측면에서 본 꽃잎과 꽃받침만 표현된 것, 연꽃, 잎, 줄기가 표현된 하연(荷蓮) 등이 있다. 연판이 위로 향한 앙련(仰蓮)과 아래로 향한 복련(伏蓮), 하나의 연판에 하나의 꽃잎이 있는 단판(單瓣), 하나의 연판에 두 개의 꽃잎이 있는 복판(複瓣), 연판이 2층 이상 겹친 중판(重瓣) 형식으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고구려, 백제 등 고대 건물지에서 발견된 와당*에서부터 연화문이 나타나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다양한 연화문이 보이며 7세기 이후의 각종 불상에 많이 장식되었다. 고구려의 연화문은 잎 끝이 날카롭고 강직해 보이지만 백제의 것은 온화하고 완만하며, 신라의 것은 우아하고 장식적인 것이 특징이다. 삼국시대까지는 연판 내 장식문이 인동문*, 구슬, 꽃술이 장식되었으나 8세기 무렵부터 잎, 꽃, 보상화문* 등으로 다채로워지며 고려시대엔 연판 내에 문자가 등장하고 귀꽃장식이 유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귀꽃장식이 매우 많고 연판의 양감도 줄어들어 선각에 가까워진다. 인동문과 결합된 연화인동문(蓮花忍冬紋)은 주로 삼국시대에, 연화당초문(蓮花唐草文)과 연화보상화문(蓮花寶相華文)은 통일신라시대에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