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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자화상 自畵像 self-portrait(영)

화가가 자신을 모델로 해서 그린 초상화. 자화상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protrahere’라는 말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 말은 원래 끄집어내다, 발견하다, 밝히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발전하여 오늘날의 초상화를 그린다는 뜻의 ‘portray’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자아라는 의미의 self와 portray가 합하여 이루어진 자화상은 간단하게 ‘자기를 끄집어내다, 밝히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화상들은 두가지 목적에 사용되었다. 즉, 화가들이 스스로 가장 돈이 안드는 모델이 되는 것과, 또 나아가서는 자신을 불멸화하는 이상적인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든 자화상에서 공통분모처럼 발견되는 욕구는 자신을 알고자 하는 욕망이다. 화가는 자신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내면의 절대적인 욕구에 의해 자화상을 그리게 되며 때때로 이러한 자아 탐구는 자학에 가까우리만큼 스스로에게 정직하고자 하는 자기 성찰과 신적인 영역으로까지 자신을 우상화하는 자기 도취의 양극을 오르내리곤 한다.
고대와 중세에는 극히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화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자화상이 나타난 것은 15세기, 즉 예술가의 사회적인 지위가 향상되고, 일반적으로 인물의 묘사가 사실적으로 다루어지면서부터이다. 처음에는 주로 종교화나 스토리화 등의 넓의 화면의 한 구석에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렸었다.
피디아스Phidias,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1390~1441), 마사치오Masaccio(1401~1428)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자화상은 서명의 역할을 했다. 이러한 종류의 자화상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존재했으며, 르네상스*까지는 흔한 일이었다. 또다른 형태의 그림 서명은 화가 자신이 그림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며, 파리스Matthew Paris, 기베르티Lorenzo Ghiberti(c.1378~1455) 등이 그 예이다.
자화상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는 뒤러Albrecht Dürer(1471~1528)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대상으로 얼굴 표정을 연구하고 미와 조화의 법칙에 대한 시범을 보였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자화상은 회화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1606~1669)는 초상화에 심리적, 예술적 차원을 부여한 화가로서 그가 남긴 약 60개의 초상화와 20여개의 판화는 객관적으로 기록한 감동적인 자기의 삶의 기록이다.
벨라스케스Diego Rodriguez de sila Y Velasquez(1599~1660) 같은 화가는 과시를 위해 자화상을 그렸으며, 낭만주의 시대 이후의 화가들은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별난 차림의 자화상을 그리곤 했다. 20세기에 와서는 이런 식의 고백은 양상을 달리 하여, 야수주의의 한 화가는 자신을 아프리카 추장으로 나타내어 자기에게 영감을 준 원시 예술을 그렸고,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들의 영혼을 발가벗겨 자화상 속에 정신분석가의 진찰실 소품들을 그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