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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그래피

칼리그래피 calligraphy(영) calligraphie(프)

글자를 아릅답게 쓰는 기술. 넓게는 일반적으로 활자에 의하지 않은 서체(書體), 좁게는 서예를 의미한다. 기호나 상징을 기계 따위를 이용하여 나무나 돌에 새긴 경우는 ‘레터링’이라고 부르지만, 칼리그래피의 본질은 레터링과 대조적으로 자와 컴퍼스 등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작업하는 데 있다.
칼리그래피는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회화와 서예가 거의 구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회화와 서예가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자를 아름답게 쓰려는 시도는 동양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문학적인 작품의 목적으로 사용한 필적(字體, uncial)과 문서와 편지에 사용한 필적(흘림체)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구분 하에서 몇 개의 뚜렷한 양식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데, 펜을 쥐는 방법의 차이, 그리고 관습의 차이에서 개인적인 차이도 생긴다.
이것이 서양에서 가장 발달했던 시기는 목적에 맞게 특별한 필적을 사용한 중세이며, 그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특징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르네상스* 이후 회화 표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던 칼리그래피가 20세기에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기호 및 운동 표현으로서의 그 역동적이고 암시적인 표현력이 재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즉 외계 현실의 재현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던 사실주의*가 19세기말에 쇠퇴한 이래, 선이나 형태 자체의 표현력이 새삼 재인식되어,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의 파리, 뉴욕의 화가들인 술라주Pierre Soulages(1919~ ), 아르퉁Hans Hartung(1904~1989), 슈네이데르Gerard Schneider(1896~?), 폴록Jackson Pollock(1912~1956) 등에게서 칼리그래픽한 추상화가 성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