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 2 7

공간

공간 空間 space(영)

시각예술의 조형요소 중 하나로 삼차원 혹은 삼차원성을 지향하는 요소. 조형 공간의 창조에는 무엇보다도 동적인 색면 및 포름*의 구성이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시각적 효과 차원에서 균형이나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조형에 있어서 소재 간의 공간처리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포함된 공간과 배제된 공간을 조형적으로 동시에 설명해 낼 수 있는 능력, 주어진 공간을 명확하게 한 개 또는 몇 개의 비율로 마음대로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 있는 능력, 그밖에 여러 특수한 조형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논해지고 있다. 좁은 뜻으로는 공간을 화면상의 공간 처리 기법으로서 남겨 놓은 것, 즉 여백*(餘白)이라는 뜻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음악이나 문학 등의 시간 예술에 대하여 공간 예술*이라 불려지는 회화, 조각, 공예 등의 조형 예술은 직접적으로는 현상(現象)의 공간적 여러 관계의 재현을 위해 그 기능이 한정된 재료 및 수단을 쓰며 스스로를 공간적으로 한정하고 구성한다. 현대 회화에서는 환영적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는 종래의 방법을 배제하고, 회화의 평면성에 근거한 구성에 의해 비재현적인 조형 공간을 창조하려는 입장이 나타났다. 입체주의*에서 비구상* 회화에 이르는 현대 회화에서 이러한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현대 조각에 있어서 공간이라는 문제를 새로이 재기한 작가는 가보Naum Gabo(1890~1977) 및 펩스너Antoine Pevsner(1886~1962)였다. 그들은 종래의 매스(mass) 편중(偏重)이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고, 조각에 시간과 공간의 통일적 형식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서 동력학(動力學)적인 리듬*을 도입하였다. 이어서 모홀리 나기László Moholy-Nagy(1895~1946)도 물리적 공간 속에 실제로 긴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여러 힘을 동적이며 구성적인 시스템 안에서 조화되도록 함으로써 공간을 능동화할 것을 주장하여 모빌* 조각의 이론적 선구자가 되었다.

공간 그룹

공간 그룹 Groupe Espace(프)

정기 간행물인 《오늘의 예술Art d’Aujourd’hui》지와 관련된 미술가들에 의해 1951년 파리에서 설립된 신구성주의 미술가 협회. 마를Félix Del Marle, 피에Edgard Pillet, 베오티Étienne Béothy, 쇠페르Nikolas Schöffer(1912~ ), 고렝Jean Gorin 등이 참여하였다. 사회적이며 비개인적인 행동으로서의 미술에 대한 공간 그룹의 신념은 신조형주의*와 구축주의*로부터 유래한 것이며, 공간주의*, 제로 그룹*, 시각예술탐구그룹*과 같은 기타 현대적 경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공간예술

공간예술 空間藝術 Raumkunst(독)

일정한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형상화되는 예술을 가리킨다. 음악이나 문학 등과 같은 시간예술(Zeitkunst)에 대비된다. 회화, 평면 장식 등의 이차원적 예술과 조각, 건축 등의 삼차원적 예술을 총칭한다. 흔히 조형예술이라고 할 경우, 일반적으로 공간 예술을 의미한다. 공간예술의 특색은 그 작품이 물질적 재료를 매개로 해서 실재적 공간성을 지니고, 제작자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이고 항상(恒常)적인 완성품적 존재라는 데 있다.

공간주의

공간주의 空間主義 Spatialism(영) Spazialismo(이)

이탈리아의 화가 폰타나Lucio Fontana(1899~1968)에 의해 제창되었던 예술 운동. 제2차세계대전 후 밀라노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의 <공간주의 선언>을 동반하여 예술표현 영역의 확대를 지향했다. 이 운동은 전통적인 예술 개념을 탈피하고 세라믹, 도자기, 콘크리트, 인광 물질과 같은 공업사회의 재료와 기술수단을 취급하며 특히 4차원적인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공간주의의 이러한 시도는 소재와 표현의 해방과 함께 제작자와 관중과의 관계, 예술의 사회성을 시사하였다. 공간주의의 본질적인 내용은 기존 미술의 미학을 타파하고, 시간과 공간의 통일에 기초를 둔 새로운 예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폰타나의 <백색 선언Manifesto Blanco>에 잘 요약되어 있다. 194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표된 이 선언문은 “우리들은 예술의 혁신을 계속한다. 우리들은 기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색종이와 석고 등은 의미가 없다. 포름*의 변화가 요구되어진다. 회화를, 조각을, 시를, 음악을 초월해야 한다. 새로운 정신이 외치는 주장에 걸맞은 예술이 요구된다. 이미 알고 있는 포름의 사용을 포기하고, 시간과 공간의 통일에 기초한 예술의 발전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폰타나는 1947년 밀라노에서 <제1차 공간주의자 선언>을 툴리에Tullier, 조폴로B.Joppolo 그리고 비평가 카이셀리안G.Kaisserlian과 함께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제2차 공간주의자 선언>이, 1950년에는 <제3차 공간운동헌장 제안>이 발표되었고, 1951년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 국제회의에 임해서는 <제4차 공간주의 기술선언>과 부리Pol Bury(1922~ ), 탄크레디Parmeggiani Tancredi와 함께 발표한 <제5차 공간예술선언>이 잇따랐다. 1952년 텔레비전 방송을 위한 <제6차 공간운동선언>을 마지막으로 공간주의의 선언은 끝을 맺었다.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공간주의는 전시장 입구와 중앙 천장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네온관에 의한 빛을 투사시켜 환경미술*의 원형을 이루었다. 또한 나비리오 화랑에서 열렸던 폰타나의 개인전 <검은 공간적 환경Black Spatial Environment>(1949)은 블랙라이트를 조명으로 사용한 자극적인 전시회였다. 그 전시회에서 작품은 울트라 바이올렛 빛으로 가득찬 화랑 내부에서 소멸해가고 관객은 다만 빛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의식만을 직면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양상은 해프닝*과 퍼포먼스*를 예고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