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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판화

석판화 石版畵 lithography(영)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평판법에 의한 판화. 목판화*처럼 부조*의 형태로 모양을 조각*하거나 선 인그레이빙*에서처럼 선을 음각하는 것이 아니라, 석회석으로 된 평평한 판 표면에 그림을 직접 그린 후 찍어내는 방법이다. 본래는 두껍고 무거운 석판석을 사용했으나 오늘날에는 가볍고 일그러지지 않으며 취급하기 쉬운 아연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1798년 독일의 극작가 제네펠더Aloys Senefelder(1771~1834)가 발명한 것이 석판 인쇄법으로 발전했다. 석판 위에 유성 잉크나 크레용으로 도안을 그린 후, 특별한 화학용액을 발라 도안을 고정시킨다. 그 다음에 전체에 물을 칠하면 물과 기름의 반발력으로 인해 물이 판에는 스며드나 도안에는 스며들지 않는다. 그 후 유성 잉크를 바른 롤러로 석판을 한 번 밀어주면 물이 묻은 판에는 잉크가 묻지 않고 크레용이나 유성 잉크로 그린 부분에만 잉크가 묻게 되어, 그 위에 종이를 얹고 힘을 가해 찍어내면 원래의 도안 그대로 좌우만 바뀐 채 찍혀나오게 되는 것이다.
석판의 장점은 제판사의 협력만 얻는다면 누구든지 제작할 수 있으며, 한 판에 여러 번 인쇄할 수 있어 인쇄매수가 많다는 것이다. 제네펠더는 재료에 직접 도안을 그리는 직접 제판법 외에 일단 다른 종이에다 도안을 그린 후 판재 위에 전사하는 전사 제판법도 고안해냈다. 그가 예견했듯 석판화는 매우 융통성 있는 매체여서 석판 대신 플라스틱, 아연, 알루미늄 판을 대신 사용할 수도 있고 펜이나 크레용 대신 붓을 사용해 판 위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 밖에도 화가의 기발한 착상에 따라 여러 질감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며, 여러 장의 석판을 이용해 다색 인쇄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석판화는 펜이나 크레용으로 그린 단순한 선으로 된 형태에서부터 여러 질감과 투명한 효과를 내는 다색 인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석판화는 19세기에 들어와서 많은 화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고야Francisco de Goya(1746~1828)는 노년에 특히 많은 석판화를 제작했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1798~1863)는 석판화로 1828년 괴테Goethe(1749~1832)의 《파우스트Faust》 삽화를, 모네Claude Monet(1840~1926)는 1874년 포Edgar Allan Poe의 《갈가마귀》 삽화를 석판화로 그렸다. 19세기말은 다색인쇄 석판화가 꽃 핀 시기이다.
일본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의 영향을 받은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1864~1901), 보나르Pierre Bonnard(1867~1947) 등이 이전까지의 서양의 석판화와는 다른 밝고 자극적인 문양의 다색 석판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특히 툴루즈-로트렉은 석판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을 수 있으며, 포스터*를 위시한 여러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가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인쇄술의 진보와 함께 석판화는 다른 회화 기법에 필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많은 화가들에 의해 다양한 표현 기법이 연구, 시도되고 있다.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 루오Georges Rouault(1871~1958), 보나르,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등과 에콜 드 파리*의 유명한 화가들은 대부분 석판화를 이용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