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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법기

필법기 筆法記

오대(五代) 후량後梁의 걸출한 산수화가 형호荊浩(싱 하오)가 자신의 창작이론을 총괄해 지은 중국 산수화*론 1권. 《산수수필법山水受筆法》 《산수록山水錄》이라고도 한다. 그는 이 책에서 태행산太行山 홍곡洪谷 석고암石鼓岩에서 만난 한 노인과의 문답이라는 형식을 빌려 산수화 창작이론을 전개하였다. 산수화 창작의 원칙일 뿐만 아니라 비평의 기준이기도 한 육요*(六要), 붓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근(筋) 육(肉) 골(骨) 기(氣)와 같은 사세(四勢), 산수화 창작 중에 나타나는 두 가지의 병폐로 유형의 병(有形之病)과 무형의 병(無形之病)인 이병(二病), 예술적 수준의 고하를 구별하는 신(神) 묘(妙) 기(奇) 교(巧)의 4등급을 언급하였다.
그의 이론 중 가장 유명한 육요는 그림에는 기(氣) 운(韻) 사(思) 경(景) 필(筆) 묵*(墨)의 여섯가지 요체가 있다는 것을 서술한 것이다. 사세와 관련하여 산수의 형상은 기세가 상생(相生)의 관계에 있어야 비로소 봉(峰) 정(頂) 영(領) 수(岫) 애(崖) 암(岩) 곡(谷) 계(溪) 간(澗)의 구별이 생기게 된다고 여겼다. 나아가 구름 숲 산수 등을 묘사할 때는 모름지기 물상(物象)의 본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외에도 “비슷함(似)이란 형상의 비슷함은 있으되 기가 빠진 것이고, 진(眞)이란 기와 질(質)이 모두 풍부한 것이다”라는 견해를 제기했다. 한편 고송찬(古松贊)을 통해 소나무를 이야기하면서 “시들지 않고 꾸밈도 없는 것은 오직 저 곧은 소나무뿐(不凋不容 惟彼貞松)”이므로 ‘군자의 풍모’를 지녔다고 했다. 이는 이후에 “사람의 품격이 높지 않으면 그림에 법도가 없다(人品不高 用墨無法, 이일화李日華(리 르화) 《자도헌잡철紫桃軒雜綴)).”는 이론의 선례가 되었다. 아울러 당대(唐代)의 여러 산수화가들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간략한 서술을 하였다. 《신당서新唐書》 《예문지藝文誌》에서는 형호가 지은 것으로 나오지만, 청淸의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書總目提要》에서는 후대 사람의 저술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