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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형사 形似

동양화에서 대상의 형태를 정확하게 닮도록 표현하는 것. 사의*(寫意)에 대립되는 말로 육법*에 있어서의 응물상형(應物象形)이 여기에 해당한다. 화가의 주관이나 전통성이 중시되는 문인화*에서 형사는 일반적으로 경시되었다. 형사의 단계에 멈추는 것은 평범한 화가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즉 수묵화*와 기운론(氣韻論)의 진전과 문인화의 진출에 의해 형사는 통상 직업화가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경시되었고, 나아가 부정하는 풍조도 일어났다.
송대(宋代) 이후에 형사와 신사*의 관계가 전도되어 형사는 회화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나 방법으로 추구되었다. 그러나 형사는 중국 회화가 자연주의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고대에는 매우 중요했던 개념이다. ‘신(神)’은 객관대상의 ‘형(形)’ 안에 존재한다. ‘형’이 없으면 ‘신’도 묘출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고개지顧愷之(꾸 카이즈, 344~406)는 ‘이형사신(以形寫神;형상으로써 정신을 그린다)’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형성

형성 形成 formation(영) Gestaltung(독)

미학* 상의 용어. 미적 세계의 형상 구성(形象構成), 즉 정신이 대상에 미적으로 동화됨으로써 구체적으로 감정에 적합한 형태를 낳는 것을 말한다. 즉 미적 내용*이 고유의 형식*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

형식 形式 form(영)

형식이란 예술작품의 외부적 측면, 즉 내용*이 표현되는 구조, 요소들과 그 요소들 서로의 관계의 전체성을 말한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 형식의 개념은 예술* 일반과 동일하다. 전체로서의 예술은 종교나 학문 또는 철학과 마찬가지로 인식이나 사회적 의식의 형식들을 의미한다. 예술은 인간을 통해 세계를 미적으로 동화(同化)시키는 실천적 형식인 동시에 정신적인 형식이다. 예술은 무엇보다 자신의 표현의 감성을 통하여 인식된다. 철학과 학문이 별개의 사실로부터 추상화되고 사물의 본질을 보편적, 개념적으로 제시하는 반면에, 예술은 자신의 내용을 직관을 매개로 하여 형상화하고 그것을 눈, 귀 등을 통하여 수용한다.
두번째 의미에서 형식이란 다양한 예술(조각, 회화, 음악, 시 등) 혹은 그 예술 장르, 즉 음악에서는 둔주곡, 조곡, 교향악의 형식을, 시에서는 서사시, 서정시, 드라마의 형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형식은 매체*나 인간의 ‘본성’에 인간이 현실을 수용하고 모방하는(시각, 청각, 표상의) 감각에 근거를 두고 있거나 또는 배우나 음유 시인 등으로서의 인간의 재능에 근거를 두고 있다(괴테). 무엇보다도 그 장르*는 역사의 과정에서 극복되고 변화되는 뛰어나고도 독특한 예술적 성취를 통해서 각인된다. 그러한 성취는 예를 들면 서사시(호머)의 창조와 제2, 제3 배우들의 도입(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이나 교향악곡의 도입(하이든, 모차르트)을 통한 드라마의 창조를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토대 위에서 예술적 형식은 내용의 표현이다. 새로운 형식은 새로운 내용에서 나오는데, 거기에서 내용은 형식의 지속성에 대한 자신의 더 커다란 유연성을 통하여 구별된다. 그로부터 새로운 내용은 자신의 고유한 자신에게만 적합한 형식을 발견하기 전에는 그 결과가 종종 전통적인 형식으로 나타난다.
셋째로 예술적 형식의 의미는 개별 예술작품 속에서 성취되는 이중적 기능에서 분명해진다. 예술작품의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형식은 선택과 배치의 과제, 즉 내용의 조직화라는 과제를 갖는다. 수용의 측면에서 그것은 예술가와 청중의 의사소통을 매개한다. 첫번째 경우에서 형식은 예술작품의 독자성, 조화, 완결성을 구성하고 두번째 경우에는 환기, 즉 예술작품 속에 표현된 내용의 지적이고도 감정적인 추체험을 유도한다.

형식주의

형식주의 形式主義 formalism(영)

예술*의 다른 특성들보다 예술작품의 형식*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예술 이론, 또는 실제 1970년대에 특정한 예술권에서 남용한 용어. 분석적으로 볼 때 대상으로부터 특정한 속성, 성질 또는 관계를 추상화하거나 뽑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작용은 대상의 다른 속성들을 무시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러므로 비평적 분석은 필연적으로 예술작품의 총체성을 분열시킨다. 예를 들어 한 미술 비평가는 예술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상호보완적이기보다는 독립적인 것처럼 논의할 수 있다. 좁은 의미의 ‘형식’은 대상을 색채나 텍스처*에 관계없이 묘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형식의 개념과 연관된 철학적 문제들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시각 예술에서 형식주의는 일반적으로 20세기의 현대 미술, 그리고 클라이브 벨Clive Bell(1881~1964), 프라이Roger Fry(1866~1934),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1909~1994)와 같은 이론가들에 대한 특별한 논점을 의미한다. 벨은 ‘시각예술’이라는 표제 아래 여러 시대와 문화에서 나온 다양한 대상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그는 특징 중 하나가 미적 감정*을 일으키는 선과 색채의 결합으로 이를 ‘의미있는 형식(significant form)’이라고 불렀다. 리글Alois Riegl과 미술사가들은 예술가들이 ‘형식에 대한 의지’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순수 형식에 가장 가까운 예술은 음악이므로 이론가들은 모든 예술이 음악의 조건을 갈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런 경향은 내용이 없는 순수 형식의 추상미술, 즉 형식추상(Formal Abstract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추상예술조차도 내용을 가진다.
예술가들은 그 후에도 물질 자체의 색채와 질감, 선을 취함으로써 예술작품을 구성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술작품이 외부의 현실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즉 예술을 독자적이라고 주장하는 예술과, 부분과 전체의 관계라는 면에서 형식을 분리시키는 예술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후 미국이 현대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했을 때 형식주의는 미국의 미학과 비평에 의하여 영국의 예술로 스며들었다. 또 버긴Victor Burgin이 지적했듯이 또다른 형식주의의 전통, 즉 사회주의적 형식주의가 유래한 러시아 형식주의가 있다. 1960년대까지 많은 예술가와 비평가들은 형식적 추상이 고갈되고, 어휘상으로도 지루해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실의 문제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하지 않음으로써 형식적 추상주의자는 엘리트이며 사회적으로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형이상학적 회화

형이상학적 회화 形而上學的繪畵
Metaphysical Painting(영) Peinture Metaphysique(프) Pittura Metafisica(이)

이탈리아 근대 회화의 한 경향. 1915년부터 1918년에 이르기까지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1888~1978), 카라Carlo Carra(1881~1966), 모란디Giorgio Morandi(1890~1964) 등의 작품에 적용되었다. 시인이자 데 키리코의 형인 사비니오Alberto Savinio는 그것에는 “조형적 한계 내에서의 정신적 요구에 대한 총체적 표상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말한다.
1938년 데 키리코는 스스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술작품이 진실로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인간적 한계 내에서 벗어나야 하며, 논리나 상식은 이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이는 꿈과 어린아이의 정신상태에 가깝다…선사 이래 인간이 물려받은 가장 강력한 감각은 예감으로, 늘 우리와 더불어 있다. 마치 우주의 무의미의 영원한 증거인 것처럼….” 형이상학적 회화는 물론 데 키리코의 개인적인 성격이 강하게 작용했지만 미래파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났다.
카라는 미래주의*에서 전향했으며, 모란디 또한 보치오니Umberto Boccioni(1882~1916)의 영향을 받았다. 카라는 데 키리코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기묘한 심리학적 암시보다는 선과 색의 시각적 특성 및 회화상의 문제에 주목했다. 모란디 역시 심리 묘사보다는 조형적, 회화적 효과를 위해 수수께끼 같은 ‘형이상학적’ 이미지를 사용했고 선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형이상학적 회화는 제1차세계대전 중에 이미 쇠퇴했으나 그 영향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18년에서 1921년까지 기관지인 《발로리 플라스티치Valori Plastici》를 발행했다. 데 키리코의 회화는 그가 1924~1929년 사이 파리에서 가담했던 초현실주의*운동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