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김이삭 헬로우뮤지엄 관장

헬로우 (11)
오유경, 움직이는 도시

아이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가 오유경의 〈움직이는 도시〉

“어린이에게 예술은 놀이다”

2007년 11월 국내 최초의 사립 어린이미술관으로 개관한 헬로우뮤지움. 이곳은 오직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시각미술을 보고 경험하며 예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서 사랑받아왔다. 그로부터 약 8년이 흐른 올해 8월, ‘동네미술관’이란 친근한 이름으로 헬로우미술관이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새롭게 인사를 건넸다. ‘동네미술관’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은 어린이뿐 아니라 동네 주민으로 확장됐다. 개관전 〈놀이시작〉(8.8~9.30)에 참여한 오유경 작가는 종이 박스를 활용해 성동구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장난감 블록처럼 종이상자를 쌓으며 지역의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역민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어 ‘동네미술관’의 취지에 잘 부합된 모습이다. 이외에도 이번 개관전에는 강영민, 오유경, 홍순명, 홍장오가 참여했다.
기존 어린이미술관이 강남 역삼동에 위치해 다소 진입 문턱이 높다는 한계를 고민해온 김이삭 관장은 이를 뛰어넘기 위해 지역 문화기반 시설이 취약한 곳, 교육비 지출이 적고, 어린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오랜 기간 조사한 끝에 성동구에 새로운 미술관을 세웠다. 지역의 문화적 갈증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네미술관’ 개관 열흘 만에 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며 무더운 여름을 아이들의 열기로 더 뜨겁게 달궜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로 미술관 관객의 폭을 확장하고 미래의 관객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인 김이삭 관장은 국내 국공립미술관 에듀케이터 직함을 받은 1호 에듀케이터이자 전시기획자다. 김 관장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녀는 우연히 일하게 된 스미소니언 자연사미술관에서 주변의 권유로 ‘뮤지엄 에듀케이션’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한 미술관·박물관 부서에서 근무 하게 됐다. ‘에듀케이터’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전공을 미술관교육학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에듀케이터’의 길을 걷게 됐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개관 준비를 도우며 본격적으로 에듀케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어린이미술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시발하던 시점이었기에 그는 시작단계의 많은 미술관에서 건립을 위한 제반 업무를 담당했다. 그녀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지금의 그녀와 헬로우뮤지움을 있게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조직을 거느리는 기관의 특수성에서 오는 단점을 보완하고 자신이 직접 꾸린 창작적 콘텐츠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공간 건립을 이끌어냈다. 김이삭 관장은 “헬로우뮤지움은 사립미술관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대안적 성격’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적 권력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탄생한 박물관·미술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적 공간”으로 나아가려는 ‘동네미술관’의 방향성을 내비쳤다. 미술 전문가가 만들고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수를 위한 공간이 ‘동네미술관’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 관장은 “3~5년 안에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미술관을 접으려고 한다”고 이야기할 만큼 ‘동네미술관’ 운영에 열정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거대자본 없이 소자본으로 개인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새로운 형태의 벤처기부펀드인 씨프로그램(C program)과 서울문화재단 등이 재정을 후원한다. 한편 ‘동네미술관’을 둘러싸고 체험프로그램 2만 원, 전시 관람료 5천 원이란 금액이 무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서 김 관장은 “도서관처럼 무료로 와서 보고 빌려가는 공간이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한편으로 문화는 무료가 아니기 때문에 유상의 콘텐츠라는 인식은 갖되 최대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라고 답했다.
‘동네미술관’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미성년자는 관람불가한 영화가 있듯이 전시에서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방식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믿는 김이삭 관장의 비전이 금호동을 넘어서 ‘동네미술관’이라는 고유한 형태의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승현 기자

김 이 삭 Kim Ysaac
1974년 태어났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관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이화여대 대학원 디자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미국 국립건축박물관 등에서 근무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김종영미술관에서 근무했다. 2005년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을 개관하고 이끌어가고 있으며 올해 8월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을 개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