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오 태 석

풍경을 직조하는 두 개의 시선

강선학(미술평론)

오태석의 풍경을 직조하는 것은 물과 빛이다. 물은 주로 늪이나 개울, 강을 낀 풍경으로 드러나고 빛은 주로 자동차가 만드는 도시의 거리 풍경으로 드러난다. 물은 고여 있거나 흐르지만 표면은 언제나 빛들의 윤무로 명멸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러나 도시의 빛은 자연의 빛이 아니라 인공의 빛, 자동차와 밤을 밝히는 전등의 빛이다. 그 빛은 도시를 이루는 대명사가 되었지만 실체가 없이 부화한 풍경을 연출한다.
물을 소재로 한 풍경은 가로로 길고 정적이다. 움직임을 찾아내기보다 그곳의 장소로, 그곳에 있는 그 자체로 충실하다. 나무, 언덕, 배, 물색과 물에 비친 주변들, 그것만으로 충족되고 있다. 그것은 선명하고 잘 묘사되어 있다. 원거리의 풀들조차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쩌다 등장하는 인물조차 풀과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선명하다.
거기 비해 빛 그 자체를 다루고 있는 도시풍경은 건물과 자동차, 아스팔트와 가로수 등 구체적 장소와 연관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비추는 빛에 묻혀 부분적으로 드러나거나 숨겨지고 만다. 분주한 일상이 있고 거리의 상점들이 모두 불을 밝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만 환한 빛 무리만 있을 뿐 그것들은 그 빛 속에 묻혀버린다. 겨우 퇴근길에 낱잔을 즐기는 수굿한 어깨의 남자 몇이 포장마차에서 뚜렷하게 보일 뿐이다. 육교도 가로등도 상점들도, 도로에 되비친 불빛들 사이로 거기 있지만 어둠 속에 혹은 빛 속에 가려져 숨겨진다. 아니 숨겨진 것이 아니라 지나쳐버리는 것으로 있다. 상세한 묘사가 목격되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잠시 빛 속에서 흐릿한 자태를 보인다. 도심은 대체로 회색톤으로 처리된 색조를 바탕으로 나이프나 붓이 스쳐지나가면서 사물들은 뭉개지고 언제나 미완 아닌 미완의 형태로 거기 있을 뿐이다.
그의 풍경에서 물은 낯이고 도시는 밤이다. 이 대비는 그를 싸고 있는 세상을 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우리 시대의 초상화가 있다면 이 두 얼굴임에 분명하다. 개울의 풍경은 먼 곳의 나뭇가지와 풀잎조차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도시의 풍경은 근거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동차와 가로등과 상점의 불빛에 의해 어둠 속으로 물러난다.
도심은 직사각형의 건축들로 구축되고 시간 집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면, 개울은 옆으로 길게 듬성듬성 나무들을 배치하고 언덕을 놓고 그 아래로 물을 배치하는 시간의 흐름을 보아내게 한다. 그것은 소재를 다루는 낮과 밤이라는 두 시각(時刻)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세계를 보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양면성이다. 사라지는 것들과 있는 것의 세계, 자동차와 빛이 그곳에 있고 나무와 물이 그곳에 있다.
불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지만 불로 표상되는 빛과 문명, 계몽과 편의는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낮 동안의 자연풍광은 적요하지만 자신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밤의 빛은 자신을 시끄럽게 요동치게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어둠에 밀린다. 오태석의 풍경은 이 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풍경이라는 소재가 원체 자신을 완강하게 지키기 때문에 서사를 구성하거나 다른 이야기가 개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풍경은 서사에 적절하지 않다. 그런 탓인지 그의 풍경은 풍경 밖으로 의미를 밀어내지 못하고 장소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인상이 없지 않다. 그러나 황재형 같이 서사에 성공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풍경은 보는 시선의 문제이지 풍경 자체가 부적절한 소재 같지는 않다. 자동차는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데 편리하지만 장소를 보게 하기보다 스쳐지나가게 한다. 물은 그 흐름으로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을 보고 읽게 한다.
오태석에게 물과 빛은 세계를 읽어내는 메타포다. 빛으로 드러나고 사라지는 세계의 양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이다. 습기로 글썽이는 두 풍경 사이에서 작가의 연민은 우리와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든다.

Profile

학력
경북 김천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4년 제5회 개인전, 가나인사아트센터 제3특별관, 서울
2013년 제4회 개인전, 김천 부항댐 준공 기념 특별 초대전, 김천
2013년 제3회 개인전, 특별 초대전, 김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 김천
2008년 제2회 개인전, 솔갤러리, 김천
2007년 제1회 개인전, 김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 김천

초대전
2006 캐나다 작가전, 캐나다
1993 타슈켄트예술의전당, 우즈베키스탄

단체전
2006-2010 홍익대학교 미술동문전, 공평아트홀·세종문화회관 전시실, 서울
남부미술제, 창원·울산
중국 교류전, 한일 교류전
그 외 200여회

수상
2006 캐나다 작가전 최우수상, 캐나다
1996 부산일보 미술대전 입상, 부산
1995 부산일보 미술대전 입상, 부산
1993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특선, 서울

E-MAIL  cmot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