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다른 시작

국립현대미술관

  1. 5. 26 ~ 9. 16

https://www.mmca.go.kr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을 9월 16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1960년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업체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의 주요 활동을 조명한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을 의미하는 E.A.T.는 예술가와 공학자 그리고 산업 사이에 더 나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1966년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와 로버트 휘트먼(Robert Whitman), 벨 연구소의 공학자 빌리 클뤼버(Billy Klüver)와 프레드 발트하우어(Fred Waldhauer)를 주축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6,000명이 넘는 예술가와 공학자가 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포스트모던 무용의 대표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등을 포함한 현대 예술의 유명 인사들과도 교류하며 서로 다른 영역의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환상적인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에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도한 33점의 작품과 단체의 활동과 작업 등을 담은 아카이브 100여점이 소개된다. E.A.T.는 예술과 과학 기술의 협업을 통해 인간 창의력의 최전선을 실험하면서 동시에 과학기술에 의해 인간이 소외되지 않도록 예술 및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인간적인 상호교류를 바탕으로 협업을 이끌어냈다. E.A.T.가 추구했던 가치의 중심에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그들이 협업을 통해 이뤄낼 멋진 신세계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협업의 시대’에서는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작가들 간의 공동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960년대를 돌아본다. 두 번째 섹션 ‘E.A.T.의 설립’에서는 E.A.T.가 비영리 단체로 출범하여 예술가와 공학자 간 체계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협업의 범위와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 과정을 소개한다. 세 번째 섹션은 E.A.T.의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여준 실험의 장이자 역사적인 퍼포먼스 ‘아홉 번의 밤: 연극과 공학’(1966)으로 채워진다. 총 10개의 퍼포먼스로 기획된 이 이벤트는 현대무용, 순수예술, 미디어, 음악, 영화 연극 등의 장르를 수용한 다원예술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섹션 ‘확장된 상호작용’은 E.A.T.의 활동이 예술과 기술의 협업에서 출발하여 교육, 에너지 생산과 재분배 그리고 환경 문제를 다루는 등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까지 확장되는 과정과 주요 활동들을 담는다.

첫 번째 섹션 ‘협업의 시대’에서는 키네틱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팅겔리(Jean Tinguely)의 대표작 <뉴욕찬가>(1960)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빌리 클뤼버와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브리어와의 협업의 결과물이다. 팅겔리는 뉴욕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수거해온 다양한 폐품으로 만든 길이 7미터, 높이 8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 단번에 뉴욕 미술계에서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하며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가 되었다. 스스로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증기를 내뿜다 자멸하는 이 작품은 당시 퍼포먼스로 불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는 기록 영상과 로버트 브리어의 오마주 영상 작품이 소개된다.

앤디 워홀과 공학자 빌리 클뤼버의 기술적 조언으로 완성된 풍선 오브제 <은빛 구름>(1966)은 전시장을 부유하며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협업 작품이다. 떠다니는 전구를 상상했던 클뤼버는 워홀에게 가볍지만 공기를 완벽히 밀폐시키는 군용 샌드위치 포장재를 재료로 한 작품을 제안하고 이를 함께 완성했다. 이 작품은 예술의 권위와 관습을 깬 시도로 혁신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자석 TV>(1965)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으로 TV에 자석을 대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해 화면에 다양한 추상 패턴이 맺히는 작품이다.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대중매체를 관람객이 완성하는 작품으로 당시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작품은 비디오 아트의 신기원을 열어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두 번째 ‘E.A.T.의 설립’에서는 단체의 본격적인 협업의 결과물들이 선보인다. 한스 하케의 <아이스 테이블>(1967)은 냉각장치를 갖춘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놓인 얼음이 전시장 공기에 녹고, 다시 동결되기를 반복하는 작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붉은 직선>(1967)은 로버트 휘트먼이 벨 연구소의 공학자 에릭 로슨과 래리 헤일로스가 함께 만든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대표 작품이다. 붉은 광선이 전시장의 벽면을 반으로 가르듯 직선을 그리며 나아가다 네 벽면을 모두 거치고 나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 다시 점이 된다. <붉은 직선>은 1960년대 초 레이저 기술의 발명과 예술이 만나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세 번째 섹션은 1966년 10월 뉴욕의 69 기병대 무기고에서 선보인 기념비적인 퍼포먼스 작업 <아홉 번의 밤: 연극과 공학>이 중심을 이룬다. 수십 명의 예술가와 공학자가 대규모로 협업한 이 공연 프로젝트는 9일 동안 10개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벤트였다. 이 공연은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과 기술들이 다채롭게 향연 되는 오늘날 ‘다원예술’의 모태가 된다. 이번 전시에는 공연 당시 기록된 10개의 퍼포먼스 공연과 현재 E.A.T.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줄리 마틴(Julie Martin, 1938년 ~ )이 공연에 참여했던 예술가와 공학자들을 1990년대에 다시 만나 인터뷰한 영상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 섹션‘확장된 상호작용’에서는 E.A.T.의 활동이 예술과 과학기술의 협업을 넘어 사회 참여 프로젝트들로 확산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로버트 브리어의 움직이는 대형 작품 <떠다니는 것들(Floats)>(1970)은 2미터 높이의 돔모양 입체 조형물로 분당 60cm이하의 느린 속도로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장애물에 부딪히면 스스로 방향을 바꾸어 움직인다. 작가는 관람객이 조각 작품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작품을 둘러싼 환경과 조응하며 감상자가 아닌 참여자로 작품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했다.

전시에는 E.A.T.의 창립 멤버인 로버트 휘트먼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서울 - 뉴욕 아이들 지역 보고서>(2018)도 선보인다. 서울과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11~ 13세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해 각자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촬영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디어랩과 뉴욕의 ‘컬쳐허브(CultureHub)’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영상통화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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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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