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담 : Shape of Memories

2018. 5. 16. – 6. 15.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http://sarubia.org/19


2010년부터 본격적인 회화작업을 시작한 임소담은 그동안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주제, 개념과 무관하게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기억, 습관에 의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낯선 긴장감에 이끌려 왔다. 작가는 그리기 이전의 모든 대상(이미지, 자연현상, 사건, 꿈, 내러티브 등)을 인식의 창을 통해 무의식 상태로 저장하고, 오랜 시간의 여정이 지난 후 다시 그 원형에서 몸의 촉수로 기억된 편린들을 끄집어내어 예측 불가능한 그림을 그려왔다.

임소담은 6년간 스냅 사진을 활용하여 무의식 상태로 향하는 기억의 단서를 포착했는데, 이 시점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그의 작업 노트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정말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교정하여 결과물을 부산물처럼 얻어내는 것에 있었다. 그 태도는 익숙함과 낯설음의 공존상태”라고 말했듯, 작가는 사진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창작함에 있어서 생각과 태도가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체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의 작업은 2012년 도자형식을 접했던 경험이 우연한 계기가 되어, 2015년부터 감각의 촉수를 여는 수단으로 도자 매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임소담 회화의 여러 성향이 변화한다. 2016년 ‘온그라운드 2’ 전시를 통해 작업의 형식과 태도가 변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식적 변화 이후 보다 진화한 모습이 사루비아에서 선보이는 전시이다. 사루비아 전시에서는 도자와 회화 두 매체가 경계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더 나아가 실재하지 않는 구조물을 상상함으로써 회화를 다른 감각을 통해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눈으로 보는 2차원의 시각에서 촉감으로 전해지는 3차원의 공감각으로, 동시에 프레임 안에서 사진이 인도했던 단일 시점이 프레임 밖에서 여러 시점으로, 순간 그려가면서 계속 길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확장한다. 과거의 사건, 내러티브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지점이 여러 대상들을 통해 예상치 못한 추상과 작가의 생각이 뒤섞여 이미지로 떠오른다. 그렇다보니, 형상에 대한 중요성이 줄어들고 자유로운 추상성의 붓질이 확장된다. 나아가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손(몸) 즉 촉감을 이용해 뭉쳐진 덩어리를 회화로 환원하기보다는 혼합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는 평면과 입체, 시각과 촉각 그리고 기억과 형상의 경계가 흐려지며, 감각을 통해 두 관계를 넘나드는 것을 전시연출에서 확인한다.

이관훈|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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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사루비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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