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규 : 조형사진–일어서는 빛

2018. 2. 2 – 3. 4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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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규, ‹경주 ’94 (Gyeongju ’94)›, Photo, cutting, 122x184cm,1995, 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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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성의 느림: 정재규의 작품세계
장-루이 푸아트뱅 (미술평론가/소설가)의 글 발췌 

정재규는 ‘조형사진’ 작가다. 그의 예술적 독창성은 ‘이면(裏面, l’envers)’이라는 핵심 개념과 사진 이미지를 5~10mm의 폭으로 가늘고 길게 ‘자르는 행위(découpage)’가 근간을 이룬다. 작가는 가시적인 것을 재구성하여 또 다른 길을 모색한다. ‘또다른 시선’도 가능함을 나타낸다.

정재규, ‹경주 (Gyeongju)›, Photo, cutting, 122x275cm, 1994, 가나아트.

사진들이 아무런 효과도, 특별한 미학적 추구도 없이 50x75cm의 크기로 인화됨은 분명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가는 가시성이 가진 진부한 모습과 사진 이미지의 지시적 즉물성을 동시에 변화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사진 이미지들을 체계적인 기법으로 일정한 폭에 맞춰 길게 자름으로써 사진이 강요하는 현실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피하는 동시에 가시성을 순수한 조형영역으로 투사한다. 정재규는 사진 이미지 자르기가 ‘이면’, 즉 이미지들의 ‘이면’, 현실의 ‘이면’, 세계의 ‘이면’, 지각의 ‘이면’을 향해서 열린 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구축 해야 하며 그는 순수 조형적인 방법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사진을 자르고, 잘린 이미지들을 올짜기하여 시각적 변화를 주는 행위는 무한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재규의 작품은 우리에게 이 ‘무한히 느린 시간’을 환기한다. 마치 맹점처럼 잊혀졌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시간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균형을 향한 갈망과 지혜의 필요성을 결합함으로써 조형 언어뿐 아니라 보편성의 문제에 새로운 형태로 도달한다.

정재규, ‹만 레이-마르셀 뒤샹 (Man Ray-Marcel Duchamp)›, Photo, kraft paper, weaving, 140x100cm, 2010, 가나아트

2005년 이후 정재규의 작업방식은 변화했다. 그는 더이상 사진 이미지들을 사용하지 않고 화집에 개재된 복제 이미지들을 잘라 포장지에 붙이거나 늘 해오던 방식대로 잘라서 올짜기 한다. 이를 통해 그는 ‘레디 메이드(ready made)’이론적 접근과 예술의 보편성에 그치지 않고 기호들의 자유, 기호들의 보편성, 기호들의 조형성이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임을 말한다.

누구나 사진작가인 시대에 정재규는 누구나 ‘조형작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지의 ‘이면’에 있다. 이미지 속에서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제 이미지의 포화 상태가 치명적이기는 커녕, 새로운 자유의 근원일 수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자유에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우상 파괴주의적인 제스처로 이미지를 자르고 해체한다. 동시에, 가장 엄숙한 제스처로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복합적이며 눈부신 장면을 재구성하여 이미지의 위장 마술에서 벗어난다. 이러한 가시성은 현실의 복제성 너머를 볼 수 있어야만 간파할 수 있다. 이것이 정재규의 작품이 우리에게 말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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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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