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광주 (1)김화람

광주

젊음의 열기가 만드는 빛의 조화
〈빛 2016〉 2016.11.30~2.26 광주시립미술관

사진, 조각, 설치, 회화, 영상 등 시각예술 장르를 망라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전국 시·도립미술관 큐레이터와 평론가들의 추천 및 심사과정을 거쳐 선별된 김인숙, 김화람, 이승수, 정광희, 홍원석 총 5명의 작가는 독특한 시각과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업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재일교포 3세 김인숙은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서있는 교포들이 겪는 정체성의 아노미를 사진기로 포착했다. 김화람은 금속성 철판에 새겨진 텍스트 사이로 빛을 투과시켜 몽환적인 환영의 공간을 선보인다. 제주도 출신의 이승수는 돌과 구리를 이용한 공간 설치작업을 진행했는데, 구리선의 감각적인 조각 사이로 채워지는 그림자의 음영이 독특하다. 정광희는 서예와 한국화를 접목한 수묵 설치 작업을 통해 동양화의 현대적 접근방식을 고민했다. 홍원석은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불안한 시선으로 아버지와의 추억을 따라가며 애잔한 그리움의 정서를 영상에 담았다. 작가마다 전시공간이 독립돼 있어 각각의 고유한 색감이 잘 드러나 지루하지 않은 동시에 저마다의 개성이 어우러져 발산되는 통일성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6년간 청년작가 지원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온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뜻과 같이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는 작가가 늘어나 그들이 만들어가는 빛의 조화를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사업부 대리

제주

제주의 감귤농원에서 만나보는 백남준
〈백남준 언플러그드〉 2016.11.12~2.28 중선농원 갤러리2

제주
작가 백남준 작고 10주년을 기리는 전시가 제주 중선농원 갤러리2에서 열리고 있다. 감귤 창고를 개조한 전시공간에는 비디오 조각부터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관객을 맞이하고 백남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회화작품 〈노(魯)〉와 드로잉 작업 〈무제〉는 백남준의 중학교 동창인 공로명(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의 소장품으로, 백남준이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한 것이기도 하다. 크고 화려한 그림보다 편지 같은 소박함이 느껴지고 백남준의 인간미가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오른편에는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를 형상화한 〈블루 붓다〉가 있는데, 네온사인과 TV로 형상화한 부처는 기계와 인간, 육체와 정신, 동양과 서양,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 위치하며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선뜻 결정하기 힘든 어떤 교차 지점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1994년 백남준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뉴욕 구겐하임 전시의 보증인이자 컬렉터로서 인연을 이어간 김수경 문인의 소장품이다. 새장 안에 소형 모니터, 무전기, 청자 그릇이 있는 〈케이지 5〉는 목기 컬렉터로 알려진 작가 김종학의 소장품이다. 안에 담긴 TV와 청자에서 현대와 전통, 김종학과 백남준의 관계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TV 화면에 나타나는 존 케이지의 모습에서는 그가 백남준의 작업세계 확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으며 그 의미가 어떠한지 가늠하게 한다.
언플러그드는 ‘전기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번 전시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뿐 아니라 작품에 전원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과정, 즉 언플러그드된 백남준의 작품에 보다 집중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이를 위해 소통한 흔적, 그리고 그와 교감하고 교류한 지원자와 동료 또한 작품 너머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승미 미술사

김화람 작업 설치 전경

전주

미술 언어로 만나는 동학(東學)
〈동학(東學)〉 2016.12.9~2.5 전북도립미술관

송만규_新全州和約 - 평화통일이다_장지에 수묵채색_세로 280센치, 가로 1,030센치_2016

송만규 〈 新全州和約-평화통일이다 〉 장지에 수묵 채색 280×1030cm 2016

예술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정신을 이끌어내는 전시가 〈동학〉이란 이름으로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북에서 발생한 동학농민혁명과 그 모태가 된 동학의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다. 단지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고자 관계자들은 전시에 앞서 현장을 답사했고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이광재의 특강도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롭게 제작된 작품과 동학에 관련된 기존 작품을 합하여 총 70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전시에 참여한 19명의 작가는 상상력을 입힌 작품으로 오늘의 문제 혹은 민주주의의 가치, 정권의 부패와 이에 대한 척결 등 동학의 정신을 환기하고 있다. 외세 일본군에 맞서는 민중의 힘을 동학으로 보여주는 여러 회화작품부터 전봉준 묘지를 만들고 이에 참배하는 관객이 그 흙을 한 봉투씩 가져가게 하는 박문종의 설치작업 〈전봉준지묘〉, 최제우의 얼굴이 가끔씩 서양 사람의 얼굴로 바뀌는 영상작업을 통해 서구 열강에 맞선 동학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박경종의 〈동학〉, 그리고 동학농민들과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맞서는 군사적 장면들을 세로 4.8m 가로7.5m 규모의 거대한 화면에 담아낸 서용선의 대작 〈동학농민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해석과 표현방식으로 동학을 이야기하였다. 비교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대전

대전의 국제예술가모임 DJAC를 아시나요?
〈제10회 정기 전시회〉 2016.12.8~13 우연갤러리

대전 수니혼2

수네 혼 〈 Bound by Fiction 〉 구리, 석고, 황동 15×17×23cm 2016

미국, 남아공, 아일랜드, 캐나다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대전’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이는 ‘대전국제예술가모임(DaeJeon Arts Collective, 이하 DJAC)’을 만들었다. 모임이 결성된 2011년 당시엔 회원 대다수가 외국인이었지만 점차 한국 작가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조합 형태의 이 모임은 매년 봄가을에 정기전을 갖는데 지금까지 25명의 작가가 창작워크숍, 연극, 콜라보레이션 회화 등을 진행해왔다. 올해 전시에서는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과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작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전문 작가부터 아마추어 작가까지 DJAC는 어느덧 기량을 쌓은 작가를 다수 배출하며 대전 예술의 어엿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유현주 미술평론

부산

작가 최영림의 화골
〈최영림 드로잉전〉 2016.12.3~18 인디프레스 부산

부산
청사포에 위치한 인디프레스 부산에서 작가 최영림 탄생 100주년 기념 드로잉전이 열렸다. 최영림은 1930년대 후반 일본의 다이헤이요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일본 판화를 대표하는 무나카타 시코의 문하생으로 목판화를 익혔다. 또 그의 고향인 평양에서 박수근, 장리석, 황유엽 등과 주호회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임에도 100주년을 맞이한 이중섭, 유영국에 비해 저평가 된 최영림의 작품세계와 생애를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6·25전쟁 당시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검은색이 주조를 이룬 ‘흑색시대’를 이루었고, 이후에는 캔버스 위에 모래와 흙을 뿌려 표현한 ‘황색시대’가 이어졌다. 그림의 뼈대라고 하여 드로잉을 ‘화골(?骨)’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번 전시에는 황색시대에서 설화시대 사이, 1969년부터 1970년 사이에 제작된, 최영림 작품의 모티프라고 할 수 있는 드로잉 23점이 전시됐다. 나부, 선녀도, 여인과 소, 나부 군상, 불상, 보살, 심청전 등 최영림만의 자유분방한 필치가 두드러지며 대범한 선묘 사이에 무심한 듯 사용한 색, 스케치북이 겹치면서 생긴 그림 자국들이 각각의 작품에 희미하게 번진 모습 등이 흥미롭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대구

기억할 그리고 살아갈 역사 속에서 여성인권의 길을 찾다
〈자갈마당시각예술아카이브: 발화, 문장의 외부에 선 행위자들〉
2016.11.23~2016.12.4 봉산문화회관

대구 윤동희

윤동희 〈언니의 배〉 채색된 꽃신, 단채널 비디오 (각)45×197.5×54cm 가변크기 2016

대구에는 속칭 ‘자갈마당’이라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1908년 허가받은 매매춘, 즉 공창 지역이던 대구읍성 북서쪽(지금의 중구 도원동) 일대 야에가키조(八重垣町) 유곽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윤락행위등방지법’ ‘성매매특별법’ 등의 정책이 발효되었음에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종사 인원 200여 명에 달하는 40여 개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100년 이상 존재해온 자갈마당이 비로소 폐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갈마당이 여성 인권 침해라는 당위성의 논리로 폐쇄되는 것이 아니라 도심 개발과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폐쇄된다면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여성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폭력적으로 밀려나게 된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지역 개발에 의해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묻혀버리는 과거가 될 자갈마당을 통해 묵시적으로 방관되어온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성매매 여성이 처한 비인권적 현실을 환기하고자 〈자갈마당_기억 변신 프로젝트〉를 주관하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전시를 기획한 최윤정 큐레이터는 “자갈마당을 둘러싼 서사에서 철저한 ‘바깥의 행위자’로서” 연구자 또는 관찰자의 역할로 대상을 객관화하고자 하였다고 언급한다. 13팀의 참여작가가 함께 조사하고 연구한 과정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담긴 작품들은 자갈마당이라는 장소와 역사, 인권문제에 대한 예술가들의 발언이다.
이민정 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