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소장품 특별전〈조선백자〉

백자_이대박 (3)

백자_이대박 (7)

관념과 수사를 지운 조선백자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5.27~2016.1.30

근래에 조선 백자와 관련된 전시를 여럿 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청화백자전>와 호림박물관의 <백자호전>, 서울미술관의 <백자예찬전> 등이 그것이다. 이화여대박물관이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조선백자전>(5.27~2016.1.30)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한 형태와 순백의 색감으로 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백자다. 또한 ‘관조’나 ‘고요’와 같은 키워드와 더불어 한국적인 미, 한국성에 관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온 것도 백자였다. 그래서인지 백자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그려졌다. 본래 백자는 조선시대에 사용된 실용적 차원의 물건이자 유교적 이념을 투여하는 상징적 매개이기도 했다.
그런데 1930년대 그 백자는 조선의 중요한 전통으로 불려나왔다. 야나기 무네요시를 비롯한 몇몇 일본인의 심미감이 작동한 결과이다. 한국의 도자기는 한국인이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의 아름다움은 일본인의 안목의 산물이었다. 타자의 시선에 의해 백자는 조선의 의미 있는 미술품이자 전통이 된 것이다. 그러한 동양주의의 담론 속에서 김환기, 도상봉과 같은 작가들이 즐겨 그렸고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몇몇 작가가 백자의 백색을 원용한 단색의 추상화를 그렸다. 오늘날도 여전히 백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업들이 줄을 짓고 있으며 대표적인 전통으로 호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전통이라고 여기는 백자를 둘러싼 표상과 개념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전달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리라. 어떤 고정된 전통문화 원형론이나 본질론에서 벗어나서 ‘골동이 되어버린 옛것에 새것의 아우라를 뒤집어씌우는 그 원동력’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의 주체가 경험하는 당대성으로 인해 가능하다. 그간 백자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나 과잉된 관념적인 수사는 백자와는 다소 무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서구현대미술과 전통을 결합시켜 한국적 모더니즘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 아래 재단된 혐의도 있고 타자들의 시선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려는 욕망으로 형성된 것이기도 했다. 한국미와 이의 현대화란 문제를 다분히 조선조 문인의 미적 취향, 백자 등으로만 제한해 소재주의화하거나 전통을 박제화 시키는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화여대박물관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백자에 들러붙은 기존의 선입관이나 여러 수사를 지우고 오로지 백자 그 자체만을 차분히 감상하게 해준 전시다. 어떠한 수식도 없이 ‘조선백자’라는 타이틀을 내건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선 전시공학적인 측면에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고 전시된 백자의 양과 수준이 일품이다. 시기별로, 종류별로 분류된 600여 점의 백자를 찬찬히 감상하게 해준 이번 전시는 백자만을 중심으로 꾸민 최대 규모의 전시로 기억될 것 같다. “500여 년간 조선이 추구했던 왕조의 이념과 예제 준행의 실천과정에서 만들고 진설했던 백자의 결백하고 견실한 격식과 그리고 상층부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애호하고 실용했던 풍부한 조형미를 다채롭게 펼쳐보이”고자 한 이 전시는 전시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조선시대 백자의 용도, 기형, 문양 등을 시기별로 되돌아보게 한다. 기존에 백자에 들러붙은 모든 수사와 욕망을 모두 지운 자리에서 오직 저 순연한 순백으로, 혹은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한 백색의 변주 앞에서, 기이한 기형의 오묘함 앞에서 말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

백자철화운용문호(누끼요청)

<백자철화 운룡문 호> 높이 45.8cm 조선 17세기 (보물 제645호)

백자청화 국화문병

<백자청화 국화문 병> 높이 36.4cm 조선 19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