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주명덕 개인전〈蓮 PAD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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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모인다

‘연(蓮)’만큼 그 의미가 고정적인 상징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 연을 불교와 연결지어서 생각하니 말이다. 진흙에 뿌리박고 서서 그리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도 찬란한 꽃을 피우는 연은 그래서 흔히 몸은 세속에 있으나 더렵혀지지 않는 영혼을 지향하는 불교의 교리와 맞닿아 있다. 한미사진미술관(4.23~6.18)에서 열린 주명덕의 개인전은 바로 그 <연 PADMA>로 명명된 바, 일견 종교적 색채가 짙은 전시인가 했다. 그러나 웬걸. 정작 그는 특정 종교를 신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PADMA’는 산스크리트어로 연을 뜻하는데, 작가는 “소재가 지니는 불교적인 느낌”을 지우고 작업했노라 고백했다.
전시장은 그가 사계절 흑백으로 촬영한 연으로 채워졌다. 반사되는 수면 위 연엽은 물론, 화려하게 개화한 모습부터 그것이 소멸하는 모습까지 과정이 마치 시간의 순서로 배치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바, 그에게 연은 그 자체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서 태어나 다시 물로 돌아가는 연은 자연의 섭리를 보여준다. 주명덕의 연은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과도한 개입 없이 담담하게 보여주기에 그 공명이 크다. 그래서 전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는 순간부터 마지막 작업을 볼 때까지 사진 각각이 가지는 의미보다 전시 전체의 맥락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특정한 사건에 기대어 전개되는 단막극이 아닌, 면면히 흐르는 감정 기복을 품은 한 편의 장편 서사시(敍事詩)를 보는 듯하다. 생명의 생성과 소멸 과정에 만개한 꽃이 주는 감흥에 비견되는 아름다운 시절도 있다. 그러나 그 꽃의 만개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적절한 양분이 공급되어야 하고, 또한 온도와 일조량도 뒷받침 되어야 이뤄지는 실로 오묘한 조화의 결과다. 게다가 개화는 곧 다음 생의 잉태와 생산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낙화(洛花)로서만 가능하다. 주명덕의 이번 전시는 느리지만 분명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작가의 지난한 관찰과 기다림, 변화의 예리한 포착, 그리고 수십 년 카메라와 함께 한 작가의 생의 태도 등이 합작한 결과다. 그러니 이 또한 생명의 생성과 소멸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왜 연을 대상으로 선택했는지 이유가 이해가 갈 듯하다. 한국 근현대사진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작가는 자신이 직접 드러나거나, 의도하는 바를 극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으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한 작업이 모여 그 자체로 역사가 되었듯, 찰나가 모여 연속된 시간이 된다. 연은 바로 그 편린과 같은 시간의 부분이요, 그것의 생장과 소멸은 역사가 된다.
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