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최재은 개인전 – The House that Continuously Circul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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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장소, 오래된 시간의 기억

독일과 일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최재은의 개인전 <순환이 지속되는 집(The House that Continuously Circulates)>(6.23~9.21)이 열리는 체코 프라하국립미술관 성아그네스 수도원은 그야말로 수도원의 아우라를 고스란이 간직한 곳이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프라하 1구역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목길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에 시끄러운 세상에서 분리된 차분함이 유지되고 있었다. 13세기에 지어진 이 수도원은 1963년부터 국립프라하미술관에 속해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재은의 개인전 <순환이 지속되는 집>은 이 공간의 역사와 분위기 그리고 건축적 구조 등과 맞물려 차분하지만 묘하고 또한 역설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방문 당시 전시를 앞두고 한창 설치에 몰두하고 있던 작가는 설치된 장면을 최대한 보여주겠다며 기자와의 만남을 하루 늦추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전시는 꽤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었다. 최재은은 2008년 이 미술관에서 열린 <프라하트리엔날레(ITCA)>에 참여, 이번 전시에 대한 영감을 받고 미리 200×100cm의 일본산 종이다발을 화학처리해 수도원 뒤편에 묻어두었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World Underground Project>의 연계선상에 있다. 평소에도 오래된 종이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는 최재은이다. 약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색이 바랜 종이들은 수도원 중앙홀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시간의 흐름을 담은 듯 빛바랜 종이에는 ‘1955’, ‘LUCY’ 등의 텍스트를 출력해 기록하고, 그리고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간 꽃, 암석 등을 올려놓았다. <Paper Poem>으로 명명된 이 작업은 한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하나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비가시적인 시간의 흐름은 최소한의 작가적 개입에 의해 수도원이라는 공간과 어우러져 큰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에 출품된 <Two Anežskys>도 마찬가지. 오래된 종이에 “YOU ARE IN ME I AM IN YOU”를 출력해 바닥에 깔고 비즈 등으로 장식한 의자와 그렇지 않은 원래의 의자를 마주보게 설치했다. 최재은은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정지된 대기처럼 잔잔히 전하고 있다. 싱싱하게 피어있는 꽃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촬영해 완전히 말라버린 꽃으로 마무리한 <Somebody is there-Nobody is there>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전시를 주관하는 프라하국립미술관의 근현대미술부 디렉터 헬레나 뮈실로바(Helena Musilová)에게 이번 전시에 대해 물었다.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체코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1.25~4.21)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그다. 그는 최재은의 전시에 대해 “이곳에서 최재은 작가처럼 설치작업을 하는 작가를 초청하기는 처음”이라며 “성아그네스 수도원이라는 특정장소에서 한국인과 유로피언의 생각이 혼합된 작품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프라하=황석권 수석기자

Somebody is there, nobody is there  c-print 150×100cm 2014

Somebody is there, nobody is there c-print 150×100c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