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광주비엔날레 2014 – 터전을 불태우라, 살아있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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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아  독립 큐레이터  

<터전을 불태우라>는 문자 그대로 불태움과 변형, 말소와 혁신, 구속과 투쟁, 소비와 소외, 상실과 회복, 젠더와 성정치, 실재와 가상, 도시와 이민 등 사회적 규범들과 예술의 관계 속에 나타나는 저항과 도약의 이미지들로 꽉 차있다. ‘불’과 ‘집’, 그리고 ‘태우다’라는 반복되는 주제를 통해 부각되는 문화 정체성,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의 반복과 재구성, 과거 작품의 재생과 기존 작품의 해체와 재조합, 그리고 미술관 전체를 관통하는 안무적 디스플레이는 개별 작품이 수행하는 각각의 욕망과 욕구를 ‘재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가능성의 지평’으로 확장시킨다. 이러한 전시 맥락 안에서 퍼포먼스는 과거와 현재, 정립과 반정립, 체제와 반체제의 혁명적 잠재력을 체화(體化)하면서 관객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해 사회적 정치적 역동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5개의 전시 공간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상호 소통하면서 터전을 불태우라는 대주제 아래에서 통합된다. 각 전시장의 입구와 출구에는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를 확장시키는 설치, 사운드 혹은 퍼포먼스와 같은 장치가 배치되는데, 이들은 관객의 기존 관람방식에 개입하면서 몸의 물리적 자극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시대성에 집중하도록 한다. 알로라 & 칼사디야의 <음계(기질)와 늑대>는 정렬된 20인의 인위적인 환대의 제스처를 통해 전시장 입구를 차단함과 동시에 경계를 넘어서는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영역을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확보한다. 우르스 피셔의 아파트를 재현한 건축물 <38 E. 1st St.>의 입구에 배치된 피에르 위그의 <네임 아나운서>는 입장하는 관객의 이름을 실내로 호명하면서 안과 밖의 경계를 확장한다. 호명된 이름은 건축물 내부를 뒤덮은 3D 디지털 프린트 벽지의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와 그 안에 애매하게 배치된 뜬금없는 예술작품들과 어색한 혹은 불편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수행력(performativity)은 퍼포먼스가 아닌 조각과 설치, 회화를 통해서도 획득된다. 제1 전시장 출구에 설치된 구정아의 <그것의 영혼>은 흔들리는 벽을 통해 출구의 위태로움을 경험하게 하며, 제2 전시장 입구의 피오트르 우클란스키의 <무제(크게 벌려)>는 마치 목젖을 통해 인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을 느끼게 한다. 제4 전시장의 출구에 설치된 카르슈텐 횔러의 <일곱 개의 미닫이문>은 입구의 <음계(늑대)와 기질>에 대한 답변으로 무한 반복되는 출구와 입구의 운동성과 함께 유년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본전시에서 퍼포먼스는 역사의 허구성을 표출하고 사회적 규범을 비판하면서 과거의 순간과 운동, 작품,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일본작가 에이 아라카와와 한국 공연기획자 임인자는 아스팔트라는 가상의 광주지역 극단을 창립하고 1980년대 독재정권의 억압 시대에 활동한 연극 집단의 인물들을 재조명한다. 레나타 루카스의 아파트 창문 <불편한 이방인이 될 때까지> 앞 횡 한 광장에서 펼쳐지는 홍영인의 <5100:     >은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록물에서 발췌한 이미지들을 동시대의 움직임으로 안무한다. 로만 온닥의 <시계태엽장치>는 시간과 관객의 관계를 공간 속에 육화(肉化)하고 그 흔적을 축적한다. 관객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 시간의 감옥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감금된 채 사라져간 수많은 희생자의 억압된 삶을 떠올린다. 미술관의 구조적 개입을 통해 완성되는 옥인콜렉티브의 <작전명: 님과 노래를 위하여>는 미술관 방송시스템을 점유하며 비상사태의 순간에 폐체조(肺體操)를 준비하는 역설적인 작전을 제시한다.
개막 기간에 선보인 세실리아 벵골레아 & 프랑수아 세뇨와 정금형의 도발적인 안무는 본전시가 꿈꾸는 쾌락적이고 유희적이면서 급진적인 사건의 소용돌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댄 플레빈의 붉은 네온 라이트 <매복으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기념비(내게 죽음을 상기시켜준 P. K.에게> 앞에서 공연된 벵골레아 & 세뇨의 <실피데스>는 신화 속 공기의 요정을 연기한다. 검정 라텍스 주머니에서 잉태된 요정들은 삶과 죽음, 환상과 실재, 그리고 가능과 불가능성의 관계를 재구성하면서 몸이 가지고 있는 현전성을 부각시킨다. 정금형의 <심폐소생술 연습>은 바닥에 누워있는 연습용 마네킹과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움직임을 통해 사물에 존재성을 부여하고, 죽음으로 인해 인간의 존재성을 획득하는 역학관계를 드러낸다.
<터전을 불태우라>에서 퍼포먼스는 전시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시각예술의 한 매체로서 몸과 정체성, 움직임과 정치성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 현대미술에서 퍼포먼스는 더 이상 스스로의 정체성에 만족하지 않고 주변의 것들과 관계하면서 오히려 이를 전복하고자 한다. 퍼포먼스를 포함한 400여 점의 작품은 전시장을 감싸는 검붉은 연기, 꿈틀꿈틀 앞으로 기어 나오는 문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난로, 그리고 쉴 곳을 잃은 유골들의 컨테이너와 함께 살아있는 무대를 연출한다. 문화사가 하비 파커슨이 말했듯이 근대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변화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터전을 불태우라>는 경직된 사고와 고정된 관점을 불태우고 여전히 반복되는 역사 속에 사라진 저항정신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다. 이 모험이 지금 여기에서 다시 출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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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하이네켄 <뉴스 아메리카에서 깨어나다> 복합재료 1986

작은 방으로 꾸며진 전시장 안에는 뉴스 이미지가 모든 면에 도배되어 있다. 마네킹은 뉴스를 보면서 보이고 들리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미국 시민을 의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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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지안이 <쓸모없는> 혼합재료 2004

지인들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받아 그 이유를 메모로 붙이고 물건들을 기능별로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배치했다. 중국의 물질문화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찰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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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타 루카스 <불편한 이방인이 될 때까지> 2014

비엔날레 전시관 남측 파사드에 맞은 편에 보이는 아파트 창문을 재현했다. 한국 사회의 획일화된 주거환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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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라카와 & 임인자 <비영웅극장(극회 광대, 놀이패 신명, 극단 토박이, 가상극단 아스팔트의 극중인물 연구> 설치 2014

두 작가는 1980년대 시민들의 저항의식을 고취시키는 극을 상영한 극단들을 토대로 제3의 가상 극단을 만들고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인물 군상을 그려내었다.

interview

협력큐레이터 에밀리아노 발데스(Emiliano Valdes)

  “이번 비엔날레의 도전은 젊은 작가,  새로운 작업”

EMILIANO 2이번 전시에 참여하기 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개인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과테말라 출신으로 런던과 메데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콜롬비아 메데인에 있는 현대미술관에서 수석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5년 넘게 과테말라 소재 스페인문화센터(Centro Cultural de España)에서 비주얼아트의 큐레이터이자 책임자로 일했으며, <도큐멘터 13(dOCUMENTA13)>와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the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현재 《컨템포러리 매거진》을 발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식의 형태, 공공 프로그램 생산, 예술과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 사이의 관계에서 예술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소감을 말해달라.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전시에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며, 전문적인 팀과 같이 일하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비엔날레가 해마다 성장하고 전문적으로 변화해갈 뿐만 아니라, 이전에 행해졌던 비엔날레와 같이 획기적인 전시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시카 모건과 함께 일하면서 일하는 스타일, 전시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제시카는 매우 기민하고, 영특하며, 철저한 큐레이터다. 그녀와 함께 일한 것은 영광이었다.
전시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인상깊은 에피소드를 말해달라.
이번 비엔날레의 도전은 대규모의 연구, 제작 지원, 향후 설치가 요구되는 많은 수의 새로운 커미션 작업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놀랍도록 전문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하면서 우리는 작품들이 최고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했다.
이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이나,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전시에 참가한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들은 (비록 이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진 않을지라도) 개인으로서 또는 그룹으로서, 모두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리하며, 사려 깊고, 유능한 작가들이다. 그들을 알게 되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리서치 과정 역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협력큐레이터 파토스 우스텍(Fatos Usteck) 

 “동시대 한국미술의 토대를 들여다본 보기 드문 기회”

FatosUstek이번 전시에 참여하기 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개인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이스탄불 출신으로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독립큐레이터이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의 린코핑 대학에 출강하고 있으며 작가   퍼 휴트너(Per Hüttner)와 함께 2015년 봄 개관하는 스톡홀름 노벨 뮤지엄(Nobel Museum)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16년에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열릴 그룹전 준비를 하고 있다. AICA Tr의 멤버이며, 국제적인 미술 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미술잡지 《Nowiswere》을 창간해 필진으로 일했다.
협렵 큐레이터라는 개념이 모호하다. 이번 전시에서 당신이 진행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나와 에밀리아노 발데스는 전시 준비 초기단계부터 협력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배은아 씨는 올해 초 진행 도중에 합류했다. 우리의 역할은 다양한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었는데, 작가 리서치를 하는 것부터 제작 과정을 확인하고 기금 지원서를 작성하고, 예산 범위를 설정하고 대출 목록을 작성하는 일 등이었다.
전시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말해달라.
전시 콘셉트를 정하는 과정에 작가 리서치 기간을 여유있게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자료에 접근하면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왜냐하면 영어로 번역된 출판물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좀 더 심도 있는  정보를 얻고 리서치를 풍부하게 하기위해 많은 큐레이터와 역사학자와 대화도 많이 나눴다.
이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이나,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한국 예술신이 젊고, 드라마틱하며,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상에 대한 개념적인 관찰뿐 아니라 미디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예술적인 흐름이 존재한다. 동시대 한국미술의 토대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한국내의 미술흐름과 공예의 역사를 배우는 것도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큐레이팅 리서치 내내, 세대 구분없이 다양한 예술가들을 탐험하고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이러한 예술신도 미술시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시장의 요구안에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술가가 많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나는 비엔날레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았으며, 이들 대부분이 1970~1980년대를 관통하는 역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슬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