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표류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_Panorama1

긴급 앙케트, 국립현대미술관을 진단한다

전임 관장의 불미스러운 퇴진과 장기간의 공석 끝에 관장 재공모 논란에 휩싸인 국립현대미술관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한 《월간미술》은 미술관계자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214명에게 설문지를 발송했고, 이중 60명이 참여했다. 설문은 총 25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4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첫째 ‘관장 재공모와 관련된 긴급 현안’, 둘째 ‘표류하는 MMCA’, 셋째 ‘MMCA 전시에 관하여’, 넷째 ‘서울관에 관하여’가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의견을 들었다.
설문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이번 문체부의 관장 재공모 방침을 ‘잘못된 일(78.3%)’로 받아들였으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문화체육관광부(68.8%)’로 돌렸다. 이는 재공모 결정까지 8개월이 걸려 관장 공석이 장기화한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며 더욱이 문체부 장관이 나서서 외국인 관장까도 고려한다는 의사를 피력해 논란에 더욱 부채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관장 선출방식 문항에는 ‘현행(공모제)유지’(28.8%), ‘추천제’(27.3%), ‘임명제’(19.7%) 순으로 답했다. 하지만 현 관장 선출방식인 공모제에 대해선 ‘반대’(63.3%)가 ‘찬성’(28.3%)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공모제가 가장 공정한 선출방식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현행 공모제에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재공모를 통해 선임될 관장이 갖추어야 할 주요 덕목으로는 ‘미술(관)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81.8%)을 압도적으로 주문했다. 이는 관장의 유형을 묻는 후속 문항에서 압도적 응답을 받은 ‘국내 미술현장 전문가형’(80.0%)과 응답률이 비슷해 미술인들이 바라는 관장은 미술현장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입증했다. 재공모를 두고 미술인들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선 ‘모르겠다’(48.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시위형식의 집단행동’과 ‘사태관망’이 각각 26.0%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최종 후보로 거론되던 후보자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못했고, 재공모로 가닥이 잡히면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신임 관장 선임에 더욱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항목에는 10점 만점에 ‘4점’(38.3%)과 ‘6점’(33.3%)이라고 응답한 이가 많았다. 미술계 내부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미술계를 대표한다고 보느냐는 문항에는 ‘그렇다’(67.2%)가 ‘그렇지 않다’(25.9%)를 크게 앞질러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재 상황과는 별개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계에서 갖는 의미가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 국립현대미술관이 ‘현재 위기’(82.8%)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으며 위기를 야기한 문제점으로 ‘관장의 장기 공석’(31.6%). ‘전시내용과 수준’(30.1%)을 꼽은 이가 많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만족도 문항에는 10점 만점에 ‘6점’(45.0%), ‘4점’(28.3%)으로 대답한 이가 많아 전시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음을 보여줬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기획력 부재’(66.7%)를 첫손에 꼽았다. 이는 ‘전시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점’을 묻는 항목에 ‘기획 전반의 책임 및 자율성 보장’(56.4%)이 다수의 응답을 획득한 것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술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며 개관한 서울관에 대한 만족도는 앞선 항목의 만족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 10점 만점에 ‘4점’(39.0%), ‘6점’(32.2%)으로 응답한 이가 많았다. 접근성과 부대시설(60.7%), 설립(존재) 자체(32.1%)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으나 전시에 대해선 불만족(69.2%)이란 응답이 70%에 육박했다. 즉 하드웨어에 대한 만족도를 콘텐츠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접근성(79.7%)을 서울관의 최고 장점으로 꼽았으나 전시 및 프로그램 과잉에 따른 질적 저하(42.9%)를 부정적 평가항목으로 선택한 이가 많은 것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번 설문을 통해 확인된 것은 미술인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우리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바를 결코 경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술계, 그리고 동시대 미술문화를 상징하는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관 개관으로 외형적인 성장은 가시화했지만 그러한 성장에 걸맞은 전시 등 미술관 본연의 기능은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술인 대부분은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학예기능의 역량 강화를 꼽았다. 이번 신임 관장 재공모 결정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상급기관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와 정치력 부재를 드러냈다. 이는 전시를 비롯한 미술관 고유기능에서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제도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빚어진 결과라 하겠다.
황석권 수석기자

<설문 참여 60인>
강선학 강재현 고충환 김달진 김동일 김만석 김민기 김 석 김승영 김용익 김윤경 김정헌 김지연 김지원 김학량 남선우 노순택 노형석 류병학 문혜진 박소현 박영숙 박우홍 박인권 반이정 배종헌 백 곤 백기영 변길현 서상호 서준호 손성진 송미숙 신승오 안경화 안규철 안인기 양은희 양지윤 유진상 윤규홍 윤우학 이명옥 이선영 이영란 이영주 이용우 이태호 임근준 임종은 장동광 정정엽 정준모 정진우 조광석 조은정 채은영 최금수 최 열 하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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