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the 56th Venice Biennale

전광영

베니스의 한국 작가들

임종은 전시기획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베니스 일대에서 다수의 한국작가가 40여 개에 달하는 병행전시와 기획전에 참여하거나 개인전을 열었다. 이는 세계적인 미술 빅이벤트 현장을 찾은 각국의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및 미술계 관계자와 조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월간미술》은 베니스 현장에서 벌어진 우리 작가들의 활동을 담았다.

올해 베니스는 한국 작가 다수의 비엔날레 본전시 참가, 임흥순의 수상소식 등으로 더욱 매력적인 현대미술의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고조된 비엔날레의 분위기 속에서 국가관과 본전시장 이외에도 베니스 섬 곳곳에서 한국 작가들의 기량을 만끽할 수 있었다. 국제전이라는 쉽지 않은 여건 속에, 특히 베니스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연다는 만만치 않은 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작가들의 전시는 한정된 기간에 다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20대 작가부터 30~40대 작가뿐만 아니라 원로작가들과 유고작가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골고루 볼 수 있었다.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전시도 여러 형태로 구성되었다. 게릴라전을 표방한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전시,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개인전, 베니스의 대학전시장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 비엔날레 병행전시의 일환이면서 해외 미술관 기획 특별전 등 이 기간 베니스에서 열릴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전시 형태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수상버스 정류장과 전시장 등 주요 거점에서 한국 작가들의 전시홍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전시 <The Light, The Shade, The Depth>의 포스터를 보니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 소개된 작품을 연상케 했다. 잔잔한 이미지 속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영문이름 ‘김민정’이 적혀 있어 밀라노와 파리를 근거로 작업하는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됨을 알 수 있었다. 한국보다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비엔날레 전시장인 아르세날레 초입의 카 보토(Ca’boto)를 방문했다. 전통 재료와 기법을 이용한 김민정의 작품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삶과 역사가 담긴 공간(카보토)과 작품을 통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학적 접근방식이 구현된 은은하고 차분한 화면이 잘 어우러졌다. 이번 개인전은 앤 다이안 갤러리를 통해서 전 바젤미술관 관장이자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 커미셔너 등을 지낸  스위스 출신 큐레이터이자 미술사가  장 크리스토프 아망이 기획하였다.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박병춘의 전시는 문화예술 기업인 ‘체네 인터내셔널’ 주최, 카포스카리대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 대학은 본관 전시장에서 브루스 나우먼 등의 전시가 열리는 등 세계적 예술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곳에서 박병춘 작가를 만나 개인전 준비의 어려움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인 최초로 유서 깊은 전시장에서 작품을 선보였다는 것과 전통매체 작품으로 현장의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에 무척 고무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는 <채집된 풍경(Collected Landscape)>이라는 제목으로 미술관 전관에서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작가의 작업세계를 알 수 있도록 최근 작업과 신작이 짜임새 있게 설치되었고, 공간에 맞춘 듯 전시된 평면작품뿐만 아니라 검은 비닐봉투를 이용하거나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붉은 전등과 130개의 쇠갈고리에 회화작품을 걸어 연출한 설치작품 등은 박병춘의 실험적인 면모와 역량을 보여주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행사인 병행전시(Collateral Event)에 참여한 한국 작가 이매리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리알토 다리와 산마리코 광장 사이에 있는 팔라조 카 파카논(과거 카사노바의 저택으로 현재 1층은 우체국으로 사용되고 있다)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이 주최, 주관하고 왕순지 관장이 기획한 이 전시의 제목은 <Humanistic Nature and Society(山水)-An Insight into the Future>이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 13인의 충실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모아 주제가 입체적으로 드러난 전시였다. 전시는 ‘생성-과거의 형상’, ‘진화-현재의 형상’, ‘산수 사회-미래의 형상’으로 나뉘어 작가들의 상상력과 철학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 작가 중 유일하게 한국 작가인 이매리도 현대적인 산수 의미에 대한 연구와 동양철학의 재해석을 통해 자신의 작업세계를 펼쳐냈다. 영상 설치 작업인 <Poetry Delivery>는 50여 개국 사람들이 자신들의 민족, 문화, 종교, 역사, 사회 등이 담긴 시를 낭송하는 영상과 이매리 작가의 고향인 강진으로부터 서울에 이르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 동시에 상영되고, 벽면을 가득 채운 50개의 스피커에서 낭송 시가 흘러나오는 설치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환경 파괴에 대해 동양의 산수정신으로 성찰하고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민족과 국가의 생성과 소멸의 문제를 인류학적인 접근을 통해 교차 해석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이다. 정치, 사회, 경제적 관계항들을 산수화와 불가분의 관계인 시적 세례를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이매리의 의도를 충실히 담아 보여주고 있다.
중견 작가 개인전과 병행전시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볼 수 있었는데 그중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Sleepers in Venice)>가 흥미로웠다. 베니스라는 현대미술의 현실 속에서 작가들이 취하는 태도와 관점의 진솔함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베니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마크 월링거의 <Sleeper>에 영향을 받아 기획되었다. 기획자 김승민은 “이 두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치열한 격전장의 모습이자 대형 자본의 유입으로 예술이 작아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도 베니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의 모습이었다”고 말한다.
리알토 다리 부근에 마련된 전시공간에서 참여 작가 8명은 8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획에 영감을 준 마크 월링거의 영상작품 <Sleeper>도 상영되고 있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스파이의 도시인 베를린에서 곰으로 변장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점으로 삼아 자신이 만든 틀(작업)에 갇힌 듯 미술관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강임윤은 베니스의 안료로 수초와 물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화면을 표현하였는데 자연광이 드리운 전시장과 조화를 이루었다. 구혜영은 <그라핀>이라는 흥미로운 최첨단 소재를 이용하여 영상, 설치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김덕영은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자 했으나 결국 비판적인 시각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으로 바뀌는 모순적인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우디킴은 어두운 방에 앉아 있는 관객의 주위를 돌며 적외선카메라를 쓴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 이현준은 일상 속에서 사소한 재미를 스스로 찾아나가는 작품과 사운드가 결합된 영상작품을 풀어냈다. 장지아는 하늘거리는 커튼에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셰익스피어 시 <소네트>를 썼다. 그녀의 불멸의 사랑은 햇빛을 받으면 변색되는 소피로 한 글자씩 찍어 만들어졌다. 리알토 다리 쪽 운하에 걸린 커튼이 햇빛을 받아 불멸을 뜻하는 단어 ‘Immortality’를 만들지만 그림자는 이내 햇빛에 의해 지워졌다가 다시 생겨난다. 듀오 아티스트 MR36(료니, 모즈)는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엄청난 틀 속에서의 보잘것없는 존재인 작가 본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천장에서 일정 간격으로 떨어지는 종이가 바닥에 쌓이며 사람들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는 형상으로 풀어내었다. 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함께 마련된 공연과 퍼포먼스가 이 전시를 풍부하게 해주었다.
몽골과 필리핀 국가관이 있는 팔라조 벰보와 팔라조 모라에서도 한국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가 열렸다. 이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이우환의 전시가 역시 The European Cultural Centre에 의해 진행된 곳으로 이번 전시 제목도 <Personal Structures-Crossing Borders>이다. 이 전시는 50개에서 100여 명이 참여했으로 유럽 작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팔라조 정원부터 건물 내부 곳곳에서 설치, 조각, 미디어, 비디오, 회화, 드로잉, 사진 등으로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친숙함 때문이었는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서 이이남, 한호, 차수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팔라조 벰보에 전시된 한호의 작품은 여러 개의 패널을 연결하여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였는데 패널에 함입된 조명색이 서서히 변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패널의 얇은 표면에서 빛이 새어나오며 구한말 혹은 식민시기 한복을 입은 여성, 군복을 입은 남성, 날아가는 새 등의 이미지가 중첩되었다. 팔라조 모라에서 전시하는 차수진은 색실과 오브제 등을 이용하여 공간에 어울리는 적절한 설치작업을 보여주었다. 층고가 높은 공간에 자연광이 비취며 높고 낮게 드리운 실의 섬세한 연출은 허공에 자수를 한 듯하다. 역시 같은 공간에 전시된 이이남의 작품은 어두운 방에 큰 수조와 물결이 만드는 그림자, 바닥면부터 천장까지 설치되 모니터 등으로 공간을 장악했다. TV가 수조에 담겨졌다 꺼내졌다 하는 기계적인 동작이 반복될 때, TV화면에서는 새가 날갯짓을 한다. 마치 세례식이 거행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디지털이라는 비인간적인 물체를 통해서 가장 인간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기계가 물에 적셔지는 것은 곧 죽음(정지 혹은 고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계가 물을 향해 내려가는 시간이 마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의 삶을 연상시킨다. 작가에게는 모터의 기계음과 울림이 인간이 삶 속에서 자아내는 고통의 신음처럼 들릴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미술관과 관계 기관에서 판을 벌리는 베니스는 이 기간 섬 전체가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전시가 열렸다.(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한국 작가 참여전시도 상당수 있다) 동시에 비엔날레와 여기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기 위해 모여든 문화미술계의 유명 인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엔날레를 계기로 열기(비록 어떤 본질과 깊은 관계가 없더라도)가 감도는 베니스 현장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그들의 활동 연장선에서 보게 된다. 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울여온 노고를 간접적나마 느꼈으며 또한 짐작하기에 생긴 나의 한계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 베니스에서 작가들이 보여준 작품들은 또 다른 맥락을 생성할 것이고 그것이 펼쳐질 앞으로의 과정이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낼지 기대되며, 또한 궁금하다. ●

Frontiers Reimagined
팔라조 그리마니 뮤지엄 Palazzo Grimani Museum
5.9~11.22
병행전시로 열린 이 전시에는 46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전광영과 김준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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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ed Landscape
카 포스카리 대학미술관 (Ca’ Foscari Esposizioni)
5.8~8.30
동양화가 박병춘이 이탈리아에서 개최하는 첫 개인전이다. 높이가 5m가 넘는 대형 평면작업을 비롯해, 길이가 25m가 넘는 2층 로비 공간에 130여 장의 동양화를 갈고리에 매단 설치작업도 함께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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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풍경-가족> 한지에 먹 130×368cm 2015

Personal Structures-Crossign Boarders
팔라조 벰보/팔라조 모라 Palazzo Bembo/Palazzo Mora
5.9~11.22
50여 개국에서 100명이 넘는 작가가 참여한 대규모 전시에 한국작가 6명이 출품했다. 이이남 한호 박기웅 이명일 차수진이 바로 그들. 참여 작가 규모로 짐작할 수 있듯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호
한호 <EternalLight-Dong Sang I Mong>(부분) 캔버스에 유채 LED 영상설치 450×400×450cm 2015

Humanistic Nature and Society(Shan-Shui, 山水)-An Insight into the Future
팔라조 카 파카논 Palazzo Ca’ Faccanon
5.7~8.4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이 최근 관장으로 선임된 상하이 히말라야뮤지엄이 기획한 이 전시에는 13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병행전시인 이 전시에 이매리가 한국 작가로서는 유일하게 참여, 영상작업 <Poetry Delivery>(2015)를 출품했다. 고향에서 서울로 가는 여정을 담은 이 영상작업은 산업화에 따른 환경파괴와 인간의 욕망 등을 다뤘다.

이매리 (2)
이매리 <Poetry Delivery> 25분 2015

The Light, The Shade, The Depth.
카 보토(Ca’ Boto)
5.5~9.27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민정의 개인전. 한국 전통 기법인 먹과 물감, 한지를 이용한 김민정의 작업은 베니스의 역사적인 건축물과 호응하였다.

김민정 (1)

Sleepers in Venice-The Purgatory of Desires
칼레 델 카르본 Calle del Carbon
5.6~6.7
영국에서 활동하는 김승민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7명(팀)의 한국작가가 참여한 전시. 강임윤 김덕영 구혜영 우디킴 이현준 장지아 MR36의 신작을 선보였다. 전시명 Sleepers는 마크 월링거의 영상설치 <Sleeper>에서 땄는데 결국 세계미술의 빅이벤트인 베니스 비엔날레로 회귀하려는 작가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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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ers in Venice전> 참여작가. 왼쪽부터 김덕영, MR36(료니), 강임윤, 구혜영, 장지아, 김우디, 이현준

interview

“마치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과 같은 심정이었다”

슬리퍼스 (3)김승민 <Sleepers in Venice전> 큐레이터

세계 최고, 최대의 미술 빅이벤트로 평가받는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고 참여하는 작가도 있지만 이 치열한 각축의 현장에서 자신의 작업세계를 선보이려는 작가도 속속 모여든다. 여기에 7명의 당찬 한국 젊은 작가가 모였다. 이들에게 비엔날레 초대장은 중요치 않았다. 그들이 베니스에서 펼쳐보이려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큐레이터를 만나 들어보았다.
<Sleepers in Venice전>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해달라
10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베니스 비엔날레를 매번 찾았는데 때마다 그 거대함에 위축되어 의욕을 상실한 채 런던으로 돌아가곤 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글로벌 담론 형성의 장이긴 하지만 국가관은 문화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전쟁터 같았다.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모습은 오래된 노스탤지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고. 결국 작가는 미술현장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작가가 베니스에 다시 돌아오는 현상은 거대한 미술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직결된다. 베니스에 가고 싶어하는 예술가들에게 베니스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나는 자본도 없고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도전정신과 진정한 비평정신을 갖춘 젊은 작가들과 베니스 비엔날레의 심장부로 들어가서 판을 한번 바꿔보자라는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과 같은 심정이었다. 이것이 전시를 기획한 계기가 되었다.
처음 기획의도를 어떻게 설정했으며, 작가 선정과 준비 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해외와 국내 거주 작가, 미술 비전공자를 비롯 다양한 작가를 혼합하여 이들 각자의 관점과 장점이 모여 이야기가 만들어져 나갈 때 파급될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예상했다. 즉 장소특정적 작업, 퍼포먼스 작업, 회화, 영상작업, 관객참여적 작업 등 주제에 맞게 떠오르는 작가들을 먼저 접촉했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 주제는 작업을 왜 하는지, 우리는 베니스에 왜 가는지인데, 장지아의 <작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이라는 영상작업이 떠올랐고 바로 연락을 했다. 세계시장에서 잘나가는 작가들은 진정한 화두를 던지는 이들이다.
마크 월링거의 작품 <Sleeper>(왼쪽 사진)를 본 작가들의 해석이 담긴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구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시 제목은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마크 월링거의 영상작업을 조합해서 만들었다. 소설과 영상이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고 느꼈다. ‘슬리퍼’라는 명칭은 잠자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스파이들이 어떤 사회에 잠입하기 위해서 가면을 쓴 채 지령을 받기 전까지 잠복근무하는 수습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마크 월링거가 베를린 국립미술관 전시 초청을 받았을 때 이런 내용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베를린을 상징하는 곰으로 분장하고 열흘 동안 미술관에 갇혀서 지냈다. 작가가 작업이자 자신이 세워놓은 어떠한 룰에 결국 숨을 조이게 되고, 그 안에서 못 벗어나는 고뇌가 담긴 작업이었다. 가장 심각한 내용을 가장 유머러스하게 풀 수 있는 해학을 아름다우면서 장엄한 베니스와 연결했을 때 작가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세계적인 미술 빅이벤트와 이번에 기획한 전시를 병렬로 보여주면서 의도한 바는 무엇인가?
세계 미술전문가들이 총집합하는 베니스에서 되짚어볼 만한 전시 주제로 큐레이팅을 하여 베니스에 오는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작가들을 전략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래서 비엔날레 프레스 오픈 기간에 개막했다. 한국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실험적 전시로 가능성을 제시하고, 국제무대에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크 월링거가 같이 전시한다는 것도 큰 홍보 포인트였다. 또한 작가들이 전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데 현대미술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해외 유학을 하고 세계를 무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은 작가가 다시 국내로 돌아와 다시 나갈 수 없는 현실과 이유도 짚어보고 싶었다.
ISKAI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소개를 부탁한다.
사회적 목적을 띠는 공공미술과 연계된 전시기획과 문화교류가 ISKAI의 모토다. 2011년에는 경방 타임스퀘어 쇼핑몰에서 모리츠 발데마이어의 공공미술전시를 기획했으며, 리버풀 비엔날레 시티스테이츠 한국도시관에서는 윤석남, 함경아, 샌정 등 한국과 영국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를 기획했다. 한·영수교 130년, 6·25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어느 노병의 이야기전>도 기획했다.
국내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런던에서 열었던 미술과 과학이 접목된 전시를 한국에서 할 계획이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융복합적인 전시로 미술뿐 아니라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작업을 콜라보하는게 꿈이다.
황석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