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 SAN FRANCISCO

SFMOMA (4)
SFMOMA (7)

. 위 SFMOMA 1층 로비 (Roberts Family Gallery)에 설치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 Sequence > (2006) photo:© Henrik Kam, courtesy SFMOMA 아래 척 크로스의 작품이 전시된 피셔 컬렉션(The Fisher Collection)의 < Pop, Minimal, and Figurative Art > 전시장 전경 photo:© Iwan Baan, courtesy SFMOMA

SFMOMA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3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5월 14일 재개관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새 건물과 함께 전시 공간 면적을 대폭 확장해,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푸른 하늘을 살린 자연채광과 안개를 형상화한 건물의 조화, 광범위한 컬렉션의 만남은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게 한다. 《월간미술》은 샌프란시스코를 직접 찾아 변화하고 있는 그곳의 아트신을 전한다.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www.sfmoma.org

낯선 건축, 열린 미술관

임승현 기자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하 SFMOMA)이 3년간의 긴 휴식을 마치고 지난 5월 14일 신축 건물의 베일을 벗으며 재개관했다. 3만3000점에 달하는 소장품, 1억6000만달러의 건축비, 4만3000m2에 달하는 새 미술관 규모, 뉴욕 현대미술관보다 1만8000m2 넓은 전시장. 미술관을 둘러싼 숫자의 나열만으로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SFMOMA는 명실공히 미국 최대 규모 현대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자는 일반 오픈을 2주가량 앞둔 4월 28일 프레스 오프닝에 맞춰 현장을 방문했다. 미술관은 아침부터 취재를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과 지역 미술계 인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간담회에는 닐 베네즈라(Neal Benezra) SFMOMA 관장, 크레이그 에드워드 다이커(Craig Dedward Dykers) 건축사무소 스노헤타(Snøhetta)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 3년간 SFMOMA에는 이슈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재개관에 관한 이슈의 중심은 ‘건축’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1995년 디자인한 붉은 벽돌 건물 위로 솟은 흰색 포인트의 둥근 유리천장의 미술관 건물은 SFMOMA의 상징과도 같았다. 마리오 보타는 삼성미술관 LEEUM 뮤지엄1 건축에 참여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위스 건축가다.
사실 이 건물은 주변 도시미감과 이질적이라는 의견이 팽배해 첫 공개 당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이전 건축이 지닌 존재감이 큰데다 컨템포러리 건축에 다소 보수적인 시선을 가진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 때문에 신축의 부담감은 막중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에드워드 다이커는 “보타의 건축물과 연계해서 작업해 영광스럽다. 보타의 건물은 상징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관에 있어서 그의 건물과 통일성을 주려 하지 않았다. 사실 보타의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면서 가장 곤란한 부분은 로비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육중한 계단이었다. 우리는 이를 나무계단으로 대체했다. 마리오 보타는 너무나 관대하게 받아들여 주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건축사무소 스노헤타와 SFMOMA는 기존 건축을 보존 및 보완하면서 바로 뒤에 10층 높이의 새 건물을 지어 전시 공간을 3배 이상 확보했다. “공공성의 확대를 새로운 목표로 삼는다”는 닐 베네즈라 관장의 말처럼 새로운 건축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소통과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우선 근교와 도시의 연계를 위해 유입 인구가 많은 방향으로 새로운 입구를 추가 설치했다. 이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공공 갤러리가 이어진다. 통유리로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이곳은 시민들이 전시관람과 상관없이 드나들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이곳에는 현재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상징적인 조각 (2006)가 놓여있다. 한편 자유로운 입장이 가능한 3층 테라스는 야외 조각과 미국 내 최대 크기의 식물 담장(living wall)이 있다. 1만5000종 이상의 지역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식물 지배엔 빗물과 재활용수를 이용한다. 갑갑한 빌딩 사이로 자연을 끌어드린 효과를 준다.
이외에도 여름에 안개가 많이 끼는 샌프란시스코의 날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동쪽 파사드, 기존 건물에서 둥근 유리천장으로 이어지는 육중한 계단을 가벼운 나무 재질로 바꾸면서 신관 역시 같은 재질과 구조의 계단을 층별로 사용해 건물 전체에 내부적 통일감을 살린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1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워진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을 교묘하게 연결했는데 전시장에 작은 창을 뚫어 이 연결지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은 소소한 재미다. 사실 두 건물의 외관은 이질적인 물질성을 띤다. 붉은 벽돌 건물과 언덕이 많은 지형적 특징을 담아 볼록한 수평선으로 입체감을 살린 스노헤타의 건물이 막상 실내에서는 물흐르듯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4. The new SFMOMA, view from Yerba Buena Gardens; photo Jon McNeal, © Snøhetta

Yerba Buena정원쪽에서 바라본 SFMOMA photo: Jon McNeal, © Snøhetta

미술관의 공공성
건축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전시다. 재개관전은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과 색깔을 보여주는 장이다. 아쉽게도 SFMOMA의 재개관은 전반적으로 ‘전시’보다는 ‘건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래도 강렬한 주제를 선정하거나 창의적인 담론을 제시하기보다 소장품을 보여주는 다소 밋밋한 설정 때문인 듯하다.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시에 비해 소장품전은 극적인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 소장품을 묶어낸 주제도 뻔하다. 그러나 ‘시대’와 ‘장르’ 중심으로 나눈 교과서적 분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미술관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앞서 닐 관장의 말을 인용했듯 SFMOMA는 ‘공공성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전시를 무료개방하며, 다양한 시민참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지역과의 연계를 확대할 운영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성의 대상이 미술관만은 아닌 것 같다. 미술관을 찾고,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린듯한 메시지가 전시에서 전달된다.
이번 개관전은 소장품을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눠 총 19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그런데 각 전시는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 및 장기대여한 컬렉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치 SFMOMA에 작품을 기증하면 ‘최고의 환경에서 당신의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미술관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듯한 무언의 프로모션 의지가 엿보인다.
그 첫 번째는 100년간의 장기 임대 파트너십을 체결한 ‘도리스 앤 도날드 피셔 컬렉션(Doris Donald Fisher Collection)’(이하 피셔 컬렉션)이다. 피셔 컬렉션은 의류브랜드 갭(GAP) 창업자 부부의 소장품으로 전후 미술 부분에서 가장 큰 개인 컬렉션 중 하나다. 260점의 피셔 컬렉션 중에서 미국 추상표현, 팝, 미니멀과 구상미술의 섹션에 해당하는 대표작을 선별해 전시했다. 성곡미술관 개인전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척 클로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엘스워스 켈리 외 아그네스 마틴,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이 대표적인 작가다. 1960년 독일 미술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시그마 폴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의 작품을 집약적으로 한자리에 모아놓아 집중도를 강화했다. 이 외에도 통유리벽을 사용해 리빙 가든과 마주보는 전시장에 놓인 1920~1960년대에 걸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작업, 신관과 구관이 연결되는 전시장에 놓인 ‘영국의 조각가’-토니 크레그, 리처드 데컨, 바바라 앱스워스와 리처드 롱-의 섹션은 화이트큐브이면서도 큰 창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야외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두 번째 컬렉션은 ‘캠페인 포 아트(Campagin for Art)’이다. 2009년부터 230명의 지역 미술 컬렉터로부터 기증받은 3000여 점의 작품 중 엄선한 600점의 현대미술 작업을 장르별로 나눠 선보였다. 이러한 기증문화는 기증자와 미술관 간의 유대와 공고한 신뢰를 부여준다. 또한 미술관 내에 플리츠커 센터 포 포토그라피(Pritzker center for Photography)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미국 내 최대 사진관련 전시실이자 연구 공간에서 열리는 사진전도 마련했다. 리사 앤 존 플리츠커(Lisa and John Pritzker Family) 재단에 의해 완성된 이 공간에는 다워드 베이, 줄리아 바가렛 바케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의 작업이 전시되었다. 일련의 전시는 미술관이 대중에게 문을 여는 만큼, 대중 또한 미술관 주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각인시키며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는 미술관의 의도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SFMOMA는 이제 미국 서부를 넘어 세계 현대미술에서의 역할을 꿈꾼다. 이를 구축해가는 배경에 화려하고 실용적인 건물과 내실 있는 큐레이터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미술관의 미래를 밝히는 부분은 미술관을 구성하고 받쳐주는 자본가와 지역주민들을 미술관의 참여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시원한 샌프란시스코의 바다처럼 SFMOMA는 재개관을 시작으로 미술관의 외연을 차츰 확장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