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화가 고희동의 일생

조은정《춘곡 고희동》 컬처북스 2016

한국 사람들에게 춘곡 고희동(春谷 高羲東, 1866~1965)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서화협회 창립자’로 알려져 있다. 1909년부터 4년간 동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우고 귀국했으니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수식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막상 그의 일생이나 당시의 평가에 관해 제대로 아는 독자는 거의 없다.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조은정 교수는 2015년 10월, 고희동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춘곡 고희동》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서화협회 창립자라는 화려한 수식어 이면에 가려진 고희동의 일대기와, 관리로서의 입장 및 그에 대한 당시의 평가를 풍부한 사료로 고증하며 찬찬히 밝혀나갔다. 또한 고희동과 동행한 예술인을 고찰하면서 한국 근대 화단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우선 저자가 중점을 둔 부분은 미술계 활동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고희동의 신상이다. 1장 <비파동 고씨 집>에서는 고희동의 가계 즉, 부친 고영철과 그 형제 및 고희동의 형제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고희동은 1886년 음력 3월 11일 고영철(高永喆, 1853~1911)의 4남 중 3남으로 태어났다. 고희동의 집안은 잡과(雜科) 합격의 역관 출신자를 여럿 배출한 이름난 중인 가문이었다. 아버지 고영철도 수표교 근처에서 활동한 육교시사의 구성원이었고, 중국어 역관으로 영선사 학도로 선정될 만큼 역량 있는 관리였다. 역관 출신 중인 계층의 관리라는 입장과 이를 통해 형성된 대외적인 교유 관계는 고희동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장 ‘관립 한성법어학교’에서는 고희동의 학창 시절을 주목했다. 아버지 고영철은 고희동을 보통 소학교로 보내지 않고, 관립 한성법어학교에 입학시켰다. 과거가 폐지될 무렵, 프랑스와 대한제국의 이권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관직 진출을 위한 지름길이 프랑스어 수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세인 1899년 9월에 한성법어학교에 입학한 고희동은 4년 정도 이 학교에 머물면서 그의 일생을 바꾼 신세계를 경험했다. 우선 미술교사 레미옹(Leopold Remion)을 만나 서양화를 접한 사건이다. 고희동은 한성법어학교의 설립자 마르텔의 초상을 그린 ‘레미옹 선생’을 보고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고 증언했다. 그만큼 서양화라는 장르는 그에게 충격이었던 것이다. 또한 교과 성적표에서 ‘미술’이라는 과목이 발견되어, 그가 관립 한성법어학교에서 미술을 직접 배웠음을 알 수 있었다.
4장 ‘동경유학’에서는 관리와 미술이라는 두 영역을 평생 짊어지게 된 고희동의 일본 유학을 고찰했다. 고희동은 대한제국의 관리로 재직한 1906년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당시 궁내부 차관이었던 고미야 미호마쓰(小宮三保松, 1859~1935)가 내린 일본 출장의 명을 받아 도쿄로 건너갔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그림공부를 위한 도일이 아닌 식민지와 다름없는 한국에 일본으로부터의 공적인 서양화 수용을 의도한 조처”로 판단한다. 또한 신문물로 간주된 미술 수학과 프랑스 사람과의 교유에서 경험한 서양미술에 대한 개인적 동경에서 비롯된 행적으로 추정한다. 고희동의 일본 유학 생활 중에 한일합방이 되어 관료의 입장에서 출장 명목으로 연구한 미술을 이제 예술가의 입장이 되어 수학하는 처지도 지적했다.
7장 ‘서화협회 시대’에서는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운 고희동이 귀국 후 서양화가 아닌 전통서화를 원하던 시대의 궁내부 관리답게 동양화를 제작한 사실도 언급했다. 저자가 힘을 주어 기술한 부분은 고희동과 전통화단의 관계이다.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직함과 함께 회자되는 서화협회 창립자라는 타이틀만으로 고희동을 평가하기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전통화단은 서양화를 배운 고희동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막상 고희동은 스승인 안중식(安中植, 1861~1919), 조석진(趙錫晉, 1853~1920)이 세상을 뜨자 동양화의 전통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고희동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남긴다.
10장 ‘권력의 규칙’에서는 광복 이후 철저히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선택한 고희동의 정치적 입지와 미술계에서의 지위를 기술했다. 고희동은 국가가 개입하여 예술을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창설에 깊이 관여하면서 정치가와 미술가의 두 가지 행보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후 일흔이 넘은 고령에 고희동은 노익장의 화가가 아닌 정치가로 입문했고, 74세에 민주당 공천 신청자 중 최고의 나이로 지금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서울특별시 참의원에 당선되었다. 그의 유창하고 시원한 연설만으로 기적같이 이룩된 당선이었으며 미술인으로서 처음 일궈낸 쾌거였다.
이렇듯 저자는 미술가와 정치가의 삶을 동시에 영위한 고희동의 일생과, 그가 머문 시대의 예술을 동시에 조망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일대기와 가족 및 교우관계를 파악하고자 방대한 양의 관련 자료를 발굴했고,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독자에게 합당한 정보를 제시했다. 최초의 서양화가, 최초의 예술원 회장, 최초의 국전 심사위원장, 최초의 고령 참의원…. 이제 언제나 선구자였던 ‘고희동’이 입체적으로 기술된 이 저서를 읽으며 근대로의 여행을 떠날 차례이다.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김정헌의 이야기 그림·그림 이야기
김정헌 지음
작가 김정헌이 자신의 작품을 총망라한 화집과 함께 작가노트, 평론을 엮어 발간한 책이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 본능’으로 그림 또는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이 직접 발화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모든 그림에 시각적 서사들을 담았다.
헥사곤 368쪽·10,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4)추사코드
이성현 지음
문예인이 아닌 정치인 추사 김정희를 이야기한다. 지금껏 추사의 작품이 표피적으로 해석되어왔음을 지적하며 서화 속에 숨은 그의 정치관과 정책방향 그리고 정치 후계자 육성을 위한 은밀한 설계 등을 상세하게 파헤친다.
들녘 452쪽·22,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5)철학자의 여정
유지은 지음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과 함께 충청남도의 숨은 명소 9곳을 소개한다. 기다림, 우국충정, 효, 우정, 희생, 배움, 재능, 전통을 각 장의 키워드로 삼아 설명함으로써 단순히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일반 여행서와 차별화했다.
이야기나무 120쪽·11,5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1)월급쟁이, 컬렉터 되다
미야쓰 다이스케 지음/지종익 옮김
평범한 직장인이 1994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해 현재 300여 점의 컬렉션을 일구어낸 과정과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작품을 구입하고 보존 및 보관하는 방법 등 컬렉팅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아트북스 164쪽·12,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2)백남준 이후
이은주 지음
한국 미디어아트의 계보와 담론을 다룬 자료가 부재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미디어작가 15명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후대 작가들의 행보를 살펴봄으로써 1980년대부터 태동 하기 시작한 미디어아트의 계보를 조망하고자 한다.
미디어아트 플랫폼·유피 453쪽·15,000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7)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르네상스 후기 종교개혁의 말기였던 16세기 후반, 격동의 진원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카라바조의 일대기와 작품을 다룬다. 작품의 극적인 명암 표현을 성(聖)과 속(俗)으로 해석해 그를 가장 사실주의적 그림을 그린 화가로 평가한다.
21세기북스 412쪽·29,8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8)피드백 노이즈 바이러스
데이비드 조슬릿 지음/안대웅·이홍관 옮김
미술잡지 《옥토버》의 편집위원 데이비드 조슬릿의 첫 번역서다. ‘생태형식주의(eco-formalism)’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하며 이미지 자체가 갖는 정치성을 설명하고 미술사와 시각문화가 어떻게 정치적 절차에 참여 가능한지 보여준다.
현실문화 312쪽·22,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0)나혜석, 운명의 캉캉
박정윤 지음
처음에는 연민에 끌렸고 그 후엔 애정으로, 마지막엔 슬픔으로 남은 나혜석의 일대기를 한 편의 소설로 빚어냈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틀을 통해 그녀의 비극적 운명에 한 배를 탄 주변 사람들의 운명을 엮으며 면밀히 풀어간다.
푸른역사 424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3)조선의 아트저널리스트 김홍도
이재원 지음
해학과 풍자로 조선 백성들의 삶을 그린 화가 단원 김홍도. 그의 풍속화가 사실은 그를 총애한 정조의 명에 의해 그려진 ‘민생 보고서’이자 ‘국정 참고자료’였음을 밝히고, 이를 통해 오늘의 정치 현실을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살림 496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6)예술가의 여관
임수진 지음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나혜석, 김일엽, 이응노의 작품과 삶을 그들이 묵었던 수덕여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했다.
이야기나무 164쪽·12,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9)모네가 사랑한 정원
데브라 맨코프 지음/김잔디 옮김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손수 가꾼 지베르니 정원과 함께 논한 책이다.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실제 자연환경에 구현함으로써 삶과 예술의 진정한 합일을 이룩한 작가 모네의 예술세계를 살펴본다.
중앙 books 243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2)공예로 생각하기
글렌 아담슨 지음/임미선 등 옮김
공예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옛 공식에서 벗어나길 제안하며 오히려 공예가 미술과 다른 점을 부각했다. 대리보충, 물질, 기술, 목가와 아마추어 문제 등 공예가 지닌 특성을 검토해 미술 내에서 공예가 갖는 입지를 재점검했다.
미진사 308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