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세계 미술현장의 새 지형도 上海
상하이, 예술신천지
민은주 (주)비핸즈 ArtN 사업부 부장
와이탄外滩은 상하이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상하이의 역사와 현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황푸강을 경계로 서쪽으로는 19세기 말 유럽 각국의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진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20세기 말 국가적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건축물들이 지금도 한창 건설 중이다. 명실상부 상하이는 국제도시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중국의 경제 수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상하이가 ‘중국’을 대변하는 도시라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우 특별한 역사와 중국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국제적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상하이에서는 매년 국제적인 예술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그 현장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를 오늘날 중국미술의 현장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에서 방문할 만한 미술 현장이라고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여 있던 런민人民광장과, 모간산루莫干山路, 타이캉루泰康路, 훙팡紅坊, 그리고 도축장을 개조한 1933 라오창팡老場坊 정도였다. 한때는 방직공장으로 사용되다가 공장 철수 이후 예술지구로 탈바꿈한 M50 모간산루는 뉴욕의 소호나 베이징의 798처럼, 산업공간이 예술공간으로 활용된 유사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M50이 그들 지역과 다른 점이 있다면, M50은 예술가나 갤러리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지역이라기보다는, 초기부터 예술지구로 계획해 예술가, 디자이너, 출판사, 갤러리 등 문화 관련 업종 입주자들을 유치했던 점이다. M50보다 훨씬 이후에 조성된 훙팡예술구와 라오창팡도 상황은 비슷하다. 단지가 조성되고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면서부터 예술 문화지구를 목표로 두고, 문화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콘텐츠 부족과 비접근성, 유지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초기에 자리 잡은 예술인들과 문화 관련 업체들은 그곳을 떠나거나 상업적인 업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했다. 재개발 계획 안에 포함되어 철거 위기에 놓였다가 예술가들과 원주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문화지구로 자리 잡은 타이캉루泰康路의 톈즈팡田之坊은 상하이 안에서도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으나, 이 또한 순수한 예술지역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문화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타이캉루가 다른 예술지역과 달리 방문객들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지역 고유의 상하이 건축양식인 스쿠먼石庫門식 건물들이 한몫을 했다. 거주자 5명 중 1명이 외국인이라는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외국인 거주율이 가장 높다. 나머지 4명 중 2명 이상이 외지인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과 그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상하이의 특징을 담은 건축물과 젊은 디자이너들의 개성있는 아트숍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예술지구는 아니지만, 개발 초기부터 이러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조성된 대표적인 지역이 신톈디新天地와 쓰난공관思南公館 같은 곳이다. 타이캉루는 이들 지역과 함께 상하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상하이의 고건축 양식과 트렌디한 디자인숍들로 일년 내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초기 예술지구를 꿈꾸며 조성된 몇몇 대표적인 예술구가 흥행의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서, 상하이의 예술활동이나 미술시장이 침체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선, 상하이에는 수십 개의 소규모 예술지역이 있다. TOP라 불리는 타오푸창이위안桃浦創意圓에는 Shangart gallery에서 후원하는 작가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Swatch사가 지원하는 상하이 스와치아트피스호텔 레지던시Shanghai Swatch Art Peace Hotel Residency에는 전 세계에서 온 예술가 20여 명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모사화가들과 지역화가들이 모여 있는 상하이화가거리上海畵家街에는 장식미술품을 판매하는 수십 개의 화랑이 모여 있으며, 2577 창이다위안2577創意大院, 둬룬루문화거리多倫路文化街 등과 같이 알려지지 않은 수십 개의 이름 없는 예술 지역이 존재한다. 이뿐만 아니라, 상하이에서는 대규모 국제 예술행사부터 소규모 단체의 전시 오픈까지, 매주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일상처럼 열리고 있다. 한마디로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활동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상하이의 다양한 예술현장에 실제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설립된 대규모 사립미술관들이다. 상하이 시정부市政府는 시립미술관에 예산을 들이기보다는 기업을 통한 대규모 사립미술관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상하이의 예술현장에 자본 유입을 도모했다. 현재 상하이를 대표하는 몇몇 대규모 사립미술관은 ‘자본의 꽃은 예술’이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미술관의 건축부터 소장품 가치까지 그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
현재 상하이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PSAPower Station of Art, 上海當代藝術博物館는 1897년에 세워진 난시南溪발전소가 1955년에 황푸강 남쪽으로 이전하면서 세워진 건물이다. 165m 높이의 굴뚝이 상징인 이 발전소 건물은 2007년까지 전력 발전소로 사용되다가 2010년 상하이엑스포 당시 미래관으로 사용되었으며, 2012년 10월에 PSA라는 이름으로 중국 현대미술의 혁신과 발전을 상징하는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상하이시의 중심 런민광장에 위치한 MOCA Shanghai(상하이당대미술관)는 홍콩의 쿵밍광재단龚明光基金의 기금으로 설립되었으며, 아라타 이오자키Arata Isozaki가 설계한 독특한 건축물로 주목을 받은 히말라야喜瑪拉雅미술관은 2012년 상하이 쩡다그룹增大集团의 투자로 재설립 되었다. 독립된 커미티로 운영되는 상하이 록번드 현대미술관RAM, Shanghai Rock Bund Art Museum과 와이탄3호미술관, 와이탄18호 아트센터는 19세기 말에 건축된 유산을 보전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을 보급한다는 역사와 문화의 상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2012년에 개관한 룽龍미술관과 2014년에 개관한 YUZMYuz Museum Shanghai은 각각 류이첸劉益謙 부부와 부디탁Budi Tek이라는 개인 컬렉터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미술관의 규모와 소장품의 가치는 타 공립 미술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와 같이 기업들과 컬렉터들이 상하이에 대규모 미술관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이미 언급했던 것과 같이 상하이 시정부의 지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중국 제1의 경제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제 기반이 중국의 부끄러운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상하이시는 오랫동안 문화적인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푸둥개발과 대도시 프로젝트로 자본이 집약된 상하이에서 문화적 열등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현대미술과 컬렉션에 투자하는 일이었다. 더불어, 상하이의 개발프로젝트로 거대한 수익을 얻게된 기업과 투자자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공익적인 활동 의무를 갖게 되었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시정부와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미술관 설립이었다.
도시 전체가 개발계획 안에 놓인 상하이는 이미 개발된 곳이나,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곳, 혹은 계획 중이거나 보존구역으로 지정된 곳, 어느 곳에서도 예술가들을 위해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그 순수한 예술의 자리를 자본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기다리며 지켜봐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상하이의 유수한 미술관이 순수한 예술을 지원하고, 교육하며, 보급하는 긍정적인 역할로 그 임무를 다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으며, 상하이라는 도시가 매우 특수한 배경과 환경 아래 발전하고 있듯이, 예술과 문화의 성장도 다른 도시와는 다른 매우 특별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음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
훙팡조각센터 외부전경
2, 3 상하이에 진출한 학고재갤러리 상하이(왼쪽)와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4 타이캉루 거리 전경
5 락번드 아트스트릿 전경
6 난시발전소 자리에 세워진 PSA(Power Station of Art)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