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광주비엔날레 2014 – 터전을 불태우라
터전을 불태우라
베일에 가려졌던 <제10회 광주비엔날레>(9.5~11.9)의 진면목이 드디어 공개됐다. 총감독 제시카 모건이 제시한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화두는 파괴와 생성. 그녀는 창조적인 생성을 위해선 기존의 제도와 관념, 체제, 규범을 과감히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습화된 모든 가치와 낡은 이념을 활활 불태워 없애버려야만 과거와 완전히 결별할 수 있다.
이런 의도에 걸맞게 출품작 90% 이상이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물량공세를 통한 이미지의 과잉과 무미건조한 스펙터클이 범람했던 과거 비엔날레와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미학적 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현대미술의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과 사명감에서 한발 비켜 나 있는 듯하다. 대신 관람객의 순수한 감정에 호소하며 진지한 시각으로 작품 읽기를 유도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비엔날레가 전시 주제처럼 원점으로 돌아가 미술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는지 그 여부는 단언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기존 제도에 저항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실험적인 장으로 그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두운 방 안 창문 속 붉은빛은 집이 불타거나 창밖으로 불길이 번지는 인상을 준다. 이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보는 경험의 진실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작가는 박제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인간 형상에 가까운 몸을 만들어냈다. 정권의 억압 하에 실종되었다가 훗날 사체로 발견된 사람들을 은유한다.
삼림 관리를 위한 불 놓기가 오히려 산불로 번져 숲을 태운 미국 플로리다의 사건 현장에서 가져온 나무 잔해로 설치작업을 구성했다.
기존의 개별 작품 56점이 모여 연출된 거대한 장면은 다양한 권력구조에 의해 국가통제 시스템이 붕괴 위험에 처한 풍경을 담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를 반추한 작품으로 미국이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타협하지 않은 필리핀의 대안적 역사를 제안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적 지역인 산 텔모에서 불탄 한 건물의 잔해물을 추려서 작은 규모로 구축한 집이다.
집 안에는 작가가 발견하거나 만든 오브제들로 채워져 있다.
국가권력에 관한 알레고리로서 이 작품은 공포와 선동의 잠식 효과를 역설하며 거꾸로 뒤집힌 혼돈의 세계를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