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표류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제언
《월간미술》이 실시한 설문의 마지막 항목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제언이다. 이는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한 질타와 충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미술인들은 신랄한 비판과 제도적 개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미술인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론 단호하고 따끔하게, 때론 담담하게 건네는 미술인들의 제언을 가감없이 전한다.
-재공모 자체가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와 같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장기 공석 사태에 대한 책임은 따져야 할 것이다. 재공모 결정을 지나치게 시일을 끈 상태에서 발표, 이제 와서 외국인에게도 개방한다니, 한국에는 자국의 국립미술관 수장을 맡을 만한 인물도 없는 것으로 비칠까 심히 걱정스럽다. 공모를 공고할 당시에 처음부터 외국인에게도 개방한다고 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사태는 현 행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 나라의 대표적 미술관의 위상을 위정자들 스스로 무너뜨리고, 나아가 한국 문화예술계 전반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향후, 작금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현 공모제의 한계를 극복할 만한 정책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배종헌
–2년 임기의 관장을 뽑는다며 8개월을 허송세월하고도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자들은 미술계에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미술계가 그만큼 만만한 것이다. 후보자들의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라며 이번에는 외국인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관료들이 운영해도 미술관이 굴러는 갈 것이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없어도 우리 미술에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문화융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에서 한심한 일인데, 아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게 더 한심한 일이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장기 공석과 임용 무산은 근본적으로 시스템 즉, 제도적 문제에 기인한다. 국제적인 현대미술관의 운영시스템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관장을 맡고, 이들이 집행하는 전시기획, 운영방식, 인력운용 등에서 필연적 파행은 예고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관장 선임 방식이 정부기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인사권의 자율성이 없는 게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형식은 책임운영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사나 예산 등에서 정부의 간섭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로선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 이사회에서 관장임명추천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이사회에서 추천, 임명을 결의하는 방식이 최선의 방책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일 뿐이다. 차제에 서울관 개관을 계기로 관장의 직급도 차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 장동광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는 책임기관운영제로 행안부에서 한다고 들었다.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비전문가들이 참여하면 제대로 된 관장을 뽑을 수가 없다. 이 공모 운영 권한을 문체부가 되찾아야 한다. 행안부에서 심의위원을 선정하더라도 문체부에서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하면 현행 공모제도하에서도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다. 김정헌
-그동안 미술계가 비판의 목소리에 인색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양은희
–한 나라의 미술계를 대표하는 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술계가 납득할 만한 인물이 선출, 임용되는게 상식이지만 그렇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라면 그 방식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적으로는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정이 그렇지 못하다면 적어도 경험있는 내부 인력들의 의견을 수렴해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까지 임용방식을 보면 위에서 정해놓고 공무원들이 심사를 조정하는, 주로 ‘짜고 치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이것도 수정돼야 하지만 누구든지 임용공모에 참여하는 것도 고쳐야 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재공모와 관련 외국인 전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참 우스꽝스러운 현실이다. 한 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의 미래적 방향이 걸린 관장직을 다른 나라 인재로 대체하려 한다는 그 사대주의적 발상이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 같은 발상을 하는 문체부에 모두 같이 나서서 적극 대응책을 촉구하자. 우리의 미래지향적 방안과 우리의 미래 창의적 계획을, 오늘의 형편에서 우리의 미래를 창출해갈 기획을 창안해내야 할 막중한 자리를 어찌 남의 손에 맡기려 하는가. 대통령을 다른 나라 국민에게 맡겨도 된다는 말인가? 우리들의 과제, 우리들의 고민, 우리가 연구해 나갈 방향은 우리들이 구축해야 한다. 문체부 생각이 참 너무 꼴불견이라 큰 걱정이다.
–내국인/외국인, 미술전문가/비전문가의 구분을 떠나, 현 시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필요한 관장은 관료조직화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방대한 조직에 적합한 미션을 정립하고, 이에 맞춰 각 관별의 정체성을 수립하며, 학연 및 지연보다 개개인의 능력에 맞춰 인사를 단행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장 아래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각 관별로 부관장 또는 실장으로서 적합한 사업을 기획해 나가야 한다.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 명의 관장이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현재의 조직구도로는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울 만큼 방대한 기관이 되었다. 관장 선임과 함께 기관 조직, 인사, 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
-첫째, 만병의 근원으로써 기형화된 책임운영기관 체제로부터 해방시켜 국립기관으로 환원하거나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하나뿐인 국립미술관 관장의 직급이 2급 국장에 해당하여 장관에 굽실대는 하위직급인데 국내는 물론 국제 위상에 적합하도록 최소 장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동시에 그 위상에 적합한 관장을 초빙, 임명해야 한다. 셋째, 형편 없는 소장품 구입예산을 최소한 100억 원대로 증액하고 특히 서구 근현대미술품 소장을 위한 특별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최열
–이번 사태는 단순히 관장 개인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나, 정치적 코드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술계 전체에 대한 국가의 인식을 보여준다. 미술계는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제도로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의 안정성과 권위는 내적으로 미술인들 사이의 주관적 신뢰로부터 나오며, 그 주관적 신뢰를 바탕으로 객관적 제도가 만들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제도의 정점이자, 국가와 사회에 대해 미술계를 대표하는 관문이자 거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계의 와해를 보아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소수만을 위한 전시, 비평, 미술언론. 미술인 스스로 외면하는 미술계. 국립현대미술관을 보는 국가의 시선은 한 단면일 뿐. 김동일
-국립현대미술관을 문화정치의 기초로 삼지 말라. 국립현대미술관을 검열과 통제 그리고 통치의 방식을 실현하는 장으로 만들지 말라. 미술계 내 이념적 이항대립을 조장하여 갈등을 일으키고 적대와 혐오를 거듭하는 사태를 일으키지 말라. 풍문과 소문 대신에 사실과 진실 앞에 서도록 투명한 제도적 운영과 절차를 실천하라.
–한 나라의 미술계를 대표하는 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술계가 납득할 만한 인물이 선출, 임용되는게 상식이지만 그렇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라면 그 방식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적으로는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정이 그렇지 못하다면 적어도 경험있는 내부 인력들의 의견을 수렴해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까지 임용방식을 보면 위에서 정해놓고 공무원들이 심사를 조정하는, 주로 ‘짜고 치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이것도 수정돼야 하지만 누구든지 임용공모에 참여하는 것도 고쳐야 할 것이다.
–정치 권력에 대한 예술인의 자율성 확보 요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현 사태에 관한 미술인들의 반발 또한 자율성 확보를 위한 ‘투정’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임 문제를 불투명한 이유로 백지화한 행태는 현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낮은 인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예라고 본다. 윤규홍
–무엇보다도 개화기 이후 한국근현대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특히 제국 일본의 식민주의 규율과 2차대전 후 미국/소련이 이식한 냉전적 규율이 20세기 우리 미술에 드리운 부정성을 세계사적 문맥에서 비판하며 해체할 수 있는 그런 문제의식과 안목과 식견을 지닌 전문가를 관장으로 채용해야 함. 그렇게 하려면, 완고한 민족주의 정체성 담론에 물든 이들, 파인아트라는 식민지근대적 유령에게서 놓여나지 못한 이들, 국제적 규준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사대주의자에 불과하거나 자기-식민지화에 앞장서는 이들을 경계해야 함. 김학량
–전시기획 운영 등에서 자율적인 조직 정체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개혁도 무위. 낙하산 관장, 학맥 관장 시비 걷고 리더십의 새 모델 제시해야.
-정치와 미술은 분리되어야 한다. 이 사태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술관장직에 대한 오래된 편견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미술관장직은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권력이 아니라 전문 인력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독려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직이다. 또한 해외의 유명한 관장을 영입하는 것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립현대미술관은 스스로 자유롭게 일어서야 한다. 백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출 논란을 계기로 미술계 내부가 반성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미술(관)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덕망 있는 미술인이 관장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 국내 기관장 선출에서 늘 문제시된 ‘무능’과 ‘부정’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전문성’과 ‘도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관장 선출 논란을 계기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미술인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선출제도와 심사제도를 재정비하기를 바란다. 류병학
–[장기 표류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바라보며 미술계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촉구한다]
0. 미술계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수법인화 전환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라. 미술계는 작금의 사태를 숙의하며 개혁의 향방을 다각적으로 논하라.
1.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어갈 관장을 채용하는 과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라. (서울대 홍대 미협 민예총 등 파벌과 인맥을 등에 업은 구시대적 인물을 원천 배제하라.)
2. 국민과 미술인 사회는 관료주의적 운영을 극복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할, 현대적 감각을 갖춘 관장을 바란다. 청년 예술가들을 파트너로 포용하는 미술관을 창출해낼 리더를 널리 구하라.
3. 국립현대미술관장도 (국립중앙박물관장처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직급을 차관급 정무직으로 격상해야 마땅하다.
4. 특수법인화와 함께 전면적 구조 조정을 실시하고, 신규 재계약 학예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라. (관장 이하 학예직의 국적 제한과 장벽을 철폐하라. 유교적 연공 서열에 따른 관리직 진급 시스템을 철폐하라. 학예직을 위한 유연근무제와 연구안식년제를 도입하라.)
5. 신자유주의적 초대형 미술을 지향하는 서울관의 시대착오적 전시공간 구획을 휴먼스케일에 맞게 재조정하라.
6. 서울관에 청년 작가를 위한 (적당한 크기의) 실험적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신설하라.
7. 청년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형식의 유기적 프로그램—예컨대 초청 큐레이터/평론가 연구 지원 제도—을 도입하라.
8. 허울 좋은 미술은행제도 당장 폐지하라.
9. 국립현대미술관은 1987년 이후의 한국 컨템포러리미술의 얼개를 총괄하는 소장품/대여품 장기 전시를 서울관에 마련하고, 비평적-역사-쓰기 작업에 나서라.
10. 우수 전시의 여타 지방 국공립미술관 순환 전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하라.
11.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주요 다큐먼트를 영역(英譯)하는 작업을 위한 번역기금을 조성하고 자율적 번역사업을 실시하라.
12. 국립현대미술관은 풀서베이 전시와 회고전 실시 과정에서 사실 확인 작업을 위한 엄격한 진실성 검증 단계를 도입하라.
13. 고 임영방 관장의 업적을 기리는 회고전을 실시하고, 그의 이름을 건 큐레이터십 시상 제도를 마련하라.
14. 미술계의 파벌들은 투서와 모함과 음해 공작을 중단하라.
15. 미술관의 운영 방침 논의 과정에서 아트딜러의 상업적 개입과 상업화랑에 긴밀히 연루된 인사의 부정한 개입을 차단하라.
임근준(이정우)
-우리나라 미술계의 역량은 최근 여러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미술계의 전시나 비엔날레 등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이를 다루는 공무원 행정은 아직도 처참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났다. 미술관장을 뽑는 인사 과정에 미술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정무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은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백기영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 직원 개개인이 각자 맡은 업무에서 전문성과 창의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미술관 스스로 업무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 보며 자율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냥 커다란 조직 구조에 의해 굴러가는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 체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김달진
–국립현대미술관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 또는 분담하기 위해선 우선 국립근대미술(박물)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근대의 시기 설정이 모호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조형예술에 대한 시기적 구분은 가능하다. 창작의 입장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하나의 기관에만 의존하면서 생기는 오해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학예실의 고용 안정화는 물론 그 업무역량을 실제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비대해진 행정 서비스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고 예민한 창작의 실험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예실의 권한을 더 키워야 할 것이다. 최금수
-미술관장은 단순한 관료 자리가 아니다.
우리 미술을 통한 우리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이를 윤리적 태도로 보여주기 바란다. 사회적 출세나 자기 과시의 자리가 된 이 시기에 관장은 무엇보다 상업성과 정치적 자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이 시대의 사유와 상업화에 대응할 윤리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길 바란다. 국립미술관다운 존재 가치는 그럴 때 인정받을 수 있다. 강선학
–이번 최종후보 두 사람이 임명되지 않은 것은 과정은 잘못되었는지 몰라도 결과는 잘된 것이다. 관장보다 중요한 직은 학예실(장)이다. 학예실장 임명은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하고 임기를 길게 보장하여 소신껏 일하도록 해야한다. 관장은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와 소양이 있으며 행정과 경영능력이 있는 자 중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재공모 사유에 대해 문체부 장관이 미술계 내부의 반목과 인물 부재를 거론한 것은 미술계 전체를 깎아내리는 처사라 사료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화계 수장으로서 반드시 사과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함.
2. 문체부에서 직접 재공모 대상자를 물색하거나 외국인 관장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언급 역시 국내 미술계를 평가절하하는 처사로서, 국내의 인물을 양성하고 역량을 발전시켜야 할 문체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봄.
3. 따라서,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며 국내 미술계가 당면한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선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임. 유진상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최종 후보자 2명(최효준, 윤진섭)에 대한 탈락 사유가 불분명하고 이해가 안가는 게 문제입니다. 결격사유가 명확하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소모적인 논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게 아니고, 우려하는 것처럼, 청와대 내정설이나, 학연 때문에 배제됐다면, 한국미술계에 엄청난 혼란과 반목을 조장할 것입니다. 미술계는 반드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투명한 사후 조치를 지켜봐야 합니다. 손성진
-국립기관답게 장기적이고 일관된 관점으로 전시를 기획해, 스쳐 지나가는 전시가 아닌 쌓여나가는 전시, 연구 가치가 있는 전시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동시대 서구미술을 발빠르게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국립기관의 의무는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정리하고, 서구미술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며, 소장 가치가 있는 도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기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장 자리가 정치적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관장 자리는 기획자의 자리가 아니며 미술에 대한 비전과 신념을 바탕으로 미술관 내부 기획자들의 기획을 서포트하는 등 경영능력이 우선되는 이가 관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2년 계약의 비정규직 기획 인력은 기획력의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과정이 수반되는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없는 구조다. 학예인력의 고용안정이 우선되어야 하며, 관장 임명 과정은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더욱 공개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서준호
–바보야,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하는 곳이 아니야! 시각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이를 통해 유대감을 지님으로써 한 개인이 국가 구성원으로서 국가를 사랑하고 믿고 일체감을 갖도록 하는 정치적 기관이야. 바로 이런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근대국가들이 탄생하면서 모두가 국립미술관과 박물관을 설치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때문에 이러한 위기가 온 것.(이 답변으로 17번 이하 답변을 대신함)
그리고 《월간미술》이라는 대한민국의 미술 전문지조차 이런 국립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모르고 단지 전시시설의 하나로 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상” 정준모
–학예기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장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수용하고 이끌어갈 관장이 선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장의 권한과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모든 대한민국 미술관 관장이 큐레이터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한국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서상호
–1. 관장이 있을 때나 지금이나 미술관 운영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음. 오히려 없는 편이 이상한 관장이 재직할 때보다 나은 듯도 함.
2. 미술관 내부 학예연구직에게 기획과 운영의 자율성을 주고, 현 직급의 관장은 학예직에서 임용하는 것이 최선일거라 생각됨.
이태호(명지대 교수)
–1. 관장 선임 방식에 따른 폐해성이 가장 큰 문제. 널리 인재를 구해 쓴다는 공모제의 도입 취지와 달리, 진정 덕망 있고 능력 있는 관장들이 응모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 그래서 관장 인선은 추천제와 임명제의 혼합형이 바람직하다고 봄.
2. 학예인력들의 폐쇄성 혁신이 시급. 미술관의 정체성 확립과 콘텐츠 능력은 결국 학예인력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의 수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이에 전문성과 책임감을 지니고 미술계를 선도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이에 미술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활동 인물의 인프라가 미약한 점을 감안하여, 공모제를 폐지하고 초빙하여 관장으로서의 권위를 부여하고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어야 한다. 조은정
–1. 관장 심사를 누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투명성이 없다
2.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나 큐레이터의 기획력이 미흡하다.
3. 장기적 전문성을 확보할 기회가 부족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을 통해 홍콩바젤 등을 지원하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를 봤다. 부디 한국현대미술이 나아갈 좌표를 설정하셔서 국립현대미술관 건물을 채우는 전시가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해야만 하는 당위성 있는 전시가 많이 개최되었으면 한다.
-현대미술관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 사실상 실종된 채, 지나치게 지엽적인 시각이 난무함. 문제가 있다면 우리 미술계의 총체적인 현실과 직결돼 있음을 직시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을 희망한다. 문화 현상이야말로 미래를 내다보는 원거리의 넓은 시야에서 활성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윤우학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 사태가 벌어진 근본 원인은 미술계 주요 기관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미술계 다수 구성원의 여론과 무관하게 관료와 교수 등 권력 중심부에 있는 소수 관계자만의 리그였다는 데 있다. 그 점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이 미약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미술계의 중요 사안에 대해 여론를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미술계 자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선영
–그간 개별 전시 내용이나 수준, 관장 공석 사태 등의 문제가 지적되거나 불거져왔지만 그런 문제들을 만들어내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 기관인지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면한 문제들이 풀리기를 기대하는 건 모순된 일이다. 정부나 관계부처에 내맡기거나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모든 미술인의 주체적인 의견 개진과 참여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양지윤
-관장을 비롯한 각 직책에 대한 역할과 책무를 정확히 설정해 장기적 비전과 기획의 견고성을 확보해야 한다. 박우홍
–국립현대미술관은 늘어난 외형적인 규모에 비해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문광부 장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 특별한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미술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사건을 계기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공석 문제뿐만 아니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미술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술계 외부에 미술의 중요성과 미술 행정의 자율성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미술계 내부의 연대와 성취를 이루기엔 미술판이 이미 이익지향적 오합지졸의 판이 되어 쉽지 않을 듯. 몇몇 사람에 의해 찻잔 속의 태풍이 되거나, 적당히 포기하고 무관심으로 자기 활동에 몰두하면서 사태가 가라앉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국립현대미술관 관련 담론이 미술계 성골, 진골 싸움인 듯하여 관심두지 않는다.
–장관은 ‘미술계의 여론이 워낙 나빠 논란을 감수하고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는데(《한겨레》 2015. 6. 11), 장고 끝의 부적격 판단과 관장 장기 공석에 대한 미술계의 여론은 왜 듣지 않는가. 남선우
–미술계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엄격한 검정 과정을 통과할 사람이 과연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름의 결점을 가지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의 결점이라면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전 검정은 필요하겠지만, 후보자에 대한 먼지 털기식 암행은 문제가 있다.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전제하에 임명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충환
–현행 공모제보다는 전문성과 리더십(행정 및 경영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발탁해, 임명하는 임명제가 나을 듯하다. 임기는 최소 5년으로 하고, 한 차례 연임가능케 해 깊이있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시행할 수 있다. 관장이 미술관 운영을 책임지되 철저히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술관 전시 및 작품 구입 예산이 너무 적다. 스폰서십과 멤버십 구축에 획기적인 전략이 시급하다. 큐레이터별 전문성 구축도 이뤄져야 한다. 이영란
–1. 다른 방식들은 공모제보다 문제의 소지가 더 클 것이기 때문에 공모제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론 공모제를 찬성함
2. 8개월간 관장 직무대행이 운영한 것은 그 자체로 관련 부처 장관과 나라의 직무 유기이다.
3. 나라 예산을 줄이기 위한 애국심이 반영된 것은 아닐 텐데 서울관 전체 학예직이 계약직이라는 것은 희대의 코미디이다. 김지원
–관장을 비롯하여 학예사는 미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술관 운영의 모든 책임을 지는 의무와 소명에 투철해야 한다. 그 이면에는 전문인들을 믿고 밀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한다. 여론이나, 정부고위 관료의 압박, 재정적 압박 등등 외부에서 오는 부정적인 요인들은 미술관을 망치게 한다. 이는 결국 우리 미술문화를 좀먹는다. 조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