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this is being art-3
ANOTHER WAY OF SEEING
우리들의 눈
미술은 시각이 아니라 오감이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우리들의 눈’은 (사)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를 중심으로 미술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예술 프로그램이다. ‘우리들의 눈’ 디렉터이자 작가 엄정순은 1996년부터 ‘본다’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시각장애를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으로 바라보며 시각장애인들이 미술을 만나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엄 디렉터는 “시각장애인들과 소통하면서 역으로 미술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시각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시각장애라기보다 시력장애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들의 눈’은 서울맹학교, 한빛맹학교 등에서 매주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특별 워크숍을 통해 살아있는 미술 체험 프로그램을 시도한다. 뮤지엄 투어는 다리 힘 기르기, 흙 작업은 손 힘 키우기, 요리하면서 입맛 키우기 등 일상의 경험을 미술로 풀어보면서 그 과정에서 내면의 힘을 발견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중심 내용이다. 엄 디렉터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장애라는 이름 뒤에 숨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며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와 마주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일어서는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18년간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어느새 우리들의 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중에 자연스럽게 작가 활동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미술 수업을 통해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어릴 때부터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이 단순히 과목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친숙한 것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은 현재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엄 디렉터는 ‘우리들의 눈’을 통해 결국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 창의적 인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를 통한 고유한 시각이 발전되면서 장애가 단순히 결핍이 아니라 가 결핍이 아니라 하나의 창의적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들의 눈’은 다양한 전문 분야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력해 3D 프린터를 활용한 시각장애인 교재를 제작하고, 삼성애버랜드패션과 함께 패션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엄 디렉터는 “‘우리들의 눈’이라는 미술컨텐츠가 동시대에 혁신적인 기술과 만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시각장애와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미술의 가능성을 제안했다.
www.artblind.or.kr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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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E ART CENTER
에이블 아트센터
장애 예술, 가능성의 예술
2010년 설립된 에이블아트센터는 장병용 목사가 장애를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예술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원천으로 인식하고 장애예술가,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장애인문화예술 공간이다. 전문예술강사가 진행하는 미술, 도예, 음악,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의 표현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들의 작품이 전시, 공연 등의 통로를 통해 대중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조민서, 박태현, 이찬규, 최봄이 등이 센터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혜정 에이블아트센터 실장은 장애 아이들이 성장해가면서 함께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공교육 안에서 지원이 없다. 발달장애인들은 스스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아트센터는 아트 교육기관인 동시에 장애 작가와 평생 같이 가는 개념으로 울타리가 되어야한다.”
이 실장은 센터의 슬로건이 “상상력은 장애를 넘어선다”라며, “현재 센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은 20대 초반으로 지금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지만 10년 뒤에는 장애라는 딱지를 떼고 젊은 작가로서 미술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작업을 관심 있게 봐주는 젊은 기획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센터는 미국 오클랜드에 있는 장애 예술가 전문 스튜디오인 크리에이티브 그로스 아트센터처럼 작가들이 센터의 운영 주체로서 참여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www.ableart.or.kr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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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SIDE
로사이드
날 것의 예술,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예술공동체
2008년 설립된 비영리 예술단체 로사이드는 한 작가가 자폐를 가진 소년의 노트에 그려진 낙서가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 단체는 미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협업을 추구해 참여 예술가의 관심에 따라 정체성을 고민하는 열린 구조를 띠고 있다. 단체의 구성원은 크게 ‘운영 스태프’와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자’와 ‘후원자’, 그리고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독자적으로 창작하는 ‘날것의 아티스트’로 이뤄지며 곽규섭, 김동현, 홍석환 등 대부분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고재필 로사이드 공동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 작가 모두가 동등한 구조 아래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로사이드가 진행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서울시 북부병원과 협약을 맺고 작가들이 환자들의 얼굴을 그리는 ‘함께하는 풍경’, 성북문화재단 지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문화를 공유하는 경험을 나누는 ‘어떤 아트투어 프로젝트’ 등이 있다. 최선영 아트 스태프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도 중요하지만 출판, 영상, 퍼포먼스, 아트상품도 등 날것의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방식의 창의적인 활동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rawside.kr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