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4] 오희원
전시장의 이면과 마주하다
전시가 열리지 않는 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없다. 관람객은 공간에 무엇인가 걸려있거나 설치되어 있는 곳에 들어감과 동시에 그것을 향유하면서 완성된다. 그렇기에 작가는 텅 빈 공간에 자신의 무엇인가를 남겨 관람객의 방문을 기다린다. 그 남겨진 무엇이 바로 작품이다.
오희원은 텅 빈 전시장을 그린다. 그 공간은 이 세상에 없는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엄연히 현실에서 존재한다. 사간동, 통의동, 구기동 등등에 자리 잡은 대안공간이나 상업화랑의 전시장이다. 전시가 열리지 않는 공간을 그리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언뜻 전시가 열리지 않은 공간이 얼마나 쓸쓸한지에 대한 작가적 연민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아니면 그곳을 채우고 있는 공기와 빛의 흐름에 대한 담담한 관찰의 결과물로도 보인다. 그러나 전시가 열리지 않는 공간은 비록 그 기능을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자체로 이미 권력이다.
오 작가에게 <Blind Site> 연작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제 개인의 시점에서 현재 미술계가 빠르게 제도화, 계급화하는 상황에서, 전시공간의 ‘권력화’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또한 과거처럼 보이는 담론적인 시간으로부터 진행됐던 하나의 신화로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공간으로서 미술권력은 꽤 많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2010년 습작처럼 그리기 시작한 <Blind Site> 연작은 전시공간의 내부 모습을 그리지만, 장소의 둘레로부터 공간 내부를 향한 시선을 동반하며 출발한 작업입니다. (…) 실 공간의 기록이지만 가상의 세계로서 가시화된 공간작업은 ‘전시장’이란 대상을 인지하는 변화된 방식을 환기하면서, 현실의 사태를 반영하는 매개체로서 기능을 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전시장은 온전히 작가에 의해 재편집되어 표현되는데 이것은 “시간의 맥락과 큐브를 다르게 보는 시선”에 의한다.
작가가 근래 선보인 작업인 <Moving Tracking>은 특정 지역 전시공간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추적, 그것을 월별로 지도 위에 기록한 것이다. 이미 고정된 역사적 사건이라 그 과정을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나온 과거를 관찰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과거로부터 현재의 제(작가)가 놓인 또는 제가 바라보는 시대의 위치를 참조한 풍경의 상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전시공간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일종의 생태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Blind Site>와 <Moving Tracking>을 연결하는 기제는 ‘시간’의 속성이 아닐까? 작가는 전자가 “과거라는 시간과 현재라는 시간, 현실과 가상, 시간의 연속성과 단절이란 상반된 흔적을 기록하는 매개체”로서의 시간이라면 후자는 마치 태그기능이 달린 과거의 시간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시간으로 새긴 작업”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그는 날씨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데이터화되고, 어떤 징후로서의 날씨”는 앞의 작업과 어떤 맥락성을 일궈낼지 궁금해진다. 일상을 묻자 최근 요가를 시작했다면서 “자세의 중요성과 함께 신체가 정신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생각하면서 애어른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라는 다소 선문답 같은 말을 했다.
황석권 수석기자
오희원은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올해 첫 개인전 <White Void-공백의 반응>을 갤러리 팩토리에서 열었다. 또한 <오늘의 살롱-TODAY’S SALON전>(2014), <PROJECT 72-1전>(2012~2013), <게걸음 : We are left, We are right>(2012) 등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