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2014] 차미혜-세상의 모든 울림을 끌어안다
세상의 모든 울림을 끌어안다
우리의 눈은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망막에 품었다가 스치고 지나간다. 대안공간 풀에서 작가 한진과 2인전으로 열린 <회색의 바깥전> (4.11~5.31)에서 차미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놓치는 그러한 일상의 풍경을 미세하게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채널로 구성된 영상작품 <무인칭을 위한 노래>(2013)는 탁자 다리에 비치는 햇빛의 머뭇거림, 누군가의 머릿결이 천천히 나부끼는 모습 등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법한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그녀가 감싸 안은 풍경은 정지 화면 같지만 미묘하게 움직이며 연약하게 숨을 쉰다. 죽었지만 자신이 죽은지 모르는 화자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영상과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 시선이 교차하고 비껴가면서 누구의 시선인지 모호해지며 낯설고 심지어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 무인칭이라면, 무인칭에 ‘대한’이 아니라 ‘위한’ 노래라고 한 것은 이를 애도하는 심정으로 모두가 다인칭이 되는 불완전하지만 가능한 영역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사운드는 없지만 작가는 이 작품에 ‘노래’라고 제목을 붙였다. 차미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각자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물의 맥박과 같은 울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고.
16mm 필름으로 작업한 신작 <얼굴 없는 얼굴>은 꿈에서 본 얼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차미혜는 꿈의 안과 바깥을 넘나들며 추상적이면서도 반복되는 이미지를 ‘꿈의 후렴’이라 부르며 텍스트와 퍼포먼스 작업으로 확장시켰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얼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단다. “예전에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질문을 했다면 지금은 나들과 너들, 타자의 얼굴들, 제가 가지는 여러 가지 얼굴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차미혜는 인터뷰 동안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표현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이 세상이 분명하다면 저는 아마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A 혹은 B보다는 A와 B 사이의 틈과 같은 모호한 부분들이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 부분에 잠재된 가능성을 보는 것에 흥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결코 개인적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의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일단 작품으로 풀어내면 그것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통해 다른 경로로 각자의 경험과 기억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심 있는 꿈이나 기억과 같은 주제가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측면은 있지만 보편성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미혜는 얼마 전 작업을 끝낸 <얼굴 없는 얼굴>에서 좀 더 나아가서 동시대 살아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극하는 자아를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Cha Mihye
차미혜는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계원예대 시간예술과를 졸업했고 파리국립고등예술학교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했다. 2013년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첫 개인전 <울림, 지나칠 수 없는>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9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에 출품해 아비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에 참여한 바 있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