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4] 인세인 박
모든 것은 이미지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접하는 이미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언제부턴가 작가들이 이미지를 생산하기보다 기존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편집해 작업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작업 전면에 내세우는 작가가 있다. 인세인 박은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생산되는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차용해 재편집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7.17~8.24)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연 그는 전시 제목으로 ‘디렉터스 컷’을 내세웠다. 그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영화, 동영상,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했다.
인세인 박은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TV나 컴퓨터 앞에서 뉴스, 컬트영화, 광고, 인터넷 이미지나 댓글, 포르노 무비 등을 보며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이미지를 흡수하면서 전혀 관련 없는 이미지들을 뒤섞어 합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어느 날 북핵 뉴스를 접하고 나서 어느 영화사의 횃불을 든 여신상 로고를 보면서 핵이 폭발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겹쳐졌다고 한다. 이 장면이 바로 <Nuclear>로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인세인 박은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미지를 편집하는 데 작가의 의도를 주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거의 모든 작업에서 뭉개짐(Blur)이나 망점 확대(Pixelate)와 같은 포토샵 기능이 전시를 통해 구현되었다. 이미지 확대는 프레임의 크기 변화로, 흐리기 효과는 반투명한 유리를 덧씌워 보여준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출품된 사진들이 작가가 수집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가 직접 찍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수집한 이미지를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띄우고 촬영하다 보니 사진 이미지에 플래시가 터진 모습도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사진의 피사체가 하나의 화면인지, 무한히 바뀌는 이미지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작업에서 피사체의 의미는 모호해지고 이미지만 둥둥 떠다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세인 박은 개념미술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작업에서 의미를 버리는 데 2년이 걸렸단다. 몇 해 전 만해도 그는 작업을 통해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조작하는 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러한 작업 태도에 대해 식상하다고 말한다. 물론 하루에도 생각이 수없이 바뀌듯이 자신의 작업관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다뤘지만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는 계속 변화했다”며 “전시장 1층의 영상작업은 짜깁기지만 언젠가 실제 이미지를 촬영하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인세인 박은 오는 10월 초 ‘2013 에트로상’ 수상을 기념해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무리해서라도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인물 이미지를 표현한 케이블 작업을 선보인단다. 그동안 케이블을 이용한 작품엔 ‘미디어가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가 작품에서 의미를 덜어내고 어떤 방식으로 연출할지 주목해볼만 하다.
이슬비 기자
인세인 박(본명 박영덕)은 1980년에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났다. 경기대학교 서양화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신한갤러리에서 열린 <Raid on Media>를 시작으로 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경기도미술관, 세네갈비엔날레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영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2013년 제2회 에트로미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