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2014] 장종완-비상식적인 현실과 비이상적인 천국
비상식적인 현실과 비이상적인 천국
작가 장종완은 말수가 적고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 개구지다고 말하듯 대화를 나누다보면 예리하고 강한 눈에 장난기가 서서히 묻어난다. “어떻게 놀릴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비꼬아 풀어낼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작업이 출발한다는 작가는 비현실적일 만큼 완벽한 천국의 이미지에 해학과 풍자를 더한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천국의 진지하고 영적인 이미지는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작가가 그리는 천국의 이미지는 연극무대와 비슷하다. 평소 작업을 연극무대라고 상정하는 작가는 윌링앤딜링에서 열리는 그의 세 번째 개인전 <황금이빨>(4.12~5.2)의 공간을 마치 하나의 연극무대처럼 연출했다. 막을 열고 입장한 전시장에서 회화작품과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는데 핀조명으로 작품을 비춰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연극무대의 이미지는 전체 공간뿐 아니라 각각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천국의 배경을 작가는 하나의 연극무대라고 상정하고 무대마다 다른 등장인물을 배치시킨다. 그곳에 등장하는 배우는 기이한 형상의 동·식물이다. 종말 이후의 세상이 아닐까 여겨질 만큼 상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 재난, 범죄 등이 새로운 형태로 발생한다. 작가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택시 운전기사에게서 받은 특정 종교의 홍보지에서 단박에 작품의 모티프를 찾아냈다. 비상식적인 일이 정신없이 일어나는 세상과는 대조적으로 홍보지에 등장한 천국의 이미지는 비이상적으로 완벽했다. 이 점에서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함께 뛰어노는 초원의 모습은 우리의 세상을 풍자하는 회화처럼 느껴졌다. 평소 이발소 그림, 선전선동 포스터 등에 관심이 있던 작가에게 이러한 회화적 구조와 구성은 큰 영감이 되었다.
2012년부터 하나의 이야기를 정하고 애니메이션, 회화로 연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황금이빨>은 작가가 꾸준히 고민하는 주제와 형식의 연장선이다. 불가능한 로맨스가 실재하는 새로운 세상과 황금이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상정하고 그의 과거의 모습인 고독한 양치기의 꿈을 다룬 작품이다. 이 양치기는 꿈에서 절대자가 되어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다스리며 궁극에는 새로운 세기를 창조하려 한다. 양치기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 외친다.
암울하고 힘든 세상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현실은 어떨까. “별다른 재주가 없어서 작업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니 나까지 힘들다고 하지 않겠다” 그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용은 날카로웠다. 마치 부드럽지만 매서운, 그가 그린 연극무대처럼.
Jang Jongwan장종완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개인전 <S.O.S(save our souls)>와 <Double meaning>, <Korea Tomorrow 2011>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