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4] 조은주
함께 있는 외로움
흔히 작가 조은주를 ‘카페를 그리는 동양화가’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는 카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표현한다고 강조한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으로서 카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같은 테이블이라도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된다. 카페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그 속에 각기 다른 사람들을 담아내면서 그녀의 그림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진다.
조은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심리 상태 중에서도 특히 친밀해 보이지만 결코 친밀하지 않은 상태를 표현한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 곁에 있지만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을 때 극대화된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우울함이 바로 현대인의 일상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카페에서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연인인데도 생각보다 눈을 마주치고 있는 시간보다 딴 행동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어도 완벽하게 교감이 이루어지지는 않죠. 어쩌면 현대인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심지어 카페에 혼자 온 사람들조차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다.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DMB를 통해 영상을 본다거나 계속해서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소통하기를 원하죠. 실제로 그런 광경을 볼 때면 ‘사실은 혼자 있고 싶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된 것 같지만 정작 삶은 헛헛하기만 하다. 그녀의 그림 속 인물들은 먼지 입자처럼 건조하고 영혼이 없는 것처럼 공허해 보인다.
조은주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비현실적으로 강렬한 색감이다. 다양한 색을 활용하던 그녀는 최근 더 케이갤러리에서 열린 네 번째 개인전 <개인적 공간>(9.3~16)에서부터 색을 절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화면에 많은 것을 담기보다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시를 했을 때 어떤 분이 저에게 ‘굉장히 따뜻한 색을 썼는데 차갑네요’라고 말했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지점이 바로 그거거든요.” 조은주는 장지에 아크릴로 채색할 때 물감을 섞지 않는다. 대신 아주 묽게 칠하기 시작해 원색 그 자체가 두드러지도록 배경색의 경우 30번 이상 쌓아 올린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물감과 물감의 관계 역시 결코 융합되지 않은 모습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언젠가부터 조은주는 자신의 작업을 풍속화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풍속화란 당시 사람이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한 그림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은밀하게 관통하는 풍속화를 그려 나만의 언어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커피 한잔을 사고 잠시 머무르며 사람들이 관계 맺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른 공간도 열심히 물색 중이다. 일단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호텔 로비나, 공항, 기내 등은 무료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잠시 빌린다는 개념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이슬비 기자
조은주는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양주시립 777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포천아트밸리, 갤러리 이레,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