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4] 김다움

당신과 우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사물, 시스템 또는 인간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일시적 혹은 영속적으로 접근하게 해주는 매개. 이 매개는 특정 공간을 지칭하거나 특정 주체를 상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물리적, 가상적 매개체를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부른다. 작가 김다움은 바로 이것에 집중한다. 작가는 사람과 상황, 사회와 개인이 만나는 지점을 주목하고 그들이 남긴 흔적에 매료된다. 인터넷을 하면 우리의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지나간 웹사이트의 흔적이 쿠키파일이나 캐시파일로 남듯 우리의 일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란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작품은 인터페이스와 거기서 비롯된 흔적을  대화에 주목한 것과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다룬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대화에 집중한 작업으로 <리카(Rika)>, <프랜저(Frenger)>, <심심이> 등을 들 수 있다. <리카>와 <프랜저>는 모르는 사람과 채팅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기반을 둔 작업이다. 사주팔자를 보고 궁합이 맞는 대상과 대화를 연결해 주는 한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21살의 간호사인 닉네임 리카와의 대화를 정리한 영상작업인 <리카>. 반면 <프랜저>는 스마트폰 위치기반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who’s here’이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위치한 곳과 원거리에 있는 어떤 이를 연결해 7개월간 나눈 대화를 보여준다. 이 두 작업에서 작가는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채팅의 일대일 대화에서 다수와의 대화로 관심의 범위를 차츰 넓혀갔다. 이는 <정일>에서 두드러진다. <정일>은 김정일의 죽음 소식을 알리는 트위터의 글을 본 작가가 같은 소식을 담은 약 3만여 건의 트위터 사용자의 글을 수합하여 영상으로 제작한 작업이다. SNS는 개인에 대한 최소의 정보만을 노출시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언뜻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인 김정일에 대한 사람들의 발언에는 나름의 자기검열과 동시에 자신의 색깔을 은밀히 밝히려는 욕구가 드러났다. 여기서 작가는 “이 가상의 공간을 오히려 물성이 강한 공간으로 느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제2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며  최소의 단어로 자신만의 표현을  최대로 나타내려 하면서도  공적인 부분이 함께 드러나는 SNS의 독특한  특성을 나타냈다. 모호하고 조심스러운 언어표현은 2012년 프랑스 대선 당시 유권자들이 SNS상에서 보인 일련의 과정을 모은 작품 <Still Life : Radiolondres>에서 극대화 된다. 프랑스인들은 각종 상징과 암호를 사용하여 후보의 득표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미지와 언어에 대한 약속 없이도 대부분이 가독한 토마토, 커스터드, 시계, 치즈 등의 암호와 암호 속 메시지를 작가는 각종 상징이 집합된 네덜란드 정물화의 모습으로 치환했다.
반면 전시 공간에 초점을 맞춘 작업도 진행 중이다. SNS에 정보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사라지듯 전시장이라는 공간도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지만 전시기간 종료와 함께  작품은 철거된다. 이에 김다움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역설적인 방법을 취했다. 보이지 않는 행위를 택하여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아마도예술공장에서 열린 <목하진행중>과 하이트 콜렉션의 <미래가 끝났을 때>(2014)에서 선보인 작품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전시장 공간에 대한 흥미는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 열리는 그의 첫 개인전 <RSVP>에서 확대되어 보여진다. 작가는 미술관의 라운지 공간에서 ‘환대(hospitality)’란 단어를 떠올렸다. 그는 전시장에 소장된 책과 자료들을 이용하여 라운지를 열람실로 재구성했다. 환대의 유효성과 조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결국 김다움은 인터페이스에 남겨지고 그곳에서 나타날 무언가의 흔적을 끊임없이 파고들고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그가 표현하는 매개는 무한한 지점에서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임승현 기자

김다움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국민대 입체미술과를 졸업하고 <미래가 끝났을 때>, <Censorship>, <목하진행중>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 <RSVP전>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 입주작가로 작업하고 있다.

레터

<Letter by Letter Word for Word> 화면 보호기, 루프(5분 동안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