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4] 이미래

物性 고민의 실험장

작가 이미래의 작업은 물리적 공정에 의해 시작되고 결정된다. 그녀는 사전에 스토리를 면밀히 짜고 리서치를 기본으로 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에 대한 거대담론을 논하거나, 인간내면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출하는 형식을 띠지도 않는다. 다만 작업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천착한다. 그는 자신의 ‘정신성이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평하지만 그의 작업은 물성 자체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 꾸밈없이 순수하게 나아간다. 작가는 각 작업 본연의 기능을 극대화할 뿐 그 이상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와 형태 자체가 가진 본질이 각각의 작업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현재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 중인 이미래의 세 번째 개인전 <낭만쟁취>(8.14~9.14)는 작업 간 유기적 관계가 돋보인다. <수석장>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청개구리 엄마무덤> 작업 과정에 발생한 시멘트 폐기물들을 모아 조각으로 만든 것, 길거리에서 줍거나 혹은 지인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물체들을 마치 전시장에 진열하듯 정돈해 두었다. 이전 작업인 <일본식 꽃꽂이>에서 선보인 이미지와 함께 다양한 조각이 나열되어 있다. 본래 작업실에서 물성실험을 즐겨 하며 사이즈, 부피, 탄성을 고려해 이리저리 배열하고 배합해 보던 작가의 습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죽어있는 매체들이 모여 있는 쇼케이스와 같은 수석장은 나란히 배열된 그녀의 조각을 연상케 한다.
반면 함께 전시된 <청개구리 엄마무덤>과 <청개구리 엄마무덤을 위한 비, 천둥, 번개 구조물>에선 이미래의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우화의 신파적 이야기 전개과정, 거친 날것의 재료와 단순한 움직임 장치 그리고 치밀하게 짜인 각 작업 간의 구성이 혼재되어 있다. 사실 <청개구리 엄마무덤>은 올해 초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연 전시 <앞에서 본 누락>(2.19~3.9)에서 선보인바 있는 동명의 작품에 다양한 요소를 더해 복합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천둥 효과에 육중한 무게를 주기 위해 시멘트 틀을 제작하여 볼링공을 굴리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웹투니스트 이자혜의 단편만화 <금덤판>을 협업형식으로 제작해 함께 설치한 점이다. 자신의 작업에 동시대 사회적 연결고리를 더하고 싶었던 작가는 이야기 전달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만화를 선택했다. 이와 같이 그녀의 작업은 면밀하고 명백하게 그 역할과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작업 혹은 함께 설치되는 작업 간 ‘얼기설기’ 엮어져서 서로 유동한다. 그렇지만 “청소를 하는 기분으로 정리정돈을 하면서 평면적이고 담백한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다분히 정제되어 있다.  작가 이미래의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함의가 담긴 행복이란 단어에 뒤엉킨 무수한 이해관계의 조합 속에서 ‘낭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는 단순하지만 이 시대에 참으로 얻기 힘든 낭만을 마치 작업이 가진 그 속성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이에 무한히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내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근래의 조각이 디자인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며, “오랜 기간 지켜볼 수 있을 만큼 조형적 의미가 깊은, 고전주의적 숭고미를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조각을 다루는 젊은 작가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가 포착할 물성의 조형적 변주가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이미래는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전공하고 영상연합매체를 복수 전공했다. 2013년 <문래3가에서 빛으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3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 외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10회의 그룹전 및 프로젝트 결과전에 참여했다.

이미래

<청개구리 엄마 무덤> 시멘트, 볼링공, 워터펌프, 스트로보, 마이크 대, 믹서,헤드폰 외 가변설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