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5 유목연
“유목연의 작업이 미술계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 중 하나는 무엇보다 타자 또는 소수 문화에 건네는 그의 시선에 있었다. 동시대미술은 어쩔 수 없이 주류 문화의 반대편으로부터 거슬러 가는 저항적 태도로부터 출현한 ‘변종의 미술’이다. 그러나 교육과 문화제도가 견고해지면서 이러한 비주류적 태도마저도 하나의 관습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문화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유목연은 타자를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타자와 밀착된 시선을 통해 타인들, 다양한 개인들과 ‘접촉’하였기에 그의 작업은 으스대지 않고 자연스레 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 정현 미술비평
‘유케아’식 예술•생존•게임 가이드
최근 작가 유목연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목연포차>는 전국을 누비며 만남의 장을 펼쳤고 작가는 넘치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동시다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양각색의 형태를 띤 그의 작업은 전체적으로 ‘유케아(UKEA)’라는 자체 브랜드로 수렴된다. 이 콘셉트는 좋은 디자인과 싼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손수 조립할 수 있는 가구로 유명해진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를 차용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브랜드 ‘UKEA’에 대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정착하지 못하는 삶의 방식에서 오는 불안함과 생존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트레이드 마크”라고 설명한다. 작가의 모든 작업은 쉬운 설명을 담은 소책자 형태의 지극히 개인적인 가이드북에서 시작한다. 벌써 25권이 발행됐다.
가이드북을 토대로 한 작업 방식은 드로잉, 설치, 소설, 영상, 퍼포먼스, 아카이브 등 다양하다. 사진을 전공해 동시대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그는 마치 미술매체 완전정복을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작업 자체가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직관을 따르고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다른 작가와 유사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지만 일단 필이 꽂히면 돈키호테처럼 돌진하는 모습 자체가 유목연스럽다.
유목연 작업의 특징은 작업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존 영역, 일상적 경험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며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작가 역시 “아직도 내가 하는 것이 예술의 영역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토로한다. <도시유목서바이벌 가이드>의 경우 작가가 7년간의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실제 노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가이드 소책자에는 ‘진통제로 환각제 만들기’, ‘손쉬운 오토바이 훔치는 법’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존 노하우 등이 소개돼 있다.
슈퍼마켓 카트 위에 만들어진 작은 1인용 이동형 선술집인 <목연포차>는 유목연의 대표적인 작업이자 생계의 수단으로 실제 홍대, 안산 지방 각지를 돌면서 어묵꼬치를 팔고, 술을 파는 등의 상거래를 하며 새로운 만남을 유도했다. 작가는 음식을 팔고 술 한잔 따라줄 때 관람객이 즐거워하고 재밌어 하는 반응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사진이나 회화 같은 작업이 관람객에게 공허한 메시지를 던질 때 관람객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소하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차 한잔 합시다>에서도 유사하게 이어지는 그의 작업 방식은 그렇다고 예술과 일상의 일회적이고 소박한 만남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홍대 거리, 이태원 펍(pub) 등 그 자신이 길바닥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은 것처럼 그의 작업은 예술이라는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일종의 오픈 소스로 다양한 사람과 교감하는 데 의미를 둔다. 게다가 <목연포차 창업 가이드북>은 누구나 포차를 만들어 작가 자신처럼 실질적인 생존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는 실용성을 갖췄다.
한편 <더 아티스트 보드게임>은 작가가 공모에 지원하고 선정돼 레지던스, 미술관 전시 등에 참여하는 현상을 보드게임에 적용한 것이다. 국내편에서 해외편으로 확장되며 작가 생존의 현실적 문제와 제도적인 안착의 관계를 질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는 제도권 자체 혹은 제도권에 편승하는 태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진 않는다. 대신 그 스스로 생존 게임판의 말이 되는 실험을 거친다.
욕심이 많은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도 많다. 사루비아다방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 <모험도감>(5.20~6.20)에서는 지난 4년간 도시 유목생활을 하면서 선보인 다양한 작업을 펼쳐보인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 지금까지 벌려놓은 작업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룰 생각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는 가이드북 형태로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이다.
이슬비 기자
유목연은 1978년 태어났다. 중앙대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사미술공간, 대구예술발전소, 경남도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4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올해 7월부터 1년 간 삼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파리국제예술공동체 레지던스 입주작가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