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황효덕

견고한 껍질을 깨다

“상상했던 것이 마침내 손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머릿속으로 상상해본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얻게 되는 만큼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황효덕의 작가노트를 읽으면 상상하는 바를 이룩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것 같다. 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에는 그런 아쉬움이 작가가 작업을 좀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상하고, 제작하게 하는 동력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웬걸! 황 작가는 상상하던 바의 완벽하고 견고한 구축이 오히려 더한 구속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무언가를 만들 때, 이미 만들어진 것들은 대부분 견고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모양새로부터 도망칠 곳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그 견고한 형상들로부터 도피처를 만드는 것 같아요. 잘게 나누거나 변형시키거나 우회한 방법들로요. 그리고 그 과정들을 발견하는 것이 제가 작업을 진행하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것들은 또 서로 영향을 미치며 유기적인 연관성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것이 흥미롭고요.” 그렇다면 작가에게 완전체로서의 견고한 작업 구축은 안락함에 안주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작가가 취하는 재료는 매우 저렴한 것들이며 심지어는 폐품이나 페기물에 가까운 것들이다. <Cave>(2013), <Sralasso>(2014), <흐르기 위한 수집> (2015)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이 작업이 전시된
장소에서 발견한 것으로 보이는 재료로 제작한 작업이다. 황 작가는 공간에 대해 어떤 오브제를 발견하는 곳이
아닌 그 자체로 재료라고 설명했다. “공간은 기본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다루어야 할 대상이며 동시에 공간 자체로서 설치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그 장소에 있었던 물건이 그대로 공간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공간에 놓이게 될 것들과 서로 영향을 주지요.”
최근 황 작가는 영상을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작업의 생각과 개념은 어느 정도 작가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생각을 이야기 한다는 의미를 작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다면 그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설명은 필요하면 어디에서든 요구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설명이라는 것이 참 어려울 때가 많아요. 어떤 것은 설명 못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해요. 영상매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기록의 편의성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작업들은 단발적 실험들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신체 또는 행동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고 그것을 도큐멘트할 수 있는 매체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이 영상기록의 방식이었습니다.” 매체가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아주 국한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황 작가는 지인들과 ‘초단발활동’이라는 명칭의 모임을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최근 열린 <서울바벨전>에도 참여한 바로 그 모임이다. “참여작가들은 서로 작가임과 동시에 최소한의 소비자(관객)가 됩니다. 관심분야, 매체도 다르죠. 어떤 작가는 작업을 통해서 사회적인 이미지를 다루는 반면에 어떤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다루어요. 초단발활동은 팀은 아니에요. 오히려 스터디모임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불특정 공간에서 만나 ‘무언가’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작업을 감상한 글과 함께 아카이빙을 하죠.”
작가는 학부 시절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단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실성이 있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황효덕 작가. 아마 그의 대답은 특정 작업을 통해 종결의 형태로 나오기 보다는 당분간 지속할 온도와 연관된 작업을 통해 의문형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왜 하고 있는 걸까?”
황석권 수석기자

황효덕
1983년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수료했다. 2013년 <Pink a Day> 제하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Portfolio for Future>(갤러리 화이트블럭, 2014), <Paperback Writer, Paperback Artists>(테이크아웃드로잉 치읓, 2015), <서울바벨>(서울시립미술관, 2016) 등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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