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박지나

현실에 드러난 불가능한 존재

작품과 시(詩)의 교집합을 찾으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박지나 작가라면 그 둘을 온전히 작업의 모티프로서, 도구로서, 매체로서 작용하는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조소와 사진을 전공하고, 시를 쓴다. 그래서 박 작가의 작업은 조각과 사진, 그리고 시적 언어의 상징성과 압축 등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는 듯하다.
<다섯 개의 비와 강>(2012)은 못과 방울을 붙여 제작한 오브제를 한강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작품이다. 그녀의 작업에 등장하는 ‘못’과 ‘방울’은 매우 일상적인 사물이며 그 형태와 용도, 성질이 공고하여 그것들이 작업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이에 대해 박 작가가 말한바는 이렇다. “못은 확실한 것, 그것의 끝에 ‘결합’한 방울 형태는 ‘허공’”이라고 하고, 이 둘을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서로 대비되는 이 둘이 ‘결합하여’ 자신의 의미를 지우기도 하지만, 지워도 흔적으로 올라오기도 한다”고. 좀 더 구체적인 의미를 물었다. “이원 시인이 서문을 빌어 해주신 말씀이었어요. 이에 덧붙여 제 작업은 ‘극단적인, 그러니까 가장 먼 것 두 개를 닿게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가장 먼 둘이 이어지는 데도 이분법적이지 않다’고 말이죠.” 그러니 작가는 못의 다른 의미를 제시한다기보다는 그저 그 둘이 어떻게 있는 지를 봐주는 것, 그것을 관람객에게 주문하고 있을지도. “그래서 그 다른 성질의 두 사물이 같은 재료와 색으로 이뤄져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거죠.” 대립과 무화. 만남 그 자체를 발견한 작가는 이것이 마치 ‘비(雨)’와 같이 쏟아지는 경험을 했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라 고백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시’를 쓰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유난히 언어에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를 하면서 몇 번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적확한’ 단어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신 속에 자기가 아닌 것을 품고 불가능성을 드러내면서 존재한다는 것이 제 작업의 내용입니다. 그렇게 불가능성으로 존재할 때 사물은 사물 이상이 되고, 사물들이 서로에게 열어주는 공간에서 무엇이 발생하는 지 어떤 낯선 사건을 일으키는 지 관찰하고 발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박 작가의 작업은 적확한 언어 사용을 요구했던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세계의 명확한 규정이 아닌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긴 언어라는 도구가 언제 견고하고 명확한 의미의 테두리를 만들었던가? 이는 미술사에 남은 수많은 작품이 언어의 불완전성을 근간부터 흔들었던 바에서도 입증된다. 그 사이의 간격은 상징이나 은유 등이 메운다. “시나 작품 모두 대상을 하나의 고정된 것으로 규정짓지 않죠. 어떤 대상을 지식의 대상으로 소유하지도 않고요.” 동의하는 제스처로 보였지만 다음의 말을 이어갔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제가 그때그때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택하기 위해서예요.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은 존재가 기댈 수 있는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고요. 불가능성에 대한 방어가 아닙니다.”
그 불가능성을 시각화한 근작은 <계단을 세모로 만들기 시작할 때>(2015)가 아니냐고 묻자 “오르내리기 불가능한 계단을 설치하고 이와 병렬로 사진 촬영한 같은 형태의 계단 사이에는 ‘불가능의 견고함’ 혹은 ‘불안정한 견고함이 존재합니다.” 그 어느 하나의 요소만이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 4월 8일부터 29일까지 최정아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 준비에 한창인 박 작가는 여전히 “자신 안에 타자를 품고 존재하는 방식”을 화두로 삼고 있단다. 그래서 ‘시’를 쓴다. 그것이 사진으로 혹은 조각설치로 드러날지도 모르겠다.
황석권 수석기자

박지나
1978년 태어났다.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 Digital Imaging, 홍익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현재 박사과정 중이다. 2014년 SPACE22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총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다수의 그룹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피그먼트 프린트 100×150cm 2012

<다섯 개의 비와 강> 피그먼트 프린트 100×150cm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