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아무도 모른다
인사미술공간 2.6~3.8
<아무도 모른다전>은 인사미술공간의 2014년 큐레이터 워크숍 1차 성과보고전으로써 김보현, 김리원, 김태인, 정시우(이상 4인)가 공동기획했고, 석수선, 최수연, 서평주, 한정우, 000간(신윤예+홍성재), ETC(이샘, 전보경, 진나래), 다다수 다카미네(이상 7팀)가 참여했다. 기획자들은 8개월 동안의 인큐베이팅 과정과 워크숍을 거쳐 ‘괴담’이라고 하는 사회적 징후를 ‘괴담의 탄생과 은유’, ‘언술 전략으로서 재구성’, ‘실재하는 공포와 불안’이라는 세 가지 맥락 속에서 전시 형식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어느 시대, 사회에서도 괴담은 존재해왔으나 이 전시는 특히 괴담이 동시대의 병적 징후를 환기하는 통로로 쓰이는 것으로 보았고, 사회가 지니는 공포와 불안을 이미지를 통해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기획자들의 현실감각을 보여주려고 했다.
전시는 각 작품이 개별적으로 읽히기보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로 보이게끔 서사 구조(앞서 언급한 3가지: 괴담의 탄생과 은유, 언술 전략으로서 재구성, 실재하는 공포와 불안)를 갖추었다. 이는 대형 주제전이 종종 취하는 방식인데 <아무도 모른다>의 경우 각 섹션이 2-3편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만큼 소수의 작품으로 섹션별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는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는 일부 밀도가 떨어지는 작업들도 한몫했다. 그래도 전시가 괴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맥락을 짚어주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석수선은 에볼라 창궐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타이포그라피 연작으로 보여줌으로써 괴담의 탄생을 은유했다. 무속인의 신당을 그린 최수연의 <용궁>은 괴담의 진원지를 알고자 하는 욕망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물 아래에 대한 공포일 뿐임을 보여준다. 한정우, 000간, 서평주의 작업은 언뜻 한 작업으로 읽힐 만큼 괴담이 재생산(000간), 재구성되어(한정우) 전달되는(서평주) 과정이 이어지듯 연출되었다. 즉, 카더라를 수집하고, 진술서와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미디어로 도배하는 언술 전략이 연결된 듯하기에 관람하면서 잠시 혼돈에 빠질 수도 있다. 다다수 다카미네는 원전사고 이후 안전한 삶을 더욱 욕망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일시적 합의기업 ETC는 전시장에 시판 생수인 양 강남수를 가져다 놓았다. 두 작업은 상품이 안전한지 질문할수록, 또 상품이 안전하다고 강조할수록 이미 우리 일상에는 불안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한다. 한편, 기획자들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각종 이미지와 글을 전시작품과 함께 실은 괴담집을 전시장에 비치하여 이를 본 관람객들이 괴담의 새로운 가담자이자 유포자가 되길 바랐다. 전시 자체가 괴담의 발원지로 작용하기를 의도한 것이다. 그러나 우비 살인마와 빨간색 크레용같이 유년기에나 혹할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정교한 이중의 비틀기를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이 괴담집은 작가들이 나름 의뭉스럽게 만든 전시장의 알리바이를 마치 ‘괴담은 괴담이다’에 그치도록 흐트러뜨린 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