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임선이 걸어가는 도시-흔들리는 풍경_SUSPECT
갤러리 잔다리 2014.12.23~1.16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이틀 전, 홍익대 인근 갤러리 잔다리에서 작가 임선이의 개인전 <걸어가는 도시-흔들리는 풍경_SUSPECT> 가 열렸다. 홍대 앞의 들썩거리는 분위기와는 달리 푸른색과 흰색 안개가 감도는 전시장은 차분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2007년 전시 <부조리한 여행>에서 선보인 <붉은 눈으로 본 산수>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작에서 보여준 붉은 인왕산은 차가운 푸른빛을 띤 남산으로 이어져 돌아왔다. 남산은, 일찍이 우리 선조들이 목멱대왕 산신을 모셔 두고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던 곳이다. 그래서 목멱산(木覓山)이라 불렸다. 그러나 평안을 기원했던 그곳은 일제강점기부터 훼손되기 시작하여 공원이 조성되고, 광복 후엔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1975년에 남산타워(현 N타워)가 세워졌으며 심지어 호텔까지 들어섰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들의 손에 의해 서서히 깨어져가는 자연과, 그와 상반되게 인공적으로 재탄생하는 도시의 모습을 남산을 통해 보여준다. 관람객이 남산의 자연스러운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허리가 뚝 잘린 낭떠러지가 등장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먼 산을 올려다보면 차갑게 냉각된 남산타워가 우뚝 서 있다. 하얀 서리에 덮인, 딱딱한 스테인리스의 거대한 남산타워는 높은 산 위에 서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도시의 뜨거운 불빛들을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지하 1층 전시장을 가득 메운 사진 연작 <극점>에는 기호화된 푸른 지형도로 이루어진 남산이 짙은 운무에 둘러싸여 있다. 저 운무 속에 과연 무엇이 감추어져 있을까? 운무가 걷히면 우리는 그 실체를 알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 그 장막을 드리웠는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빠르고 높게 올리며,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현대사회에서 작가 임선이의 작업은 역행한다. 천천히 한 장 한 장의 지형도를 자르고 쌓아올리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작가는 그 안에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내면을 다져나간다. 그래서 임선이의 전시는 자주 접하기 어렵다. 산의 형태에 집중하다보니 산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그제야 비로소 그 주변에 있는 집도 길도 보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다음에 작가가 몰입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임선이 작가가 안내할 다음 길을 기다려 본다.
정창미 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