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Magnum’s First
한미사진미술관 4.4~8.15
송수정 독립큐레이터
누군가의 재난과 상처를 찍은 사진을 전시장 벽에 거는 일은 윤리적으로 온당한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그넘 전시에는 이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물론 매그넘 사진가라고 해서 모두 분쟁지역만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1947년 설립한 이후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혹은 포토저널리스 집단이라는 유명세에 걸맞게, 그들 스스로도 전 세계 가장 뜨거운 인간애의 현장을 기록해왔다고 자부해 온 것에 대한 자충수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 질문은 전쟁과 가난을 벽에 걸면서 ‘작품’이라 호명하고, 그 작품을 거래함으로써 ‘상품’으로 만드는 일의 불편함, 즉 사진과 미술 시장의 충돌 지점을 예민하게 건드린다. 그러나 더 많은 대중에게 시대상을 알리겠다는 명분하에 매그넘은 《라이프》나 《파리마치》 표지를 장식하던 영광을 순회전의 긴 방문객 줄에 넘겨주었다. 게다가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새롭게 영입하는 사진가들의 성향 또한 정통 다큐멘터리보다는 마치 신세대 마틴 파를 발굴하려는 듯 개성 넘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인쇄매체의 시대는 저물고 전시와 인터넷이 뜨는 시대의 운명을 매그넘조차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그넘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순회전 이후 매그넘의 전시는 사진들만큼이나 더 스펙터클해졌고, 고유명사가 되다시피 한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스티브 매커리 등은 이제 전시에 있어 흥행 보증수표처럼 통하기도 한다.
그런 매그넘이 무려 60년 전 기획한 첫 번째 전시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매그넘 초창기 사진가의 빈티지 프린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 이번 사진전의 흥밋거리는 그 당시 전시 방식을 짐작할 수 있게 고스란히 복원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 전시는 작가마다 커다란 합판에 색을 칠하고 사진을 부친 뒤, 그 합판째로 벽에 거는 방식이었다. 유리를 끼우거나 액자에 넣지 않은 이 형식은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잡지의 레이아웃 구성에 더 가까웠다. 1955년부터 1956년까지 오스트리아 5개 도시를 순회하고 난 후 이 전시판들은 부피를 줄이기 위해 사진 한 점마다 거칠게 절단되었다. 그런 작품들이 통째로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2006년 오스트리아의 프랑스문화원 지하창고에서 나타났다는 신비감 넘치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에디션 개념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당시의 느슨한 사진문화를 반증한다.
공교롭게도 매그넘이 첫 전시를 기획한 1955년은 사진 역사에서 <인간가족전>의 해이다. 전후 인류애 복원을 목표로 뉴욕현대미술관의 사진부장 에드워드 스타이컨이 기획한 이 전시는 그해 1월 26일 모마를 시작으로 전 세계 80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매그넘 사진가 상당수는 <인간가족전>의 참여 작가로서 이 전시의 기획 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에, 매그넘이 최초의 전시를 기획할 때 이 방식을 상당 부분 차용한 지점도 눈에 띈다. 특히 ‘시대의 얼굴’이라는 전시 제목과 함께 전쟁 사진을 배제하고 역사적 인물부터 각국의 풍경까지 다양한 시대상에 초점을 맞춘 대목은 이 관련성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총 83점이 소개된 이 전시의 무게 중심은 상당 부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특종이라 할 마하트마 간디의 암살 직전 모습과 장례식에 맞춰져 있다. 당시 카르티에 브레송은 단식을 마치는 간디를 인터뷰 하러 방문했다 예상치 못한 장례식까지 기록하게 되었는데, 1948년 《라이프》가 특집 기사로 장례식 장면만을 소개했던 것과 달리 전시에서는 간디의 생전 모습까지를 포함시켜 작업의 밀도감을 높였다. 반면 전시 1년 전인 1954년 전쟁터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한 로버트 카파의 경우에는 전쟁 사진이 아닌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지대 바스크 마을의 축제를 소개함으로써 그의 작품세계를 확장시킨다. 한편으로 같은 해 안데스 산맥에서 촬영 중 자동차 전복 사고로 세상을 떠난 베르너 비숍은 유작이 된 안데스의 피리 부는 소년까지를 포함시킴으로써 그의 회고전의 성격을 강조한다.
이렇듯 치밀한 전시 구성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작품은 에른스트 하스가 이집트에서 찍은 영화 촬영 장면이다. 하워드 혹스 감독이 1955년에 개봉한 미국 시대극의 고전 <피라미드>는 실제 크키의 세트장에서 만 명 가까운 엑스트라를 동원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에른스트 하스는 이 상황을 특유의 조형감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은 마치 실제 파라오의 시대를 만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전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가 빈번히 문제 삼는 가짜와 진짜 세계의 혼돈, 사진의 눈속임이라는 대목까지를 짐작게 한다. 매그넘 최초의 전시는 최근 매그넘이 보여준 전시보다 형식적으로는 덜 세련됐지만 사진과 사진전이 직면하게 될 방향성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훨씬 전위적이다.
위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Magnum’s First> 전시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