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s voice] 김길후 – Mind Imprints
김길후 __ Mind Imprints
중국 베이징 화이트박스 아트센터 11.15~12.4
오늘날, 현대예술의 다매체화에도 불구하고 회화는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사이자 실천적인 행위로 더욱 번성하고 있다. 이는 세계 각지의 미술관이나 전시 혹은 현재진행형인 예술 현상을 지켜본다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현대미술사에서 회화의 종말 혹은 죽음이 선언되었던 것일까? 이러한 선언은 종종 회화 감상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회화에 대해 고찰해 보며 회화를 새롭게 분류해야만 한다. 첫 번째 유형의 회화는 현대미술사의 내러티브와 전혀 관련이 없는 가장 광범위한 실천 행위로, 회화 자체와 그 창작자의 실제 상황과 관련되어서만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미술사의 서사가 아닌 또 다른 차원 혹은 실제라는 주관성의 의미를 지닌다. 두 번째 유형의 회화는 미술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역사적 내러티브 속에만 존재하며 현실의 관념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유형은 회화가 죽었는지 끊임없이 반문하며 회화가 죽지 않았음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이 유형은 회화에 관한 회화라 말할 수 있는데, 종종 회화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벗어나며 무엇이 회화인지를 판별하는 문제는 중요한 당면 과제로 다루지 않는다. 또한 비논리・비서사・비시각성을 일종의 인식명제로 여기며 인간의 시각과 내적 지혜라는 개념 구성에 도전한다. 현재 이 두 유형의 회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실의 회화창작을 역사서사와 연관짓기도 하고 역사가 아닌 주제와 연관시키기도, 또는 무관하게도 만든다. 결국 그 본질은 회화 창작 주체의 인식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유일하고 독립적인 회화인식은 전형적인 현대미술사 서사를 뛰어넘을 수 있으며, 모든 미술사 내러티브의 선입견을 벗어나 실제 회화가 어떻게 창작되는지 관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작가 김길후의 회화는 이 양자 사이에 걸쳐 있으며 화가의 도전과 대응을 보여준다. 그는 역사적 이미지를 포착하지만 역사화를 그리는 것은 아니며 이미지를 변형시키지만 모더니즘의 양식을 확인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그는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하며 자아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회화 방식과 질감을 구성하고 자신의 강점인 내면을 통해 문화사를 느낀다. 회화란 그 탄생 이래 창작자 내면세계의 투사이자 일종의 자아 신념과 신앙의 흔적이 아니던가. 현대 회화의 구축은 실은 또 다른 내면세계의 구축이자 이미지의 이야기를 제거함을 기본으로 하는데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김길후가 생활하고 있는 한국 대구는 대도시로서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며, 현대예술에 관한 새로운 각성을 불러일으켜 한국 현대예술을 이끄는 도시가 되었다. 김길후의 회화는 이러한 사고를 계승하고 있으며 그는 자신이 한 차례 세례를 받은 한국 현대예술에 대해 새로운 고찰을 시도한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은 과도한 서구화도 맹목적인 고전주의도 아니다. 그는 동양문화 특유의 내적 성찰 체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의 회화는 유화의 깊이와 부조의 공간감을 지닌다. 무엇보다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어떤 정신의 투쟁과 영혼의 울림으로 이는 격렬한 현대정신의 내적 폭발을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회화는 새로운 정신세계를 개척하고 시각의 형식사변을 뛰어넘는 현대미술의 신경향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내용을 갖춘 정신이 형식의 엄숙함을 뛰어넘어 인간 정신의 고양을 바라는 현대사회의 요구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김길후는 자신의 작품으로 이러한 세계적 관심을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새천년을 맞은 회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기회이기도 하다.
왕춘천(王春辰)·중앙미술학원 CAFA미술관 학예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