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윤병주

거리 두고 다가가기

영화 ‘마션’은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 탐사 중 혼자 화성에 남아 고군분투하는 생존기를 담았다. 영화는 지구에서 가장 ‘화성스러운 곳’ 요르단 와디럼(Wadi Rum)사막에서 화성의 모습을 촬영해 스크린으로 옮겨와 관객의 눈을 속였다. 영화 ‘마션’이 화성(火星) 재현의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화성과 유사한 분위기를 내는 지역을 선택했다면, 작가 윤병주는 경기도 화성(華城)을 가장 화성(火星)답게 덧입혔다. 〈화성 연작〉은 화성(火星)을 탐사하는 방식으로 기록한 경기도 화성(華城)의 모습을 담은 작업이다. 뒤늦은 나이에 미대에 진학한 작가는 대학 입학 후 4년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이 연작을 이어갔다. 작가에게 경기도 화성은 살인 사건으로 얼룩진 위험한 이미지, 도시개발로 파헤쳐진 공사 현장이 주는 삭막한 분위기로 짙은 어두움이 드리운 듯 느껴졌다. 그는 ‘화성’이라는 동음이의어로 언어·시각적 유희의 옷을 덧입혀 경기도 화성의 장소적 맥락을 잘라냈다. ‘쿨한’ 접근법으로 시작한 이 작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헬리캠을 이용해 화성 공사 현장을 촬영한 〈The Face〉는 공사장을 일순간 화성(火星)의 표면으로 보이도록 했다. 실시간 영상 〈Mark on Hwaseong〉은 전시장 빈 벽에 화성을 탐사하는 작가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실존의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꾸미고, 허상으로 변환한다. 카메라의 눈을 통하면서 작가의 위치는 자신이 경험한 일상의 공간에서 점차 멀어지고 감정적 개입은 최소화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지역을 표현하면서도 일상의 면면은 다큐멘터리처럼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작업으로부터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작가의 태도는 〈우사단〉에서도 나타난다. 이태원은 이슬람사원을 중심으로 중동아시아 사람이 다수 거주하면서 자주 오가는 곳이다. 이국적인 인상의 사람들에게 사회는 낯섦으로부터 비롯한 선입관을 갖고 대한다. 그러나 해외 생활과 잦은 이주를 경험한 작가는 ‘다름’에 대한 내성이 있는듯하다. 사진에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고, 암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속에서 관객은 익숙한 사회적 감정을 극적으로 느끼게 된다. 작가는 “그러한 감정적 동요를 느끼는 순간 언론매체의 영향으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사진 속 인물에 과도하게 동정어린 감정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겉으로 드러내어 말하기를 터부시하면서도 만연한 사회적 편견을 몽타주로 극대화해서 자조적인 질문을 유도한다. 작가가 사진으로부터 거리를 둘수록 보는 이는 사진 속 인물과 거리를 좁힐지도 모른다.
작가는 지난 3월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화성과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작업을 향해 내딛는 첫발이다. 아르헨티나 역시 작가가 거주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어떤 작업을 펼칠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그만의 ‘쿨함’으로 풀어낼 내용이 ‘핫’하게 기다려진다.
임승현 기자

윤병주
1984년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했고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2014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과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3년 박건희 문화재단 미래작가상을 수상했고, 2014년 제26회 중앙미술대전,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작가에 선정됐다.

〈 Mark on Hwaseong _Live Broadcast 〉 싱글채널 비디오 36분 45초 2014

〈 Mark on Hwaseong _Live Broadcast 〉 싱글채널 비디오 36분 45초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