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대구
꿈틀거리는 산세가 맞닿은 서양화와 동양화
<Mountains전> 열려
산을 그림에 담는 독일과 한국 작가 2인전이 열리고 있다. 보데(Bode)갤러리에서 오는 5월 26일까지 이어지는 〈Mountains〉가 그것이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동 중인 하리 마이어(Harry Meyer)(사진 아래)는 대담한 원색의 물감을 캔버스에 듬뿍 발라서 두꺼운 질감을 내는 작가다. 대구 출신의 차현욱(위)은 먹의 짙고 옅음으로 역동적인 산수화를 그리는 한국화 작가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전시의 주제인 산과 같은 풍경을 다룬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은 전통적인 화풍에 매이지 않고 혁신성을 따른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동?서양의 두 화가는 산이라는 대상을 공유한다는 점 이외에도 실재보다 주관적인 의식으로 걸러낸 추상성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시는 ‘그림 속에 담긴 에너지’를 강조한다. 기운생동이 강조되는 동양화의 필법을 사용하는 차현욱과 같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에너지 혹은 기를 언급하는 게 흔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하리 마이어가 작품에서 에너지에 관해 해석한 점이 눈에 띈다. 관객들이 이들 작품에서 관념적인 비유로서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은 꿈틀대는 붓질의 흔적이다. 이런 힘은 산을 담은 그림을 좀 더 추상적인 회화로 거듭나게 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이며 전통적인 산수화 기법을 구사하던 차현욱은 최근에 이르러 형상을 하나의 패턴처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하리 마이어 또한 자연을 모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관적인 감정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두 주인공은 보데갤러리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작가들이다. 하리 마이어는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갤러리 본점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전시를 치른 바 있는 전속 작가다. 또한 차현욱은 작년에 〈보데 청년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화가로서, 독일 전시를 포함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데갤러리가 한국 진출 이후 보여주는 행보는 여러 가지로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소속된 작가들을 반복해서 노출시킴으로써 해당 작가와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쌓는 경영 전략이다. 유명 작가들을 잇달아 초대하여 갤러리 위상을 과시하거나 단기 이윤을 얻으려 하는 상당수의 화랑과 보데갤러리의 전시 사이클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 현 풍토를 거스르는 면모까지 보이는 보데의 행보는 미술계가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다.
윤규홍 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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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나’를 찾아가는 길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열려
‘삶’과 ‘여행’이라는 단어가 서로 자주 비유되는 것은 낯선 환경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7일까지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맥화랑에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전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삶이라는 여행 길 위에선 30대 작가들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작품이 구성됐다.
조각작업을 선보인 감성빈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직면한 아픔과 슬픔을 타인의 형상을 빌려 이야기한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완성된 작품을 통해 각자의 슬픔을 위로받기를 바란다. 회화작업을 선보인 배남주는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중간세계를 ‘대안적 이상세계’로 설정하고,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이미지와 대안적 이상세계의 이미지를 200호 사이즈의 거대한 캔버스에 함께 풀어냈다. ‘부엉이 작가’로 알려진 한충석의 회화작업은 부엉이에게 투영한 작가의 모습을 통해 변모하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는 사회적, 관습적으로 정리된 질서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정립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은경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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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맛과 멋’으로 광주시의 일상을 새롭게 물들이다
광주폴리Ⅲ 참여 작가 발표
4월 8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와 천의영 광주폴리Ⅲ 총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폴리Ⅲ 참여 작가와 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시의 일상성’을 폴리의 새로운 핵심 개념으로 내세운 이번 광주폴리Ⅲ의 세부 주제는 ‘맛과 멋’이다. 천의영 총감독은 “도시를 경험하는 일상적인 화두로 접근해 새로운 광주폴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주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는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이자 건축그룹 MVRDV의 공동 대표인 위니 마스(Winy Maas), 독일의 미디어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얀 에들러(Jan Edler) 등 해외 작가를 비롯해 건축가 조병수, 2014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대표작가 문훈, 신예 건축가 김찬중, 미디어아티스트 진시영, 외식 사업가 장진우 등이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7명이 참여한 이번 폴리는 건축의 시각적 요소와 음식의 미각적 요소가 접목된 형태를 통해 지난 광주폴리의 연계성을 갖는 동시에 일상 속의 광주폴리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폴리Ⅲ은 설치물 수도 4개로 대폭 줄여 8개였던 지난번과 달리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전망대 역할을 담당할 뷰(View) 폴리, 광주비엔날레와 네덜란드창조산업기금(Creative Industries Fund, NL)의 상호 협력으로 진행되는 GD(Gwangju Dutch) 폴리, 맛집형 폴리를 통한 도시재생을 꾀하는 쿡(Cook) 폴리, ‘빛의 산책’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아트 뻔뻔(FunPun) 폴리 등 총 4개의 건축물로 구성된다.
곽세원 기자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보다
비움박물관 개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쌀독, 잠든 아이들 옆에서 어머니가 실을 잣던 물레….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하는 생활소품들이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우리나라 가정도 현대적 생활양식으로 바뀌었다. 가마솥은 전기밥솥이, 베틀로 짜던 무명천은 나일론이 대신하면서 쓸모가 없어진 구닥다리들은 고물상 또는 아궁이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20세기 초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용품을 한자리에 모은 비움박물관(관장 이영화)이 광주에 문을 열었다. 이영화 관장은 지난 40년간 직접 사용했거나 전국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는 민속품 수 만 점을 수집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옛 물건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 위해 지난 2년동안 건물을 신축하고 수집한 민속품을 정리해 박물관을 세운 것. 5층 규모(1300㎡)의 박물관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전남여고 길 건너편 옛 광주읍성 동문인 ‘서원문터’에 자리 잡았다. 이 관장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했지만 박물관 주제와 입지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가 상통했다.
박물관 외관부터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독특한 모양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곧게 세워진 기다란 나무기둥 3개는 처마 밑 기둥을 연상시켰다. 회색 시멘트 외벽에 큼직하게 설치된 나무 조형물은 창호지를 덧씌웠던 문틀 모양이다. 이 관장은 “시집와서 살림을 정리하다 시할아버지 편지함을 버리려는데 오래된 물건이라 선뜻 버릴 수가 없었다”며 “그 이후부터 가난이 묻어 있다고 업신여겼지만 선조들의 삶의 일부분을 담당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세월의 장터’를 큰 주제로 1층은 ‘겨울’, 2층은 ‘가을’, 3층은 ‘여름’, 4층은 ‘봄’ 테마로 구성됐다.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을 자랑하는 5층 옥상에는 장독대가 펼쳐져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이 관장이 전시품을 소재로 쓴 시 액자가 걸려있다. ‘…여기 서있는 물건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감동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는 시 ‘민속이 머무는 곳’에서 박물관 개관을 앞둔 그의 마음이 전해진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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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석전 황욱의 모습을 보다
석전의 흉상 제막식과〈기증유물특별전〉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황병근 선생 기증유물특별전Ⅱ〉를 개최했다. 석전(石田) 황욱(黃旭, 1898~1993) 서거 23주기를 맞아 흉상 제막식에 이어 4월 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석전의 아들 황병근이 기증한 유물 가운데 석전의 서예작품과 수집품 158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계속된다. 황병근은 1999년 수집한 문화재 5000여 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하였고 2000년, 2002년, 2012년에도 추가로 기증한 바 있다. 문화재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고자 하는 기증자의 뜻을 국립전주박물관은 학술자료 발간과 전시회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석전 황욱은 1898년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태어났다. 손바닥으로 붓을 잡는 악필(握筆)로 널리 알려져 있다. 65세에 수전증이 오자 우수 악필로 극복하고 오른손마저 불편해지자 좌수 악필로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악필과 함께 하나의 필획을 쓸 때 세 번을 꺾듯이 쓰는 삼과절법(三過折法)을 폭넓게 활용했다. 이러한 필법을 적용하여 마치 괴석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의 독창적인 서체를 구사했다. 석전의 작품은 화엄사와 오목대 등의 현판 글씨로도 남아있다.
이번 전시 오픈에 앞서 4월 6일에 〈석전 황욱 선생 흉상 제막식〉이 석전 기념실에서 열렸다. 만년의 모습을 새긴 선생의 흉상은 전북대 미술학과 엄혁용 교수가 제작했다.
최정환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