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소음인가요
소음인가요
서울시립미술관 5.13-6.22
사운드아트 전시를 표방한 <소음인가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즉흥음악, 전자음악, 실험적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활동을 전개해 온 뮤지션 19명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의 사운드스케이프는 현대예술에 민감한 관람객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권병준, 최준용, 트랜지스터헤드 등 국내 인디음악에서 잘 알려진 이들 이외에도 초대된 뮤지션은 모두 2000년대 이후 국내 각종 전시에 특별 이벤트나 개막공연의 형태로 활발하게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전시는 국내의 아방가르드 음악과 현대예술 분야의 크로스오버를 점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지금까지 독립적인 장르보다는 전시행사의 부속물로 수용되어 온 낯선 소리들과 비트들을 어떻게 현대예술의 맥락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 또한 이 뮤지션들의 공연이 가진 본원적인 일회성과 덧없음(ephemerality)을 넘어서 이들의 작업을 보존하고 경험하는 데 적합한 인터페이스는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이 전시를 둘러싼 분위기(ambience)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의식 중 <소음인가요>는 두 번째 문제의식의 분위기를 불어넣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지금까지 서구 현대예술에서 사운드아트가 미적 대상이자 독립적인 연구주제로 부상하는 데 있어 핵심적으로 작용한 키워드들인 노이즈, 청취, 침묵, 물질성, 잠재성, 시공간 등은 이 전시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작업들에서 다양한 진폭과 주파수로 환기될 수 있다. 하지만 전시의 구성이 이러한 키워드들 대신 아방가르드 음악과 전자음악의 장르들을 분류체계로 활용하기 때문에 관람자가 사운드아트의 개념과 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대신 전시는 국내 전자음악의 역동적이고도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를 망라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이 아카이브에 접근하고 경험하기 위해 효과적인 인터페이스를 마련하는 데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 설치된 19개의 아날로그 텔레비전 모니터는 사운드아트의 경험적 대상인 소리들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하드웨어의 물질성을 환기시키며, 찰나성에 사로잡힌 공연에 일정한 시공간적 지속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뮤지션들의 홈페이지와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함께 소개하여 관람의 경험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장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관람자가 특정 뮤지션의 음원과 소개자료를 직접 CD로 구워 DIY 리플릿을 제작할 수 있게끔 했다.
비록 현대예술에서 사운드아트의 경향과 미학적 논점들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이 전시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작업을 살펴보면 서구 사운드아트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국내 뮤지션과 예술가들의 작업들에서 어떤 영역들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고 어떤 영역들이 부족한지를 파악해볼 수는 있다. 전자음악과 즉흥음악은 발달해왔지만 비주얼 뮤직(visual music)이나 갤러리 설치작품의 형태로 청각적 시공간을 구축하는 예술적 경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소음인가요>전은 오늘날 국내 사운드아트의 현주소를 소개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가능한 발전방향들을 암시하고, 해당 분야를 테마로 한 더욱 본격적인 전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지훈・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