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최혜인 – 小.行.星
최혜인 __ 小.行.星
갤러리 담 4.23-5.3
최혜인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채 일상적으로 만나고 있는 곡식과 채소 등의 식물에서 소우주(microcosm)를 발견하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잡식성 동물인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로부터 영양을 섭취하는 식사 행위의 재료가 되는 곡물과 채소는 발아와 성장을 거쳐 수확됨으로써 인간의 생명 공급원으로 제공된다. 최혜인은 이러한 식물 성장의 순환 과정에서 변화하는 미세한 모습을 포착하여 그것을 우리 삶의 여러 가지 모습과 생명의 순환 과정을 표현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응용하고 있다.
씨앗과 낱알에서 싹이 돋고 자라나서 개화와 결실로 이어지는 식물의 순환과정은 태아에서 발달하여 탄생과 성장으로 진화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생명과학이나 철학에서 탐구와 사유의 중심에 놓고 바라본 시각과 달리 미술에서는 다분히 부차적인 모티프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역사화와 종교화, 인물화에서 무심히 다루어진 주변적인 소재로서의 식물들이 화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것으로부터 거대한 인간의 서사나 우주의 축소판 같은 내러티브가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최혜인의 작품은 이런 면에서 신선하다.
최혜인은 장르의 경계에 구속되지 않고 장지와 순지, 먹, 백토에서 캔버스와 아크릴까지 회화의 재료로 동원할 수 있는한 폭넓은 재료를 도입하여 몇 알의 콩과 쌀이 광활한 우주의 소용돌이와 우뚝 선 산의 모습처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끼리 알록달록한 색상을 띤 채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에서 추상적 화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여성 작가로서 모성과 생명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우주의 유동적인 변화와 달의 움직임 등의 천체물리학적 원리로 투사하여 비중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최혜인의 작품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주제 선택만큼이나 작가적인 조형 탐구의 진지함과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생명현상에 대한 과장없는 논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로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여 시각적으로 언어화해서 관람객과 소통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최혜인의 모티프에 대한 해석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계훈・단국대 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