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명범 – SEESAW
김명범 __ SEESAW
갤러리 인 5.29~6.21
김명범은 자연물을 비롯 다양한 오브제를 결합하여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변형시킨다. 이런 이질적인 만남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 내밀한 성찰을 하도록 이끄는 명상적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까지 해오던 작업들의 연장선상에서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통하여 얻어진 개인적인 고민들을 이전 작업보다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소라는 놀이기구를 통해 작가로서의 길이 자신의 꿈과 이상이라면, 아들과 친구, 성인으로 살아가는 나날을 현실이라 보고 둘 사이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전시장 메인 공간에 설치된, 커다란 나무로 만들어진 <SEESAW>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우선 작은 방에는 다양한 오브제를 변형시키거나 합성한 작업들이 있는데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팡이 모양의 삽, 곡괭이, 해머이다. 지팡이와 노동에 사용되는 도구는 막상 무엇인가 연관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는 지팡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이상과 꿈을 지탱해주는 보조기구이며, 그 밑에 달려있는 도구들은 경제적으로 현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도구이다. 이렇게 작가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작가로서의 삶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서기 위한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장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만 살펴보자. 커다란 덫과 스틸로 만들어진 풍선이 묶여 있는 <Untitled>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덫은 한 사람의 꿈으로 상징되는 풍선을 붙잡고 있어, 현실이 이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틸로 만들어진 풍선이 오히려 땅에 무겁게 내려 앉아 현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현실과 이상이 서로를 옭아매고 있는 상태는 작가의 성찰에서 시작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메인 공간의 <SEESAW>로 돌아와 보자. 작가의 유년시절 천진난만하게 타고 놀던 놀이 기구였던 나무 시소는 현재 전시장 안에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시 이후에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이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다시 이상이 되고, 서로의 균형이 무너지면 서로를 볼 수 없는 정반대되는 운명으로 묶인 나무시소는 작품에서 현실로 돌아가 현실세계의 것이 될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인생에서 이러한 시소놀이가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렇게 김명범은 현재의 작가적 고민과 현실적 고민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