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시연 – CUP
김시연 __ CUP
갤러리 엠 6.12~7.12
갤러리 엠에서 열린 김시연 개인전 <CUP>에서 작가는 전반적으로 민트 회색을 사용하고 있다. 민트색의 산뜻하고 청량한 색채감은 회색톤에 그 화사한 채도가 눌리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창백한 우울감을 반영한다. 이러한 우울감은 인간관계 속에서 겪는 상호 단절의 어색함에 기인하며 흔하면서도 (사람에 따라서는) 꽤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한데, 이를 실제로 경험한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는 마치 초기 작업의 흑백 톤 사진으로부터 서서히 색채가 배어나오듯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표현된다. 푸른빛이 도는 혹은 노르스름한 색채들이 2011년부터 선보인 작업 시리즈들을 구분해 주는,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모호하고 어색한 감정을 색채로서 시각화하는 편리한 방법인 듯 보인다. 또한 작가가 감정을 사물화하기 위해 주로 사용해왔던 ‘연약한 오브제’들 중 한 가지가 유리,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진 그릇, 컵 등의 깨지기 쉬운 것들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대화의 틈새에 놓인 찻잔(cup)이라는 대상을 마주 앉아 있는 상대방과의 시간을 이어나가는 매개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탁자의 모서리 끝에서 간신히 균형을 맞추고 서 있으나 이내 떨어져 깨질 듯 위태롭다. 이러한 감정적 표현은 초기부터 꾸준히 다루어 온 강박적 자기 불안과 타인에 대한 거리 두기 등을 다루기 위한 장치로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을 유지하는 장면으로 대변된다.
초기에는 공간에서의 설치 자체에 더 직접적이면서도 중요하게 비중을 두고 사진작업은 이를 기록하는 의미이자 개념화 과정으로서 사진 전문가에게 촬영토록 함으로써 그 도구를 자신이 직접 다루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설치 작가로서 공간 연출과 개념 시각화의 방법이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거나 작가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끼던 시기의 작가적인 태도가 강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다. 직접 사진을 다루기 위하여 뉴욕에서 따로 촬영 기술을 배워 온 작가는 이제 설치작업의 현장성을 보다 사적이며 조밀한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다. 이는 뷰파인더 속에서 원하는 풍경을 작가만의 탐미적 시선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과 그 속에 담긴 오브제에 자신의 감정을 동시(同視)화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김인선・윌링앤딜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