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완 –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
이완 –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3.7 – 4.5
사루비아다방에서 개인전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가 열리기 한 달 전 이완은 다음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제 작업에 관심있거나 참여할 의향이 있는 분은 참여 의사를 제 페이스북 메세지로 보내주기 바랍니다…. 먼저 일러두어야 할 참여 조건이 있습니다. 참여자 개인당 들어가는 제작비용 20만 원 중 15만 원은 참가자 개인부담으로 책정했고, 나머지는 제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제작된 작업은 원목 수공 의자의 형태가 될 것이며 전시 후 참여하신 모든 분께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이완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한 30명의 참여자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1cm를 그려줄 것을 요청했다. 작가는 제각각 인식하는 1cm를 기준으로 1m 길이의 자를 만들고, 이 자를 이용해 ‘같은 수치’를 지닌 ‘다른 크기’의 의자를 제작했다. 또한 참여자에게 “우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그들의 답변을 인터뷰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이 인터뷰에는 각자가 인식하는 다른 크기의 1cm 길이만큼이나 다양한 답변이 쏟아진다. 관객은 같지만 다른 크기의 의자에 앉아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들을 듣는다.
<사회참여예술>은 예술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하는 방법을 실험하는 행위예술의 하나이다. 이완의 이번 개인전은 사회참여예술이 만들어지고, 전시되며, 공유되는 규격화된 방법을 차용한다. 참여자를 페이스북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모집한다. (그들에게 명확한 금전적 참여조건을 제시한다.) 참여조건에 동의한 이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반응의 결과물은 작가의 작품으로써 전시된다. 이들은 제각각 사적 경험에서 기인한 참여가 ‘예술작품’이 되는 과정을 정서적으로 경험한다. 또한 해당 경험에 대한 약간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결과물의 일부를 소장한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한국 근현대를 상징하는 작가의 수집품이 진열된다. 대통령의 회고록과 시계, 김정일 사망 소식이 담긴 신문 등 다양한 한국 역사의 흔적을 작가는 선별하여 전시한다. 공인의 기록물이나 언론매체가 다루는 역사라는 객관화된 시점과 그 시대상을 수집하여 진열한 작가라는 개인의 주관적 기억은 대비된다. 이완은 이번 전시를 ‘네이션(nation)’이라는 집단이 어떻게 형성되고, 형성된 집단의 개별주체들의 주관성은 그들이 동의하고 있는 객관적 기준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실험이라고 소개한다. 네이션이라는 단어는 국가를 의미하는 동시에 국민을 의미한다. 네이션은 우리가 속해 있는 집단인 동시에 우리 자신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계 외부에 위치한 참가자들과 협업하여 예술 밖 네이션과 예술 안 네이션의 구분과 정의를 질문한다.
이완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억하는 객관적 관점과 주관적 관점을 대비한다. 대비의 과정에 ‘우리’를 이루는 구성원이 참여하며, 그 결과물은 공유된다. 작가는 예술 밖 개인의 예술 참여나 교류, 협업을 통해 우리가 공유하는 사회적 양식과 객관적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양지윤・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