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황용진 – Pieces and Parts
황용진 – Pieces and Parts
일우스페이스 7.10~9.24
중견작가 황용진은 인간, 동물, 자연과 같은 주변을 관찰하고 언어와 기호를 활용하여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익숙한 주제를 실험적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보여주는 그의 회화는 전통적인 기법을 충실히 따르는가 하면 때로 팝아트 기법을 따르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회고전 형식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대학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걸쳐 다방면의 실험을 거듭해온 그의 회화, 에칭, 네온사인,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 작가의 작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오랜 세월 자기세계를 모색해온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을 이어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1980년대 명암과 색채 대비를 강조하고 화면을 분할하여 색면으로 처리하면서 종이를 붙이거나 뜯어내는 방식으로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던 ‘인간시리즈’에서 생물학적 형상이 강조된 초현실적 이미지로, 나아가 1990년대 접어들어선 점차 단순화되고 간접적인 표현으로 상징화되었다. ‘동물시리즈’를 거쳐 ‘풍경시리즈’에 이르는 과정에서 작가는 점차 삶의 애증 대신 생명의 순수성에 몰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단번에 보이도록 부각시켰다. 이 전시는 한 작가의 작업을 주제별로 혹은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는 일반적인 회고전의 면모를 벗어나 수업기 이래 30년간의 화업에서 21점을 선별해 한 벽면에 전시하고, 다른 벽면에는 ‘풍경시리즈’ 중에서 13점을 선별하여 마주보게 전시해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벽면의 한 편에서 반대편 모서리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벽 전체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시기와 주제의 작품들을 혼합 배치한 방식은 작가의 작업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지켜본 기획자가 권하는 황용진 작업읽기이기도하다. 관람객은 이로 인해 철판을 잘라 붙인다거나 물감을 칠하고 나서 긁어내거나, 화면 위에 반투명 왁스로 덧칠하는 등의 작가가 시도해 온 다양한 기법과 소와 말 등의 동물이나 인물의 형상과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을 한 점 한 점 바라다보는 대신 다른 시기에 다른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이 방식은 작품 간의 대화를 읽어내고 작가의 작업을 새롭게 해석하게 하려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던 작가의 전 시기 작업을 새롭고 다이내믹한 방식으로 해석하게 하는 것은 삶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출발한 작가가 추구해온 생명력을 또다시 작품에 불어넣음으로써 그 의미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시대를 뛰어넘어 주제와 장르를 가르지 않고 온전히 작품에 몰입하게 하고 풍부하게 생산해내는 전시,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금 읽게 하고 그 가운데 역동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원숙한 작업세계 못지않게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회이다.
박영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