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2014광주비엔날레
2014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9.5-11.9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중외공원 일대
역동적 움직임을 즐겨라
9월 5일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라는 화끈한 주제를 내건 광주비엔날레의 막이 열린다. 1980년대 초 미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토킹 헤즈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온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물리적 운동과 정치적 참여’를 반영한다. 불이 가진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상만큼이나 전시의 메시지와 움직임은 강하다. 이번 전시에는 36개국, 106명(팀)의 작가가 참가하며 특히 사운드, 댄스, 퍼포먼스 등이 강조된다.
전시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관객은 전시관 외관 벽면을 가득 채운 제레미 델러의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시민 권력의 장악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문어가 마치 화재가 난 건물을 탈출하는 듯 보인다. 이와 함께 전시관 마당에 설치된 스털링 루비의 주철로 만든 작품인 거대 장작 스토브에 장작불을 지펴 전시 주제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전시가 열리기 15일 전 찾아간 비엔날레 전시관에는 스케일이 큰 작업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연기 이미지를 벽지로 제작한 엘 우티모 그리토의 작업은 전시장 전체를 관통했다. 그의 작업은 전시장 곳곳에 월페이퍼로 사용되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그 위에 전시된다. 이를 통해 전시의 연속적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 다른 월페이퍼로 이목이 집중되는 작가가 있다.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을 극사실주의 사진을 사용해 벽지로 제작하고 전시장에 가건물을 세워 그 벽지를 붙인, 취리히 출생의 작가 어스 피셔다. 그의 작업은 마치 자신의 집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온 듯 보인다. 작품 입구에는 피에르 위그의 <네임 어나운서> 퍼포먼스가 지역 작가 등 10여 명의 참여로 이뤄지고 가건축물 내부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놓인다. 이외에도 전시 기간 10여 개의 퍼포먼스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손으로 노동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입장하는 관객을 악수로 맞이하는 알로라&칼자디아의 <기질과 늑대>, 임민욱 작가의 대규모 오프닝 퍼포먼스 <네비게이션 ID> 등이 전시장 곳곳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관객은 전시장 속 전시장, 집 속의 집, 작업 위의 작업 등 전시장 내외부에서 동시 발생하는 역동적인 미술의 스펙터클 속에 놓이게 된다. 다양한 작품의 홍수를 세밀한 이야기로 이어간 전시감독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번 전시를 보는 관람포인트가 될 것이다.
90%이상의 작가가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소개되는 만큼 예술의 저항, 혁신의 힘을 보여주는 세계무대 속 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시각적 유희와 충격을 줄지 궁금하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그간 보여준 전시와 어떤 차이점을 내포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국내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 행사인 광주비엔날레가 명불허전의 전시가 될지, 실망을 안겨줄지 이제 관객들이 판단할 시간이다.
광주=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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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광주비엔날레 이은하 전시팀장
“예술을 통한 한국현대사회의 검증과 치유”
전시 라인업과 함께 플로어 플랜까지 5월에 이미 공개되는 등 순차적인 전시진행과정을 보여주었다. 그간의 여정이 궁금하다.
지난해 6월 전시총감독 선임 후 숨 가쁜 일정을 달려왔다. 같은해 9월 전시협력큐레이터 선정 이후 다수의 리서치와 전시기획회의를 거쳐 전시 주제가 연말에 발표되었고, 올 5월에 전시구성, 참여 작가가 발표됐다. 실질적으로는 1년 반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준비되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매우 빡빡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더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다. 차질 없이 체계적으로 준비된 데에는 기획자의 뛰어난 역량과 더불어 지난 20년간 쌓인 광주비엔날레 조직의 노하우와 경험이 뒷받침했다고 자부한다.
9월은 비엔날레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사한 비엔날레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각각의 비엔날레만 색깔이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도 있다. 타 지역 비엔날레와 비교해 광주비엔날레만의 차별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을 통한 한국현대사의 실체적 검증과 치유라는 동기를 가지고 탄생했다. 개최지의 역사ㆍ문화와 밀착되면서도 이를 인류 공동의 이슈나 화두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세계 비엔날레들 가운데서도 가장 특징 있는 행사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즉, 창설 배경의 하나인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경험과 상처, 에너지를 문화적으로 승화시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서 ‘광주정신’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점을 특화된 강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국가 문화행사 브랜드 인지도 1위의 행사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확실한 위상과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다만 그 위상에 걸맞은 국가적 지원이 절실할 뿐이다.
고정 관람객 수가 어느 정도 되는가. 그중 지역주민과 미술전문가의 비율이 어떤지 궁금하다.
<2012 제9회 광주비엔날레> 관람객 수는 645만51명으로 집계됐다. <1995 제1회 광주비엔날레>는 16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이후 40~50만명의 고정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지역 주민을 따로 카운트하고 있지 않지만 광주 전남권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두드러진다.
이번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에서 터전이란 단어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터전’이란 긍정적인 의미가 다분한 어휘로 ‘삶의 근원, 바탕’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터전’의 의미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삶의 근원, 바탕’의 의미, 당연히 긍정적인 해석도 전시 주제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혁신과 부정을 통해 발전과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힘을 찾아가는 반복적인 과정의 결과물이지 않은가. 이번 전시에는 관습과 권력, 부조리의 팽배, 개발 위주 현대 사회, 인간성 말살, 재난, 빈부 격차 등의 글로벌 이슈들이 정치·사회·역사적 맥락에서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의 물질을 변형 가능케 하는 힘, 생성과 소멸의 이중성, 인류학적 문맥에서의 변화와 가치 등을 지닌 ‘불’의 속성과 메타포가 이번 전시의 의미를 구성・기획하는 방법의 중심이 되고 있다. 기존의 터전을 불태우고 우리들 미래의 ‘삶의 근원이자 바탕’인 터전을 더 견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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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 특별 문화행동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기 한 달여 전인 8월 8일, 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 특별 문화행동 프로젝트가 열렸다.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가 그것. ‘광주정신’을 되새기며 인권, 민주, 평화의 증진을 문화, 인문, 사회학적 방법으로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전시, 강연, 퍼포먼스 총 3개의 분야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은 “역사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해석하고 1980년 광주를 기억하며 오늘의 우리 사회에 대한 위로와 치유, 동시에 비판의식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시 개막 전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작가 홍성담과 20명이 공동 참여한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불허하면서 ‘사전 검열’논란이 일었다. 이에 전시 참여작가인 이윤엽과 홍성민이 작품을 철수하고, 윤범모 책임큐레이터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파행이 지속됐다. 8월 24일에 홍성담이 자신의 작품을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자진철회하기로 결정하고 윤범모는 사퇴를 철회하고 특별전을 온전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 강연시리즈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원탁 토론회를 시작으로 초청강연과 심포지엄을 진행 중이다. 특히 8월 8일 개막식에 앞서 개최되는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람들’ 좌담회는 후 한루, 카스퍼 쾨니히 등이 참여해 광주와 현대미술사 3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폐막식이 열리는 11월 9일에는 광주 발(發) 마니페스토를 선포한다. 또한 강좌 시리즈와 함께 ‘오월 길’ 행사 같은 퍼포먼스도 진행 중이다. 이번 특별전의 강연과 퍼포먼스는 광주비엔날레 2014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강연과 함께 상호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